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주가 수취인을 잘못 기재해 송금한 경우 이에 대한 은행의 반환 책임은 없다. 그렇다면 예금주가 통장 비밀번호 등을 다소 소홀히 관리해 예금인출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은행은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까.
최근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84·여)씨가 “은행이 신원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아 나를 사칭한 사람이 예금통장에서 6억4600만 원을 인출해갔으니 물어내라”며 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청구소송 상고심(2014다231224)에서 “일부만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전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렇다.
A씨는 자신의 기억력 감퇴를 우려해 인감도장에 예금계좌 비밀번호를 표시해두고, 평소 잘 알던 B씨 등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후 예금 인출 심부름을 시켜왔다. 그러던 중 2012년 4월 A씨 계좌에 수억 원이 예치돼 있다는 사실을 안 C씨가 B씨에게 접근해 돈을 가로채자고 했다. 두 사람은 A씨와 나이가 비슷한 할머니를 고용한 다음 A씨 명의의 위조 주민등록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주고 통장과 인감을 재발급받게 해 A씨 계좌에서 6억4600만 원을 인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A씨가 은행에 따지자 은행은 “평소 개인정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A씨에게 책임을 미뤘다. 이에 A씨는 2013년 3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해를 당한 예금 전부를 돌려달라는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자신의 예금통장과 인감·비밀번호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만큼 은행의 책임을 70%만 인정해 4억5220만 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항소심(서울고등법원)은 1심에서 인정한 A씨의 과실 비율보다 더 높게 인정해 ‘은행은 A씨에게 인출액의 50%인 3억2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노령인 A씨가 다른 사람에게 예금 인출 심부름을 시킨 일이 있고 인감도장에 통장 비밀번호를 표시해두는 행위를 했더라도 이로 인해 누군가가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자신을 사칭해 인감 분실신고를 한 뒤 거액의 예금을 인출할 것까지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예금주가 인감을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자마자 당일 거액의 예금을 인출했는데도 은행은 거래 상대방이 본인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은행이 이 같은 예금주에 대한 확인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에도 개인정보 관리 부실을 이유로 A씨의 과실과 상계하도록 해 예금액의 일부만 받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은행은 예금주에게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예금 청구자에게 예금 수령의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면 된다. 그 방편 가운데 하나가 예금청구서에 찍힌 인발과 예금주가 은행에 신고해 예금통장에 찍은 인감을 대조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은행은 인감 대조에 숙련된 은행원을 시켜 두 인감이 동일한 것인지 확인했다면 직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충분한 주의를 다한 것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 사건과 같이 예금주 몰래 통장과 인감을 재발급받았으며, 또한 재발급받자마자 거액의 예금을 전부 인출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은행이 예금청구자가 예금주 본인이 맞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최근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84·여)씨가 “은행이 신원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아 나를 사칭한 사람이 예금통장에서 6억4600만 원을 인출해갔으니 물어내라”며 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청구소송 상고심(2014다231224)에서 “일부만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전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렇다.
A씨는 자신의 기억력 감퇴를 우려해 인감도장에 예금계좌 비밀번호를 표시해두고, 평소 잘 알던 B씨 등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후 예금 인출 심부름을 시켜왔다. 그러던 중 2012년 4월 A씨 계좌에 수억 원이 예치돼 있다는 사실을 안 C씨가 B씨에게 접근해 돈을 가로채자고 했다. 두 사람은 A씨와 나이가 비슷한 할머니를 고용한 다음 A씨 명의의 위조 주민등록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주고 통장과 인감을 재발급받게 해 A씨 계좌에서 6억4600만 원을 인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A씨가 은행에 따지자 은행은 “평소 개인정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A씨에게 책임을 미뤘다. 이에 A씨는 2013년 3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해를 당한 예금 전부를 돌려달라는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자신의 예금통장과 인감·비밀번호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만큼 은행의 책임을 70%만 인정해 4억5220만 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항소심(서울고등법원)은 1심에서 인정한 A씨의 과실 비율보다 더 높게 인정해 ‘은행은 A씨에게 인출액의 50%인 3억2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노령인 A씨가 다른 사람에게 예금 인출 심부름을 시킨 일이 있고 인감도장에 통장 비밀번호를 표시해두는 행위를 했더라도 이로 인해 누군가가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자신을 사칭해 인감 분실신고를 한 뒤 거액의 예금을 인출할 것까지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예금주가 인감을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자마자 당일 거액의 예금을 인출했는데도 은행은 거래 상대방이 본인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은행이 이 같은 예금주에 대한 확인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에도 개인정보 관리 부실을 이유로 A씨의 과실과 상계하도록 해 예금액의 일부만 받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은행은 예금주에게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예금 청구자에게 예금 수령의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면 된다. 그 방편 가운데 하나가 예금청구서에 찍힌 인발과 예금주가 은행에 신고해 예금통장에 찍은 인감을 대조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은행은 인감 대조에 숙련된 은행원을 시켜 두 인감이 동일한 것인지 확인했다면 직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충분한 주의를 다한 것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 사건과 같이 예금주 몰래 통장과 인감을 재발급받았으며, 또한 재발급받자마자 거액의 예금을 전부 인출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은행이 예금청구자가 예금주 본인이 맞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