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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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라니에리 AS 로마 감독 부임 후 19경기 연속 무패

올 시즌 감독 교체 성공 톱4… 발렌시아 코르베란 부임 후 8계단 상승

  •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입력2025-05-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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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도중 변화가 필요한 축구팀이 가장 손쉽게 쓰는 방법이 감독 교체다. 리더를 바꿔 선수단에 충격을 주는 것이 팀 분위기를 일신하기에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것만큼 간단하고 효과 좋은 방법도 드물어 부진한 팀에는 늘 첫 번째 고려 대상이 된다. 2024∼2025시즌 유럽축구의 감독 교체 성공 사례 톱4를 살펴봤다.

    EPL ‘베스트 초이스’, 울버햄프턴 페레이라 감독

     비토르 페레이라 울버햄프턴 원더러스 감독
    ‌(리그 16R 19위→35R 13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승격 이후 감독을 빈번하게 갈아치웠다. 현재 노팅엄 포레스트의 상승세를 이끄는 누누 산투 감독의 ‘장기 집권’이 2021년에 끝난 후 거의 매년 감독을 교체하고 있다. 2023∼2024시즌 갑작스레 부임한 게리 오닐 감독은 한 시즌을 잘 마무리했지만 이번 시즌 시작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구단의 이상한 선수 영입 정책으로 수비수가 부족한 반면, 유망주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영입을 추진해 일부 포지션은 선수가 넘쳐났다. 이런 상황에서 오닐 감독은 경기마다 다른 전략과 전술로 혼란을 부추겼다. 결국 강등권으로 떨어진 울버햄프턴은 리그 잔류를 걱정하는 처지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울버햄프턴에 부임한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여러 팀을 맡아본 경험을 앞세웠다. 그는 부임 직후 레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잡으며 신뢰를 얻었다. 구단도 겨울 이적시장에서 약속한 전력 보강을 이행했다.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보강한 팀은 한층 안정된 전력을 뽐내며 전반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났다. 그 결과 울버햄프턴은 29라운드부터 34라운드까지 리그 6연승을 이어가 1970년 이래 최장 연승 기록을 만들어냈다. 맨유를 상대로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리그 2경기를 모두 잡아내는 ‘더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EPL 최고 감독 교체 사례로 울버햄프턴을 꼽을 만하다. 

    이탈리아 세리에A AS 로마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왼쪽)과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 CF의 카를로스 코르베란 감독.

    이탈리아 세리에A AS 로마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왼쪽)과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 CF의 카를로스 코르베란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AS 로마 감독
    ‌(리그 12R 12위→35R 5위)

    이탈리아 세리에A 강호 AS 로마는 지난해 1월 갑작스레 조제 모리뉴 감독을 경질하고 팀 레전드 출신인 다니엘레 데 로시 감독과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9월 그마저 경질되고 이반 유리치 감독이 부임했다. 심지어 유리치 감독은 AS 로마에서 고작 12경기만 지휘하고 두 달도 못 채운 채 경질됐다. AS 로마의 리그 순위가 12위로 강등권과 승점 4점 차이인 데다, 기대하던 유로파 리그 성적도 토너먼트 진출이 불투명할 만큼 저조했기 때문이다. 

    AS 로마가 고심 끝에 꺼낸 카드가 바로 노장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였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라니에리 감독은 1951년생으로 올해 74세다. 그는 AS 로마, US 카탄차로 1929, 카타니아, 팔레르모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감독 경력을 시작한 것은 1986년이다. 라니에리는 바로 전 시즌 칼리아리 칼초를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지만 AS 로마의 부름에 고민할 것도 없이 은퇴를 번복했다. AS 로마 출신으로 축구를 시작한 그가 친정팀 위기에 응답한 것이다. 라니에리는 인자하면서도 카리스마를 가진 감독이다. 유럽 빅클럽을 여러 번 맡아봐 선수단을 다루는 요령도 잘 안다. 2015∼2016시즌 레스터 시티의 동화 같은 EPL 우승 신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풍부한 경험과 특유의 전술로 빠르게 AS 로마를 추슬렀다. 17라운드부터 35라운드까지 리그 19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가는 AS 로마의 다음 목표는 챔피언스리그(챔스) 진출이다. 

    도르트문트, 코바치 감독 투입해 위기 조기 봉합

     카를로스 코르베란 발렌시아 CF 감독
    ‌(리그 18R 20위→34R 12위)

    스페인 라리가 명문 발렌시아 CF는 2014년 싱가포르 재벌 피터 림이 인수한 후 추락을 거듭했다. 몇 차례 챔스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왜 구단주가 팀을 소유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성적을 위한 선수 보강은커녕 이강인 등 유스아카데미에서 성장한 선수까지 헐값에 떠나보내기 일쑤다. 발렌시아 CF는 2022∼2023시즌 팀 레전드 출신인 루벤 바라하 감독 체제에서 승점 2점차로 가까스로 라리가 잔류에 성공했다 이어서 지난 시즌에는 리그 9위로 반등에 성공했다. 바라하 감독의 ‘짜내기 전략’이 먹힌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개막 후 5경기 무승, 11경기 1승이라는 심각한 부진으로 강등 공포가 밀려들었다. 

    결국 해를 넘기지 못하고 변화의 칼을 빼 든 구단은 젊은 카를로스 코르베란 감독(42)을 임명해 반등을 꾀했다. 그는 선수로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발렌시아 CF 유스 출신으로 지역 정서를 잘 아는 인물이다. 잉글랜드 허더즈필드 타운,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을 이끌며 성과도 낸 바 있다. 코르베란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이자 올해 첫 경기였던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경기부터 분위기를 바꿔갔다. 결과는 2-1 패배였지만 84분까지 1-0으로 앞서며 마드리드를 몰아세웠다. 2025년을 잘 시작한 팀은 빠르게 자신감을 찾았고, 최근 9경기 연속 무패로 승점을 계속 쌓고 있다. 이제 라리가 잔류는 물론,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유럽 대항전 진출까지 꿈꾸고 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왼쪽)과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니코 코바치 감독.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왼쪽)과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니코 코바치 감독.

     니코 코바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리그 20R 11위→32R 5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 양강으로 꼽힌다. 두 팀은 ‘데어 클라시커’라는 라이벌 구도를 이루지만 구단 수익과 투자 여력 면에선 큰 차이가 있다. 도르트문트가 작지만 강한 팀으로 꼽히는 이유는 꾸준한 성적 덕분이다. 언제든 우승 팀을 위협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꾸준히 챔스에 진출해 안정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챔스 결승까지 오르며 유럽 대항전에서 이변을 연출할 뻔했다.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려는 팀은 성적 부진으로 위기를 맞기 마련이다. 지도자 경력이 부족한 구단 레전드 출신인 누리 사힌이 감독으로 선택된 것도 기존 관성에 따른 것이었다. 문제는 사힌호(號) 도르트문트가 단 1번의 리그 연승도 없이 중위권을 횡보했다는 것이다. 

    도르트문트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챔스 진출권에서 그리 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하게 감독을 바꿨다. 몇 년 전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이던 니코 코바치 감독이 도르트문트에서 새 도전에 나섰다. 코바치 감독은 부임 직후 6경기에서 2승 4패로 부진했지만 최근 리그 6경기에서 5승 1무를 기록했다. 도르트문트는 현재(5월 6일 기준) 분데스리가 4위 SC 프라이부르크를 승점 1점 차로 뒤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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