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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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만 세 번째’ 아스널, 애타는 아르테타 감독  

[위클리 해축] EPL 강팀으로 복귀했지만 맨시티·리버풀 ‘벽’에 번번이 고배

  •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입력2025-07-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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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GETTYIMAGES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GETTYIMAGES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아스널 사령탑을 맡은 지 벌써 7번째 시즌에 접어든다. 30대에 첫 감독을 맡은 아르테타는 우려와 위기를 극복하고 아스널을 비교적 잘 이끌고 있다. 하지만 아르테타호(號) 아스널은 손에 잡힐 듯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트로피를 아직 손에 쥐지 못하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그림자

    아르테타 감독은 2019∼2020시즌 갑작스레 아스널 지휘봉을 잡았다.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 출신인 그는 유소년 시절 바르셀로나에 스카우트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축구계에선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일찍 해외 무대로 눈을 돌린 아르테타 감독은 스코틀랜드 레인저스를 거쳐 EPL 에버턴과 아스널에서 10년 넘게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아르테타 감독은 선수 은퇴 후 곧바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뛰어난 선수로 지도자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은 터라 그에겐 여러 선택지가 주어졌다. 아스널 유소년 아카데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현 미국 국가대표팀 감독)가 있던 파리 생제르맹,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등이 그를 욕심냈다. 그중 아르테타 감독이 향한 곳은 세계 최고 명장 과르디올라 감독이 있는 맨시티였다. 두 사람은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다. 최고 감독이 되려면 과르디올라 감독 옆에서 코치로 일하면서 기초부터 배우는 게 좋겠다는 판단도 했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맨시티로 온 과르디올라 감독 입장에서도 EPL 경험이 있는 코치가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아르테타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3년 넘게 과르디올라 감독 곁에서 지도자로서 능력을 키운 아르테타 감독은 2019년 12월 아스널 감독에 전격 선임됐다. 이때 아스널은 22년간(1996~2018) 이어진 아르센 벵거 감독 시대를 끝내고 방황하고 있었다. 우승 경쟁력은 사라지고 중위권에서도 조금씩 밀릴 정도였다. 벵거 감독의 뒤를 이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언어 소통 문제 탓에 위기를 봉합하지 못했다. 구단은 팀에 경쟁력을 다시 불어넣을 인물로 아스널 선수 출신인 아르테타 감독을 택했다. 감독 경험이 없는 30대 후반 초보 지도자의 발탁을 놓고 “장기적 안목에서 새로운 시작에 제격”이라는 의견과 “위기의 아스널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공존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아스널 부임 첫 시즌 EPL 7경기에서 1승 5무 1패로 부진했다. 2020∼2021시즌에는 14라운드까지 4승 2무 8패를 기록해 강등권 근처까지 떨어졌다. 2020년 10월에 치른 10경기에서 겨우 1승을 거뒀다. 같은 해 11월에도 7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심각한 성적 탓에 경질설마저 나왔다. 당시엔 경기 내용 면에서도 초보 감독을 옹호할 구석이 없었다. 부임 첫해 따낸 FA컵 트로피가 없었다면 아르테타 감독이 경질됐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등을 돌릴 때 구단 수뇌부만은 감독에 대한 믿음을 지켰다. 신뢰는 반전(反轉)으로 이어졌다. 아스널이 백스리 위주의 수동적 축구에서 능동적 축구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아르테타 감독은 왼쪽 측면에서 뛰던 부카요 사카를 오른쪽 윙포워드로 옮겨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게 했다. 그해 EPL 순위는 9위로 마쳤지만 유로파리그 준결승 진출 등 실적을 거두자 아르테타 감독을 믿고 맡겨보자는 의견이 대세가 됐다. 



    리버풀 선수들이 2024∼2025시즌 EPL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아스널은 리버풀에 밀려 세 시즌 연속 EPL 준우승에 그쳤다. 뉴시스

    리버풀 선수들이 2024∼2025시즌 EPL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아스널은 리버풀에 밀려 세 시즌 연속 EPL 준우승에 그쳤다. 뉴시스

    전력 강화에 1조 원 투자

    신뢰를 얻은 아르테타 감독은 2021∼2022시즌부터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202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1조 원 넘는 돈을 써 마르틴 외데고르, 데클런 라이스, 미켈 메리노, 가브리에우 제주스, 카이 하베르츠 등을 영입했다. 2021년 여름부터 2023∼2024시즌까지 아스널이 선수 영입에 투자한 금액은 EPL 3위 규모였다. 2024∼2025시즌까지 늘려 잡아도 전력 강화를 위한 아스널의 투자 규모는 EPL 톱5에 든다.  

    위기를 극복한 아르테타 감독은 2003∼2004시즌을 끝으로 명맥이 끊긴 아스널의 EPL 우승 대업을 노리기 시작했다.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만 해도 EPL 우승이 가능할 것만 같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버티는 맨시티라는 거대한 장벽이 두 번이나 좌절을 안기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것이다. 2022∼2023시즌 아스널은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하며 4월 들어 맨시티를 8점 차까지 따돌렸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 9경기에서 3승 3무 3패로 부진한 끝에 1위를 내줬다. 2023∼2024시즌에는 36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승점 2점 차로 다시금 맨시티에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아쉬운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맨시티가 강력하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아르테타 감독의 근본적 한계에도 원인이 있다. 그의 전략·전술은 과르디올라 감독과 매우 닮았다. 그런 점에서 맨시티가 무너진 지난 시즌이 아스널에는 더없이 좋은 우승 기회였다. 다만 아스널 입장에선 두 번의 좌절 후 우승 압박이 커진 상황이었다. 평범한 방식으론 맨시티를 넘어 우승에 다다를 수 없다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이에 아르테타 감독은 과르디올라 스타일에서 탈피해 직선적인 축구를 구사하거나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골잡이 부재로 골이 터지지 않자 세트피스를 활용한 다른 접근 방식을 도드라지게 구사하기도 했다. 

    맨시티의 부진과 아르테타 감독의 새로운 실험에도 2024∼2025시즌 우승은 리버풀에 돌아갔다. 아르네 슬롯 감독 부임 첫 시즌에 거둔 우승이라는 점에서 이변이었다. 아스널로선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진 좌절의 순간이었다. 이제 부임 7년 차가 되는 아르테타 감독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진다. 아르테타 감독이 우승을 가로막은 코앞의 ‘벽’을 뛰어넘는 묘수를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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