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한국’ 하면 ‘6·25’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말하는 외국인이 많았어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막상 와보니 대단한 나라군요!’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죠. 그런데 요새는 달라요. 케이팝(K-pop) 등 한류 문화 콘텐츠부터 케이푸드(K-food), 케이디자인(K-design)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호감을 가진 사람이 많거든요. 특히 세계 각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가 크게 높아졌어요. 놀라운 한편으로 뿌듯한 마음이 들죠.”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59·사진)은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9월 초 막을 내린 ‘문화소통포럼(CCF) 2014’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이끌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한 때문이다.
CCF가 시작된 건 2010년. 그해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기념해 CICI가 세계 각국의 문화계 리더를 초청하는 C(culture)20 문화정상회의를 개최한 게 시작이었다. 최 이사장은 이후 이 행사를 포럼으로 정례화해 매년 세계의 ‘문화정상’들을 초청하고 있다. 올해는 카트린 슈비요 프랑스 로댕 미술관장, 드니 시마르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 대표, 알렉세이 레비킨 러시아 국립 역사박물관장, 저스틴 앨버트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웨일스’ 이사장 등 16개국 문화계 인사가 한국을 찾았다.
해마다 두 차례 ‘Korea CQ’ 진행
1981년 프랑스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한국인 최초로 국제회의통역사 자격증을 받고, 86년 아시아인 최초로 같은 대학에서 통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 이사장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베테랑 통역사다. 86년 전두환 대통령과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역한 것을 시작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배석한 한국 통역의 ‘살아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그가 ‘한국 알림이’로 나선 건 살아오면서 ‘한국 알리기’의 중요성을 절감한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1970년대 말 유학을 가보니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이후 통역사로 세계 60여 개국을 다니는 동안에도 늘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연스레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기회는 2000년대 초, 북핵 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린 것을 보며 직감적으로 ‘한국을 알릴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단군 이래 우리나라가 그렇게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적이 없을 거예요. 그때 ‘쇠도 달궜을 때 치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 관심을 이용하면 우리나라를 세계에 새롭게 각인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방법으로는 ‘소통(communication)’을 택했다. 2003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라는 이름의 비영리공익기관을 설립한 이유다. 30년 이상 통역사로 활동한 뒤였으니 이미 ‘소통의 달인’ 아니었을까. 그러나 최 이사장은 “통역과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설명했다.
“통역은 상대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생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 우리나라의 실체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를 생산한 뒤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것까지가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인 거죠.”
최 이사장은 한국의 멋, 한국인의 매력 등 우리의 문화적 경쟁력을 ‘메시지’로 삼기로 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 산업화 등과 비교하면 국제 사회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국의 면모였지만, 이 부분을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많은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세계 각국 오피니언 리더를 통한 전파를 택했다.
“제가 그동안 쌓은 국제 인맥을 활용해 먼저 그들을 한국에 푹 빠지게 하고, 그 뒤 열 명이 백 명에게, 또 그 백 명이 천 명에게 우리나라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고 마음먹었죠.”
CICI가 2006년부터 해마다 두 번씩 한국 주재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와 교수, 외교관, 언론인 등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Korea CQ’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CQ는 Culture Quotient(문화지수), Communication Quotient(커뮤니케이션지수), Cooperation Quotient(협력지수), Concentration Quotient(집중지수), Creativity Quotient(창의력지수)를 뜻하는 말.
최 이사장은 “진정한 세계인이 되려면 널리 알려진 IQ(지능지수), EQ(감성지수)와 더불어 CQ가 필요하다. ‘Korea CQ’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이는 우리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듣고, 공연을 관람하며, 명소를 방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CQ와 한국에 대한 이해를 기르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우리나라를 속속들이 알게 될 뿐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게 최 이사장의 자랑이다. 8월부터 11월까지 18번째 ‘Korea CQ’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그는 “최근 한국을 떠난 한 주재원으로부터 ‘한국에 있는 동안 가장 잘한 일이 ‘Korea CQ’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쌍방향 소통으로 한국 알리기
‘Korea CQ’ 프로그램이 한국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CCF는 해외 거주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게 특징이다. 이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역시 ‘한국의 문화 경쟁력’이다. 올해 CCF 참가자들은 달빛 아래서 창덕궁을 거닐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한국가구박물관 등을 방문했으며, 캘리그래퍼 강병인 씨와 함께 붓으로 한글을 써보는 체험도 했다.
최 이사장은 “짧은 시간이지만 첨단기술과 전통이 어우러진 한국의 멋을 체험하며 참가자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가 부쩍 높아진 걸 실감한다. 올해 참가자 중 카트린 슈비요 로댕 미술관장은 ‘한강에 다리가 참 많지 않나. 그걸 보며 아시아의 반도 국가 한국이 세계와 아시아를 잇는 다리 구실을 하는 것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하더라. 그의 통찰력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들이 자국에 돌아가 ‘한국 홍보대사’를 자임하는 것도 CCF의 큰 성과다. 2010년 인도 대표로 참석했던 요리사 헤먼트 오베로이 타지마할럭셔리호텔 총주방장은 이듬해 인도 뭄바이와 뉴델리 소재 타지마할호텔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2011년 독일 대표로 참석한 빌리 보그너 보그너그룹 회장은 그룹 인터넷 블로그에 한국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성공사례’에 힘을 얻은 최 이사장은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이 5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으로 한국의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얘깃거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을 담은 모임 ‘5·4 클럽’을 만들어 대표를 맡았다.
그는 “우리 정부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데 열심이지만, 그 방식이 가끔은 일방적으로 느껴져 안타까울 때가 있다. 좀 더 자연스럽고 쌍방향적인 ‘소통’을 통해 한국을 알리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더 멋있고 매력 있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59·사진)은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9월 초 막을 내린 ‘문화소통포럼(CCF) 2014’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이끌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한 때문이다.
CCF가 시작된 건 2010년. 그해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기념해 CICI가 세계 각국의 문화계 리더를 초청하는 C(culture)20 문화정상회의를 개최한 게 시작이었다. 최 이사장은 이후 이 행사를 포럼으로 정례화해 매년 세계의 ‘문화정상’들을 초청하고 있다. 올해는 카트린 슈비요 프랑스 로댕 미술관장, 드니 시마르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 대표, 알렉세이 레비킨 러시아 국립 역사박물관장, 저스틴 앨버트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웨일스’ 이사장 등 16개국 문화계 인사가 한국을 찾았다.
해마다 두 차례 ‘Korea CQ’ 진행
1981년 프랑스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한국인 최초로 국제회의통역사 자격증을 받고, 86년 아시아인 최초로 같은 대학에서 통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 이사장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베테랑 통역사다. 86년 전두환 대통령과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역한 것을 시작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배석한 한국 통역의 ‘살아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그가 ‘한국 알림이’로 나선 건 살아오면서 ‘한국 알리기’의 중요성을 절감한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1970년대 말 유학을 가보니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이후 통역사로 세계 60여 개국을 다니는 동안에도 늘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연스레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기회는 2000년대 초, 북핵 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린 것을 보며 직감적으로 ‘한국을 알릴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단군 이래 우리나라가 그렇게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적이 없을 거예요. 그때 ‘쇠도 달궜을 때 치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 관심을 이용하면 우리나라를 세계에 새롭게 각인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방법으로는 ‘소통(communication)’을 택했다. 2003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라는 이름의 비영리공익기관을 설립한 이유다. 30년 이상 통역사로 활동한 뒤였으니 이미 ‘소통의 달인’ 아니었을까. 그러나 최 이사장은 “통역과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설명했다.
“통역은 상대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생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 우리나라의 실체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를 생산한 뒤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것까지가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인 거죠.”
최 이사장은 한국의 멋, 한국인의 매력 등 우리의 문화적 경쟁력을 ‘메시지’로 삼기로 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 산업화 등과 비교하면 국제 사회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국의 면모였지만, 이 부분을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많은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세계 각국 오피니언 리더를 통한 전파를 택했다.
“제가 그동안 쌓은 국제 인맥을 활용해 먼저 그들을 한국에 푹 빠지게 하고, 그 뒤 열 명이 백 명에게, 또 그 백 명이 천 명에게 우리나라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고 마음먹었죠.”
CICI가 2006년부터 해마다 두 번씩 한국 주재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와 교수, 외교관, 언론인 등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Korea CQ’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CQ는 Culture Quotient(문화지수), Communication Quotient(커뮤니케이션지수), Cooperation Quotient(협력지수), Concentration Quotient(집중지수), Creativity Quotient(창의력지수)를 뜻하는 말.
최 이사장은 “진정한 세계인이 되려면 널리 알려진 IQ(지능지수), EQ(감성지수)와 더불어 CQ가 필요하다. ‘Korea CQ’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이는 우리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듣고, 공연을 관람하며, 명소를 방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CQ와 한국에 대한 이해를 기르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우리나라를 속속들이 알게 될 뿐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게 최 이사장의 자랑이다. 8월부터 11월까지 18번째 ‘Korea CQ’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그는 “최근 한국을 떠난 한 주재원으로부터 ‘한국에 있는 동안 가장 잘한 일이 ‘Korea CQ’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쌍방향 소통으로 한국 알리기
‘문화소통포럼(CCF) 2014’에 참석해 붓글씨를 배운 세계 문화계 리더들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쓴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 이사장은 “짧은 시간이지만 첨단기술과 전통이 어우러진 한국의 멋을 체험하며 참가자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가 부쩍 높아진 걸 실감한다. 올해 참가자 중 카트린 슈비요 로댕 미술관장은 ‘한강에 다리가 참 많지 않나. 그걸 보며 아시아의 반도 국가 한국이 세계와 아시아를 잇는 다리 구실을 하는 것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하더라. 그의 통찰력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들이 자국에 돌아가 ‘한국 홍보대사’를 자임하는 것도 CCF의 큰 성과다. 2010년 인도 대표로 참석했던 요리사 헤먼트 오베로이 타지마할럭셔리호텔 총주방장은 이듬해 인도 뭄바이와 뉴델리 소재 타지마할호텔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2011년 독일 대표로 참석한 빌리 보그너 보그너그룹 회장은 그룹 인터넷 블로그에 한국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성공사례’에 힘을 얻은 최 이사장은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이 5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으로 한국의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얘깃거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을 담은 모임 ‘5·4 클럽’을 만들어 대표를 맡았다.
그는 “우리 정부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데 열심이지만, 그 방식이 가끔은 일방적으로 느껴져 안타까울 때가 있다. 좀 더 자연스럽고 쌍방향적인 ‘소통’을 통해 한국을 알리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더 멋있고 매력 있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