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10일 양잿물로 해삼, 소라의 크기와 무게를 최고 15배까지 늘리는 현장을 낱낱이 파헤친 내용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를 통해 방송되자 많은 시청자가 충격에 빠졌다. 이후 ‘먹는 얘기를 이런 관점에서 다룰 수도 있구나’ ‘정말 제대로 된 검증에 찬사를 보냅니다’ 등 시청자들의 찬사와 응원이 쏟아졌다. 이에 힘입어 지난 1년 반 동안 ‘평균 시청률 2.5%’라는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숱한 화제를 낳은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먹거리X파일’).
최근 제작진은 방송제작에 대한 내용과 ‘착한식당’ 선정에 얽힌 뒷얘기를 묶어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 착한식당을 찾아서’라는 책을 펴냈다. 8월 7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1층 오픈스튜디오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좌석은 물론이고 2층으로 연결된 실내 계단까지 사람이 들어차 앉은 사람보다 서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홍현경 동아일보 출판팀 기자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미처 몰랐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착한식당 주인들 한달음에 달려와
속초와 부산, 광주 등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착한식당 주인 13명, 요리연구가와 식재료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착한식당 검증단 외에도 프로그램 제작진과 행사 취재차 나온 기자들이 뒤섞여 북적이는 실내는 바깥의 땡볕과 폭염 못지않은 열기를 내뿜었다. 한편 착한식당 주인들이 정성스레 만들어온 커피, 빵, 떡, 튀김, 콩국물 등은 밀려드는 사람들로 순식간에 동이 났다.
황수민 채널A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한 행사는 그동안 방송된 동영상 시청으로 이어졌고, 이후 이영돈 PD(채널A 제작담당 상무)가 소개됐다. “입구에 착한커피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 잔 마셨다”는 말로 인사를 시작한 그는 “착한식당 주인들도 다시 보니 반갑다. 방송 나갈 때 보면 이분들 얼굴이 정말 착하게 생겼다. 돈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우직하게 좋은 음식을 만드는 정말 착한 분들”이라는 말로 실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강성욱 채널A 제작3팀 팀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가게는 33곳. 이 가운데 직접 재배한 밀로 칼국수를 만들어 내놓는 손칼국수집, 100% 국산 햇메밀을 사용하고 손님이 주문하면 반죽을 시작하는 메밀국수집, 건강을 위해 천연효모를 고집하는 빵집, 기름을 여러 차례 재탕하지 않고 매일 새로 교체하는 튀김집, 오전에 물질로 딴 전복으로 오후에만 손님을 대접하는 전복죽집 등 15곳을 책에 소개했다.
착한식당 주인 대표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한 이채호(51) 씨는 4년 넘게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서 순댓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 서울의 수많은 순댓집을 순례하며 맛을 봤지만 성에 차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돼지내장을 가게에서 직접 손질하다 보니 “냄새가 고약하다”며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고, 여름철 툭하면 순대가 쉬는 바람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내는 내장 대신 다른 집처럼 식용인공껍질을 사용하자며 설득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개업 후 오랫동안 파리만 날리는 텅 빈 가게를 지켜보며 오기로 버텼다. 그때 방송 제작팀이 가게로 찾아왔고,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이후 지금은 재료가 떨어지면 오후 2시에도 장사를 접을 만큼 여유를 찾았다.
‘착한식당 주인공 소개’를 진행할 때 무대에 올라 유난히 수줍음을 타던 김세훈(62) 씨는 강원 속초시에서 15년째 냉면집을 운영 중이다. 그는 “명태회를 냉면 고명으로 올리는데, 회를 무칠 때 빙초산을 썼다. 그게 그렇게 나쁜 줄 몰랐다. ‘방송 제작진이 찾아오고 본격 검증에 들어가면서 빙초산의 유해성을 알게 됐다. 그게 지난해 10월인데, 이후 빙초산을 양조식초로 바꾸고 깐깐한 재검증 끝에 7월 5일 착한식당으로 지정됐다”며 뿌듯해했다.
하얀 모시옷을 말끔히 차려입고 시원하게 머리를 밀어 눈길을 끈 작은 체구의 김주성(56) 씨는 강원 양양군에서 자연식당을 하고 있다. 2004년 귀촌한 그는 이장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조합을 만들어 2년 전 식당을 연 뒤 현재까지 무보수 대표로 일한다. 봄이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싱싱한 나물로 한 상 가득 밥상을 차려내는 그는 “우리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80대다. 함께 나물 캐러 산에 올라가기도 힘들다. 처음 나물로 식당을 하자고 했을 때 ‘우리가 만날 먹는 풀로 무슨 장사가 되겠느냐?’며 눈총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5월 착한식당으로 선정되고 손님들의 발길이 늘면서 힘을 얻었다. 식당을 잘 키우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향을 떠난 젊은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산골마을을 만들겠다”며 희망과 의욕을 내비쳤다.
먹거리는 건강하게 유통, 소비돼야
먹거리는 생명 유지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산되고 유통, 소비돼야 하며 어떤 불법이나 편법, 편의와 재량이 개입해서도 안 된다’는 게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향해온 ‘먹거리X파일’ 제작팀의 의지다. ‘소비자 처지에서 먹거리에 관한 정당한 권리와 좋은 먹거리의 참된 정의를 알려보자’는 취지로 출발한 ‘먹거리X파일’은 8월 7일 현재 78회(애완견 보신탕)까지 방송됐다.
이영돈 PD에게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지금까지 음식과 요리, 식재료 등과 관련해 전문가 100여 명이 검증단 등으로 동참했다. 전국 식당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착한식당을 선정할 때는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추어탕집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한 분이 ‘대구에 정말 국내 자연산 미꾸라지만 쓰는 식당이 있다’며 제보를 해왔다. 결국 몇 가지 문제로 착한식당으로 선정하지 못했지만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맛있는 식당이 아니라,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내놓는 곳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을 착한식당 선정 목표로 삼는다는 이 PD는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반응과 관심이 뜨거운 걸 보면서 먹거리와 관련해 뭔가 바뀔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프로그램 소구력이 의외로 크고 착한식당도 늘면서 갈수록 희망적”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엄마가 가족을 위해 내놓는 음식처럼 정성과 열정으로 음식을 내놓는 착한식당이 더욱 많아지고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제작진은 방송제작에 대한 내용과 ‘착한식당’ 선정에 얽힌 뒷얘기를 묶어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 착한식당을 찾아서’라는 책을 펴냈다. 8월 7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1층 오픈스튜디오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좌석은 물론이고 2층으로 연결된 실내 계단까지 사람이 들어차 앉은 사람보다 서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홍현경 동아일보 출판팀 기자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미처 몰랐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착한식당 주인들 한달음에 달려와
속초와 부산, 광주 등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착한식당 주인 13명, 요리연구가와 식재료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착한식당 검증단 외에도 프로그램 제작진과 행사 취재차 나온 기자들이 뒤섞여 북적이는 실내는 바깥의 땡볕과 폭염 못지않은 열기를 내뿜었다. 한편 착한식당 주인들이 정성스레 만들어온 커피, 빵, 떡, 튀김, 콩국물 등은 밀려드는 사람들로 순식간에 동이 났다.
황수민 채널A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한 행사는 그동안 방송된 동영상 시청으로 이어졌고, 이후 이영돈 PD(채널A 제작담당 상무)가 소개됐다. “입구에 착한커피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 잔 마셨다”는 말로 인사를 시작한 그는 “착한식당 주인들도 다시 보니 반갑다. 방송 나갈 때 보면 이분들 얼굴이 정말 착하게 생겼다. 돈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우직하게 좋은 음식을 만드는 정말 착한 분들”이라는 말로 실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강성욱 채널A 제작3팀 팀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가게는 33곳. 이 가운데 직접 재배한 밀로 칼국수를 만들어 내놓는 손칼국수집, 100% 국산 햇메밀을 사용하고 손님이 주문하면 반죽을 시작하는 메밀국수집, 건강을 위해 천연효모를 고집하는 빵집, 기름을 여러 차례 재탕하지 않고 매일 새로 교체하는 튀김집, 오전에 물질로 딴 전복으로 오후에만 손님을 대접하는 전복죽집 등 15곳을 책에 소개했다.
착한식당 주인 대표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한 이채호(51) 씨는 4년 넘게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서 순댓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 서울의 수많은 순댓집을 순례하며 맛을 봤지만 성에 차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돼지내장을 가게에서 직접 손질하다 보니 “냄새가 고약하다”며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고, 여름철 툭하면 순대가 쉬는 바람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내는 내장 대신 다른 집처럼 식용인공껍질을 사용하자며 설득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개업 후 오랫동안 파리만 날리는 텅 빈 가게를 지켜보며 오기로 버텼다. 그때 방송 제작팀이 가게로 찾아왔고,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이후 지금은 재료가 떨어지면 오후 2시에도 장사를 접을 만큼 여유를 찾았다.
‘착한식당 주인공 소개’를 진행할 때 무대에 올라 유난히 수줍음을 타던 김세훈(62) 씨는 강원 속초시에서 15년째 냉면집을 운영 중이다. 그는 “명태회를 냉면 고명으로 올리는데, 회를 무칠 때 빙초산을 썼다. 그게 그렇게 나쁜 줄 몰랐다. ‘방송 제작진이 찾아오고 본격 검증에 들어가면서 빙초산의 유해성을 알게 됐다. 그게 지난해 10월인데, 이후 빙초산을 양조식초로 바꾸고 깐깐한 재검증 끝에 7월 5일 착한식당으로 지정됐다”며 뿌듯해했다.
8월 7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출판기념회 현장.
먹거리는 건강하게 유통, 소비돼야
먹거리는 생명 유지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산되고 유통, 소비돼야 하며 어떤 불법이나 편법, 편의와 재량이 개입해서도 안 된다’는 게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향해온 ‘먹거리X파일’ 제작팀의 의지다. ‘소비자 처지에서 먹거리에 관한 정당한 권리와 좋은 먹거리의 참된 정의를 알려보자’는 취지로 출발한 ‘먹거리X파일’은 8월 7일 현재 78회(애완견 보신탕)까지 방송됐다.
이영돈 PD에게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지금까지 음식과 요리, 식재료 등과 관련해 전문가 100여 명이 검증단 등으로 동참했다. 전국 식당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착한식당을 선정할 때는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추어탕집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한 분이 ‘대구에 정말 국내 자연산 미꾸라지만 쓰는 식당이 있다’며 제보를 해왔다. 결국 몇 가지 문제로 착한식당으로 선정하지 못했지만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맛있는 식당이 아니라,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내놓는 곳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을 착한식당 선정 목표로 삼는다는 이 PD는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반응과 관심이 뜨거운 걸 보면서 먹거리와 관련해 뭔가 바뀔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프로그램 소구력이 의외로 크고 착한식당도 늘면서 갈수록 희망적”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엄마가 가족을 위해 내놓는 음식처럼 정성과 열정으로 음식을 내놓는 착한식당이 더욱 많아지고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