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캐피털(erotic capital), 즉 매력자본이라는 말이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인 캐서린 하킴은 자신의 책에서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에 이어 제4의 자본으로 매력자본을 꼽았다. 그만큼 현대인에게 외모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역시 외모가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외모에 대해선 여성이 높은 관심을 드러냈지만 최근 들어 외모에 대한 관심이 남성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는 한 단서는 아르바이트 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의 2012년 조사다. 대학생 56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외모 차별을 남학생(66.1%)이 여학생(59.4%)보다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 대학생의 55.8%가 외모를 경쟁력의 요소라고 답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여겨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 30대 남성은 취업을 위해 코, 눈 등을 성형수술하는 것은 물론, ‘초콜릿 복근’을 만들려고 복근 조각 수술을 하기도 한다. 남성의 성형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통계로 잡힌 것은 없지만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병원 몇 곳을 조사한 결과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0%였다.
남성이 성형을 하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젊어 보이면 직원과의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취업 면접이나 업무 특성상 좋은 인상이 필요해서, 끝으로 이성 교제나 결혼을 위해서다.
강남 성형외과 고객 20~30%가 남자
직장 간부나 최고경영자(CEO)는 젊고 카리스마 있게 보이고자 일명 ‘칭기즈칸 성형’이라는 것을 한다. 주름 제거와 눈 밑 지방 제거, 눈꺼풀 처짐 교정이 그것이다. 피부를 절개해 주름진 피부를 당기는 안면거상술은 회복 기간이 2~3주일 걸려 은퇴 후 하는 사람이 많다. 박피 수술, 검버섯이나 점, 기미를 빼는 시술을 받고 정기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는 이도 흔하다.
대기업 해외영업 부장인 C(46)씨는 3개월에 한 번씩 보톡스 시술을 받는다. 양미간에 있는 속칭 ‘고생 주름’을 펴기 위해서다. 그는 “있는 그대로 살려고 했으나 상사들이 농담조로 주름을 지적하자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이사인 K(47)씨는 필러를 1년에 한 번씩 맞는다.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볼살이 빠지면서 늙어 보이게 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K씨는 “나는 몸과 얼굴만 관리하지만 회사 대표는 피부까지 관리를 받는다. 직위가 높아질수록 외모 관리에 신경 쓰는데, 자신이 곧 기업 이미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 남성층에서는 취업과 이성 교제, 사회생활을 이유로 코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안면 윤곽과 몸매 성형도 한다.
한의사 P씨는 젊은 시절 매부리코 때문에 날카로워 보인다는 소리를 듣다 보니 대인관계에 소심했다. 결국 그는 한의원 개원을 앞두고 코를 성형했고, 이후 환자를 대할 때 자신감과 여유를 갖게 됐다.
L(34)씨는 대학 졸업 무렵 치아 교정과 함께 양악수술을 받았다. 이후 외모가 바뀌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교육업 프랜차이즈 회사에 취직한 그는 “업무 성격상 여성과 일하거나 학부모를 대할 일이 많아 실무 경험은 물론, 외모도 업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해군에 입대한 P(22)씨는 얼마 전 휴가 기간에 여유증 수술을 했다. 여유증이란 여성형 유방 증상을 일컫는다. 수술 후 P씨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더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
정치인 역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외모 관리를 한다. 공약 개발, 지역구 유세도 중요하지만 성형외과나 피부관리실 방문도 중요한 스케줄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기간에 강남 성형외과병원과 피부관리실의 VIP는 여성이 아닌 남성이란 말도 나왔다. 이처럼 목적이 분명한 정치인은 보톡스나 필러 시술 후 사후 관리에도 성실해 10~15년씩 관리를 받는다고 한다. 한 성형외과병원에 따르면 남성 정치인 중에는 수천만 원을 들여 수천 가닥의 모발을 심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수영 성형외과병원 원장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피부관리실의 경우 정치인은 물론 총장 선거를 앞둔 대학 교수도 주요 고객”이라고 했다.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나경원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강남 피부관리실을 다닌 것이 논란이 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은 성형이나 시술, 관리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사례도 2011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눈썹 문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톡스 시술과 쌍꺼풀 수술, 강용석 전 국회의원의 보톡스 시술 정도다.
수술 전 신중히 검토해야
이미지 개선 등의 효과를 노려 성형수술을 하려는 남성이라면 부작용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 가장 편리하고 간단하게 생각되는 필러 시술의 경우에도 2012년에만 12건의 실명이 보고됐다. 2013년에는 23세 남성이 피부과병원에서 코에 필러를 시술받은 뒤 오른쪽 눈이 실명하고 뇌경색을 일으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남성은 수술을 받았지만 실명과 뇌손상 후유증이 남았다. 의료소송 전문 이인재 변호사는 “간단한 시술이라도 수술 전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일봉 성형외과병원 원장은 성형수술을 고려하는 남성은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남성은 대체로 피부가 두껍기 때문에 수술 흉터가 회복되는 기간이 길고 심하게 남을 수 있으므로 흉터를 남기지 않는 수술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남성은 운동을 자주 하거나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안면시술 뒤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직장도, 사회도, 정치도 모두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이다. 이 시대 남성들이 성형수술을 통해 매력자본을 마련하려고 애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외모가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외모에 대해선 여성이 높은 관심을 드러냈지만 최근 들어 외모에 대한 관심이 남성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는 한 단서는 아르바이트 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의 2012년 조사다. 대학생 56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외모 차별을 남학생(66.1%)이 여학생(59.4%)보다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 대학생의 55.8%가 외모를 경쟁력의 요소라고 답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여겨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 30대 남성은 취업을 위해 코, 눈 등을 성형수술하는 것은 물론, ‘초콜릿 복근’을 만들려고 복근 조각 수술을 하기도 한다. 남성의 성형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통계로 잡힌 것은 없지만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병원 몇 곳을 조사한 결과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0%였다.
남성이 성형을 하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젊어 보이면 직원과의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취업 면접이나 업무 특성상 좋은 인상이 필요해서, 끝으로 이성 교제나 결혼을 위해서다.
강남 성형외과 고객 20~30%가 남자
직장 간부나 최고경영자(CEO)는 젊고 카리스마 있게 보이고자 일명 ‘칭기즈칸 성형’이라는 것을 한다. 주름 제거와 눈 밑 지방 제거, 눈꺼풀 처짐 교정이 그것이다. 피부를 절개해 주름진 피부를 당기는 안면거상술은 회복 기간이 2~3주일 걸려 은퇴 후 하는 사람이 많다. 박피 수술, 검버섯이나 점, 기미를 빼는 시술을 받고 정기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는 이도 흔하다.
대기업 해외영업 부장인 C(46)씨는 3개월에 한 번씩 보톡스 시술을 받는다. 양미간에 있는 속칭 ‘고생 주름’을 펴기 위해서다. 그는 “있는 그대로 살려고 했으나 상사들이 농담조로 주름을 지적하자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이사인 K(47)씨는 필러를 1년에 한 번씩 맞는다.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볼살이 빠지면서 늙어 보이게 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K씨는 “나는 몸과 얼굴만 관리하지만 회사 대표는 피부까지 관리를 받는다. 직위가 높아질수록 외모 관리에 신경 쓰는데, 자신이 곧 기업 이미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 남성층에서는 취업과 이성 교제, 사회생활을 이유로 코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안면 윤곽과 몸매 성형도 한다.
한 성형외과병원에서 수술하고 있는 모습(왼쪽). 서울 강남지역에 몰려 있는 성형외과 병·의원들.
L(34)씨는 대학 졸업 무렵 치아 교정과 함께 양악수술을 받았다. 이후 외모가 바뀌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교육업 프랜차이즈 회사에 취직한 그는 “업무 성격상 여성과 일하거나 학부모를 대할 일이 많아 실무 경험은 물론, 외모도 업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해군에 입대한 P(22)씨는 얼마 전 휴가 기간에 여유증 수술을 했다. 여유증이란 여성형 유방 증상을 일컫는다. 수술 후 P씨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더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
정치인 역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외모 관리를 한다. 공약 개발, 지역구 유세도 중요하지만 성형외과나 피부관리실 방문도 중요한 스케줄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기간에 강남 성형외과병원과 피부관리실의 VIP는 여성이 아닌 남성이란 말도 나왔다. 이처럼 목적이 분명한 정치인은 보톡스나 필러 시술 후 사후 관리에도 성실해 10~15년씩 관리를 받는다고 한다. 한 성형외과병원에 따르면 남성 정치인 중에는 수천만 원을 들여 수천 가닥의 모발을 심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수영 성형외과병원 원장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피부관리실의 경우 정치인은 물론 총장 선거를 앞둔 대학 교수도 주요 고객”이라고 했다.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나경원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강남 피부관리실을 다닌 것이 논란이 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은 성형이나 시술, 관리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사례도 2011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눈썹 문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톡스 시술과 쌍꺼풀 수술, 강용석 전 국회의원의 보톡스 시술 정도다.
수술 전 신중히 검토해야
이미지 개선 등의 효과를 노려 성형수술을 하려는 남성이라면 부작용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 가장 편리하고 간단하게 생각되는 필러 시술의 경우에도 2012년에만 12건의 실명이 보고됐다. 2013년에는 23세 남성이 피부과병원에서 코에 필러를 시술받은 뒤 오른쪽 눈이 실명하고 뇌경색을 일으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남성은 수술을 받았지만 실명과 뇌손상 후유증이 남았다. 의료소송 전문 이인재 변호사는 “간단한 시술이라도 수술 전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일봉 성형외과병원 원장은 성형수술을 고려하는 남성은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남성은 대체로 피부가 두껍기 때문에 수술 흉터가 회복되는 기간이 길고 심하게 남을 수 있으므로 흉터를 남기지 않는 수술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남성은 운동을 자주 하거나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안면시술 뒤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직장도, 사회도, 정치도 모두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이다. 이 시대 남성들이 성형수술을 통해 매력자본을 마련하려고 애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