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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값 못하는 공공기관 앱은 가라!

모바일 붐에 정부기관 예산 들여 앱 양산했지만 관리 소홀로 무용지물

제값 못하는 공공기관 앱은 가라!

제값 못하는 공공기관 앱은 가라!

[shutterstock]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를 포함한 각종 공공기관이 ‘스마트 정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발, 출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공공 앱)이 일반 앱에 뒤처지는 성능과 내용으로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관리 소홀로 인한 오·작동, 잦은 ‘튕김 현상’, 실효성 부족 등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해마다 이처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앱을 폐지하고 있지만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평가 난에는 여전히 공공 앱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공공기관 앱, 사용자 성적표는 낙제점

제값 못하는 공공기관 앱은 가라!

구글 플레이에서 낮은 평점을 받은 교육부의 ‘안전한 학교생활’과 고용노동부의 ‘HRD-Net 훈련생 출결관리’ 애플리케이션.[구글 플레이 캡처]


정부와 지자체 등 각종 공공기관이 공공 앱을 개발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 12월 행정자치부(당시 안전행정부)가 ‘모바일 전자정부 구축 사업’을 진행할 때였다. 하지만 모바일 앱 개발 열풍이 본격적으로 분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모바일 앱 환경이 조성된 2012년부터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까지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42.8%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61.3%로 급증했다. 정부 중앙기관이 2012~2013년 1년간 개발한 앱만 181개에 달했다.

 2010~2011년 총 80개 앱이 출시된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해마다 수를 더해가던 공공 앱은 2015년 기준 1768개까지 늘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정부 산하기관이 개발한 앱까지 합하면 지금도 2000여 개 앱이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공공 앱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변화하는 통신환경에 발맞춰 질 높은 모바일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본래 취지를 무색게 할 정도로 나쁘다는 점이다. 일례로 5월 24일 기준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에서만 서비스되는 교육부의 ‘안전한 학교생활’ 앱의 사용 후 평점은 5점 만점에 1.9점이었다. 학교생활 중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 대처 방안을 모아놓은 앱이지만 그 내용이 기본 상식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모(45·여) 씨는 “학교에서 보낸 안내장에 ‘안전한 학교생활’ 앱을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하고 그 내용을 봤더니 유치원생도 알 만한 수준의 내용이었다. 앱 개발에 들어간 세금은 물론이고, 앱을 다운받을 때 사용한 데이터까지 아까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많은 앱도 평가가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포털 ‘HRD-Net’을 통해 직업훈련을 받는 훈련생은 반드시 ‘고용노동부 HRD-Net 훈련생 출결관리’ 앱을 설치해야 한다. 훈련비용을 지원받으려면 일정 정도 이상 출석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출석체크 때 반드시 이 앱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앱에서 오·작동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 5월 컴퓨터 관련 직업훈련교육을 받은 권모(45) 씨는 “수강 중인 훈련 과정이 앱 화면에 표시되지 않아 몇 번이나 앱을 껐다 켰다. 비로소 훈련 과정이 표시됐지만 시간 오류라는 문구만 반복돼 결국 출석체크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앱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겪은 사람은 비단 권씨만이 아니다. 해당 앱의 구글 플레이 평점은 1.7점으로 매우 낮다. 이용자 후기 코너에는 권씨와 유사한 사례가 줄을 이었다.

앱 개발업계 관계자는 “상용 앱시장에서 3점 이하 앱은 서비스를 종료하고 방치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널리 이용되는 공공 앱도 3점 미만의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앱 출시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개발사의 앱들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맞춰 지속적으로 유지·보수가 되고 있는 반면, 공공 앱은 이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모바일 앱 이용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웹(인터넷)에서 구동되던 내용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와 소비자가 불편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서비스 수요도 확인해보지 않고 앱을 만드는 일도 부지기수다. 보통 앱 산업계에서는 다운로드 1만 회가 넘어야 시장성을 확보한 것으로 인정한다. 다운로드 1만 회가 앱 유지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하지만 공공 앱 가운데 1만 회는커녕 1000회조차 다운로드되지 않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공공기관 앱 800여개 폐지

행정자치부(행자부)가 3월 발표한 ‘행정·공공기관 공공 앱 운영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행자부는 지난해 3월 1768개 공공 앱 가운데 642개를 폐지했다. 이어 올해 3월 성과지표 현황 조사를 재실시해 공공 앱 174개를 추가로 폐지했다. 행자부는 2015년 8월 공공 앱 정비 방안인 ‘모바일 전자정부 서비스 관리지침’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앱을 평가한 뒤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폐지된 앱 가운데 200여 개는 다운로드가 1000건 미만이었다. 또 공공 앱의 평균 다운로드 수는 9만7307회로 높았으나 공공 앱을 다운로드한 뒤 지우지 않고 계속 쓰는 이용 지속률은 20%에 그쳤다. 행자부 관계자는 “앞으로 계속해서 공공 앱을 관리·감독해 이용률이 저조하거나 불필요한 앱은 시정을 요구하거나 폐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함량 미달인 앱 개발에 국가 예산이 소요된 것도 큰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소속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49개 앱 가운데 21개의 설치 건수가 1000건도 안 됐다. 다운로드가 100건에 못 미치는 앱도 4개나 있었다. 문체부는 이 49개 앱을 개발하려고 총 24억4800만 원의 개발비를 민간업체에 지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공 앱 개발 비용은 통상 앱 하나당 1000만~2000만 원가량이지만 간혹 1억 원 넘는 비용을 지불하는 기관도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공공기관 모바일 앱, 누구를 위해 만드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5월 기준 앱 개발에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인 정부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다. 미래부는 17개 앱 개발 및 유지비로 총 88억 3580만원을 썼다. 앱 1개를 개발 및 관리하는데 5억원 넘는 비용을 쓴 셈. 이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책임간사는 “일부 공공기관이 일종의 단발성 홍보 이벤트로 보고 앱 개발에 뛰어들어 예산이 낭비된 측면이 있다. 앱 출시 후 공문을 통해 다운로드를 유도한 일을 홍보라고 포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차례 공공 앱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앱 개발자도 “앱 개발이 예산 규모가 작고 결과물에 대한 검증도 어려워 각 기관의 실적 쌓기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이처럼 앱 개발 관련 예산이 허술하게 운용된 이유는 상위 기관의 허락 없이 집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법 제67조에 따르면 정보화사업을 추진할 때는 중앙사무기관의 사전협의를 거쳐 예산을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같은 법 시행령의 사전협의 대상에 앱 개발 등 전자정부지원 사업은 빠져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정보화사업 사전협의 지침 제4조에는 시도의 경우 1억 원, 군·구는 4000만 원 미만의 비용을 들이는 전자정부지원 사업 예산은 상위 기관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 

행자부 공공 앱 주관부서 관계자는 “공공 앱 개발을 사전에 막을 법적 수단은 없다. 게다가 이용량이 적어도 특수교육 목적, 사회적 약자 보호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앱이 있어 사전 규제가 어렵다”며 “불필요한 앱 개발에 필요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막고자 일선 공공기관 측에 앱 개발에 무작정 나서기보다 웹 서비스를 먼저 개발해 사업 타당성을 타진해보라는 권고 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알면 무척 편리한 알짜 공공기관 앱

제값 못하는 공공기관 앱은 가라!

경찰청은 2014년 8월부터 ‘경찰청 폴-안티스파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이용자가 직접 스파이앱을 삭제할 수 있게 했다.[뉴스1]

공공기관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공공 앱)이 잦은 오·작동과 적은 콘텐츠로 대체로 비판받고 있지만 일부 공공 앱은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자들이 각 기관에 원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정확히 포착해 개발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의 ‘행정·공공기관 공공 앱 운영현황 조사결과’에서 다운로드 수 상위 2위를 기록한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교통정보’ 앱이 대표적 예다. 3월 기준 다운로드 1192만6
127회를 기록한 이 앱은 각 고속도로의 교통상황을 분석해 이용자에게 알려준다. 특히 앱을 통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도로별 교통상황을 이용자가 직접 볼 수 있는 서비스와 교통상황을 분석해 목적지까지 예상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제공하는 ‘OPINET(오피넷)’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주변 주유소 위치 정보와 가격을 알려주는 앱이다. 주변 주유소의 가격 표시 기능은 최근 상용 내비게이션 앱에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오피넷은 주유 가격 외에도 세차, 행사 등 부가서비스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 유가통계, 고속도로 주유소 정보 등도 앱으로 알 수 있다.

‘경찰청 폴-안티스파이’(안티스파이) 앱도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안티스파이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악성코드를 잡아내는 일종의 탐지 프로그램이다. 물론 악성코드 탐지는 기존에 상용화된 백신 프로그램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백신 프로그램을 쓰면서도 안티스파이를 설치하는 이용자가 많다. 이 앱이 스마트폰 속 개인정보를 빼내는 용도로 유포된 173여 종의 스파이앱을 잡아내는 데 특화돼 있기 때문. 특히 최근 인기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와 관련된 스파이앱 범죄가 늘어나면서 앱 이용자가 더욱 늘고 있다.
 
이 밖에도 각종 규제 정보를 분석해 건축물, 자영업 관련 인허가 가능 여부를 확인해주는 행정자치부의 ‘인허가 자가진단’ 앱과 국내 여행 및 지역 축제 정보를 보기 쉽게 지도로 정리한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도 인기가 좋다. 구글 플레이에서 이 앱들의 이용자 평점은 5월 23일 기준 각각 4.3점, 4.1점이었다.






주간동아 2017.05.31 1090호 (p37~38)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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