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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예쁘고 실용적? 컨테이너에 살고 싶네

6개월 만에 뚝딱, 건축비는 일반주택 80%…짓기는 쉽지만 유지·보수 신경 써야

예쁘고 실용적? 컨테이너에 살고 싶네

예쁘고 실용적? 컨테이너에 살고 싶네
답답한 도심 속 아파트에서 사는 이들은 한 번쯤 자연과 어우러진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꿈꾼다. 그러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중 가장 큰 부담은 대지 구매비와 건축비. 이를 줄이기 위해 건축주는 싼 땅을 찾아다니고 건축비가 덜 드는 설계를 선택한다. 최근 컨테이너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실용성 때문이다.

컨테이너 주택은 표준화된 컨테이너 박스를 공장에서 생산해 일부 내·외부 공사를 시행한 뒤 건축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건축공법으로 짓는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건설 현장 내 임시 사무실이나 숙소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나 해외에서는 짧은 공사 기간, 저렴한 비용, 감각적인 디자인 등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컨테이너 건축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저비용 주택의 롤모델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컨테이너를 이용한 건물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메트로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쇼핑몰 ‘커먼그라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0월 공사를 시작했지만 공장에서 미리 공정의 80%가량을 끝내고 현장에서 박스를 조립하는 마감 작업과 인테리어 공사만 진행한 덕분에 6개월 만에 완성됐다. 건축비도 일반 상업건물의 75% 수준이라고 한다.

2013년 전남 영암군에 세워진 일명 ‘네모하우스’는 수출 선박용 화물 컨테이너를 이용해 지었다. 컨테이너 2개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한 뒤 마주 보는 면을 개방해 거실로 만들고, 바로 위에 또 하나의 컨테이너를 올려 복층형 주택을 완성했다. 결과적으로 방 3개, 욕실 1개, 거실 1개, 주방 1개를 갖춘 100m2 주택이 완성됐다. 부부와 자녀 2명이 살 집을 짓는 데 총 1억4300만 원 공사비가 들었다.

이 집의 설계와 공사를 진행한 이강수 ‘생각나무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컨테이너 주택의 장점에 대해 “컨테이너는 기밀성이 있고, 셸터(피난처) 기능을 하며, 건축 공간으로 활용하기 좋은 크기로 규격화돼 있다. 3가지 특성이 주거공간으로서 요건을 십분 충족하기 때문에 주택으로 변형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주택의 단점으로 꼽히는 단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해당 주택은 컨테이너 철판 안쪽으로 단열재인 폴리우레탄폼을 기밀하게 도포해 절연시킨 뒤 그라스울 단열재를 벽과 천장에 적용하고 석고보드로 마감했다. 또한 컨테이너 하부에 단열 처리를 하고, 내부 바닥에는 압출법보온판에 온수온돌난방을 이중으로 깔아 난방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했다.

컨테이너 주택의 단열 문제에 대해 이 공동대표는 “많은 이가 걱정하는 부분이지만 건축 자재도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충분히 보완 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컨테이너 주택에 대해 갖는 선입관에 대해 “단열이나 안정성에 대한 논란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인 것 같다. 컨테이너 주택을 선호하는 이는 선호하지만 싫어하는 이는 아무리 설명해도 싫어한다. 건축주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가장 큰 결정 요소”라고 지적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는 외벽이 하얀 1층짜리 컨테이너 건물 2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한 곳은 건축주가 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컨테이너 카페이고, 조금 떨어진 뒤편의 컨테이너 주택은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주거 공간이다. 컨테이너 2개를 어슷하게 결합해 맞닿은 면을 개방한 뒤 거실과 주방으로 사용하고, 툭 튀어나온 양측 끝부분은 방으로 사용하게끔 설계됐다. 대략 70m2 공간으로 두 사람이 지내기에 알맞은 크기다. 비용은 제주라는 특성 때문에 물류비까지 추가돼 3.3m2당 370만 원이 들었다.

과거 무역업에 종사했던 건축주 홍원기(35) 씨는 해외 출장을 다니던 중 독일 한 무역전시회에서 컨테이너로 만든 전시부스를 보고 컨테이너 카페와 주택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제주에 자리 잡을 생각으로 돌아보던 중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대지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자신의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6개월째 이곳에 살고 있는 홍씨는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는 “당초 제주도에 컨테이너 카페와 주택을 짓는다고 하니 이곳 어른들이 ‘미쳤다’고 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불편한 점은 없다. 단열에 신경 썼기 때문에 이번 여름도 무던히 넘겼다. 오히려 양쪽 문을 열어놓으니 제주의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통풍도 일반주택보다 잘 되는 느낌이었다. 2월부터 살았는데 그때도 문을 닫아놓으면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주택보다 유지·보수 꾸준히 해야

예쁘고 실용적? 컨테이너에 살고 싶네
이 주택을 설계한 강현규 ‘소울디자인’ 실장은 “컨테이너 공간은 주로 카페, 쇼핑몰, 모델하우스 등 상업시설로 많이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택으로 의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일반 콘크리트나 목조 주택 건설비의 70~80%면 지을 수 있고 이동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듯하다. 또 컨테이너 외관을 디자인적으로 세련되게 꾸밀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건축가들은 컨테이너 주택에 관심 있는 이들이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고 조언한다. 안기현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컨테이너는 소재 자체가 철판으로 돼 있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기존 컨테이너를 그 상태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주거 공간을 비롯해 음식점, 쇼핑몰 등 상업시설로 사용할 때는 반드시 컨테이너 안쪽에 단열 성능을 가진 재료를 붙이고 인테리어 마감을 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부 요인에 의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꾸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컨테이너 주택은 소재가 철재라 칠이 벗겨지면 부식될 수 있다. 또 폭풍우나 비바람 같은 자연재해로 일부가 부서지는 등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 만큼 살면서 유지, 보수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주택 시공을 맡았던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이유로 컨테이너 주택을 고려하는 건축주에게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일반주택과 달리 골조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안정성 면에서 취약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뼈대를 설치하는 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건축주와 여러 문제를 놓고 상의하다 보면 당초 예산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기도 한다. 더러는 ‘차라리 일반주택을 짓겠다’며 마음을 돌리기도 한다. 컨테이너 주택도 하나의 집이므로 제대로 지어야 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주간동아 2015.08.24 1002호 (p54~55)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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