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 홍보팀 김선태 주무관. [충주시 제공]
최근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도 홍보 효과를 노리며 유튜브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 중 유튜브 채널 영향력의 척도가 되는 구독자 수 1등은 어디일까. 인구 21만 명인 충북 충주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는 2022년 12월 16일 기준 구독자 수 28만 명으로 서울시(18만2000명)와 경기도(4만100명)를 뛰어넘는 전국 지자체 유튜브 최강자다. 그 주역은 2019년 4월 채널 개설부터 기획, 편집을 도맡아온 홍보팀의 유튜브운영분야 전문관 김선태(35) 주무관이다. ‘주간동아’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특유의 톡톡 튀는 감각과 열정으로 충TV를 성장시킨 김 주무관을 만났다.
충북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에서 선보인 콘텐츠 ‘공무원 관짝춤’(왼쪽)과 ‘하수처리장 먹방’의 한 장면. [충TV 유튜브 캡처]
“만듦새 덜 세련돼도 진정성 인정받아”
유튜브에서 홍보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유튜브가 대세이니 시 홍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시장에게 보고했다. 꼭 내가 도맡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덜컥 유튜브 채널을 통한 시정 홍보 방안이 채택돼 업무를 맡게 됐다(웃음).”
공공기관 홍보물은 딱딱할 거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렇다. 그래서 우리 유튜브 채널을 다른 공공기관과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했다. 우선 타 기관이 운영하는 채널을 여럿 살펴봤는데, 놀라울 정도로 포맷이 다 유사했다. 용역업체를 통해 제작한 시정 홍보나 기관장 인터뷰 등 획일적인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시장 인사말’이라는 제목에 딱딱한 내용의 영상이 올라오는 재미없는 채널은 구독자로선 ‘믿거’(믿고 거른다) 대상 아니겠나. 그런 식의 홍보물은 사람들이 절대 안 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B급 감성을 가미해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일단 충주시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시정을 홍보해도 충주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사람에게 그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일단 가벼우면서도 재밌는 콘텐츠로 충주시의 존재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퀄(퀄리티) 영상이 아니라, 개인 유튜버처럼 과감하게 ‘막’ 해보자 싶었다. 처음 올린 영상은 소리가 잘 안 들리고 카메라 앵글도 흔들릴 정도로 퀄이 높지 않았다. 유튜브 운영 초기엔 개인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했다. 고가의 편집 프로그램도 당장 구비하기 어려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 모델을 썼다. 지금도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나 혼자 제작한다. 충주시의 한 해 유튜브 홍보 예산이 60만 원인데 영상 편집 프로그램 이용료로 모두 사용한다. 만듦새가 그리 세련되진 않아도 구독자들이 진정성을 알아준 것 같다.”
김 주무관의 콘텐츠 전략은 10분 길이의 짧은 영상을 매주 정기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충주시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부서 공무원들의 애환을 유쾌하게 풀어내는가 하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밈(meme)도 적극 활용한다. 그간 업로드한 185개 콘텐츠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김 주무관은 가장 많은 조회수(2022년 12월 16일 기준 810만 회)를 기록한 ‘공무원 관짝춤’과 ‘하수처리장 먹방’을 꼽았다. 전자는 아프리카 가나의 독특한 장례 문화에서 비롯된 밈을 패러디했다. 가나에선 고인을 기리며 운구 행렬이 흥겨운 춤사위를 선보이는데, 김 주무관은 이를 따라 한 영상으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했다. 후자는 제목 그대로 하수처리장에서 악취를 이겨내며 ‘먹방’을 하는 콘텐츠다. “하수처리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고충을 알리면서도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싶었다”는 것이 김 주무관의 설명이다.
“변하려는 젊은 공직자의 시도에 관용적 태도 필요”
MZ세대의 톡톡 튀는 감성이 행정에 반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MZ세대 공직자가 적잖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훨씬 낫다. 홍보 분야를 예로 들자면 B급 감성의 콘텐츠가 자칫 구설에 오르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적극적인 유튜브 홍보로 민원이 빗발치거나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잃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젊은 공직자가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관용적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새로운 시도에 뒤따르는 작은 부작용보다 열정과 도전의 가치가 더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포부는?
“인터넷 신조어로 ‘나락 간다’(몰락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게 목표다. 유튜브 채널이 성장할수록 나락 갈 확률이 높아진다. 속된 말로 사고를 쳐 채널 신뢰도가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하는 한편, 지금의 폼(form)과 개성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큰 인기를 끌던 유튜브 채널도 몇 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나. 향후 충주시를 홍보하는 실시간 스트리머(streamer)로도 활동하고 싶다. 생방송엔 별도 장비가 필요하고 말실수 같은 리스크도 관리해야 하기에 장기 과제 삼아 꼼꼼히 준비해보고 싶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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