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가끔 인터넷상에서 편견 없는 짤이라며 돌아다니는 이미지를 많이 본다. 보건소 방문객이 주소를 잘못 입력해 공중 화장실이 PC 화면에 떴는데 공중 화장실에서 사느냐고 물어본 직원, 조나단에게 어디 조 씨냐고 물어보는 급식 선생님 짤 등이 큰 웃음을 준다. 확실히 요즘 Z세대는 꼭 “이게 이거다!”라고 정의하거나 “이게 맞아?” “이래도 돼?”라고 질문하기보다 “좋아하고 재밌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축구선수 손흥민이 패션 브랜드 NOS7을 론칭했다. 딱 보면 알겠지만 본인 성 ‘SON’을 거꾸로 하고 자신의 등번호 7을 넣은 브랜드명이다. 6월 분더샵 청담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본격적으로 오픈했다. 손흥민이 입국할 때 한 번 입었을 뿐인데 오픈런은 기본이고, 대기 줄을 서는 사람도 많았다.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를 봐도 옷 질이 괜찮다는 평가들이 꽤 있어서 앞으로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요즘 Z세대는 평생직장은 없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한다. 30년간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무척 존경스럽지만, 한 직업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렵고 집도 살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유튜버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펀딩을 하는 등 본업 외에 또 다른 직업을 갖는 게 Z세대에게는 당연하다. 손흥민이 축구만 하는 게 아니라 사업도 하는 것처럼.
Z세대인 필자도 알파세대 친구들이 틱톡이나 브이로그를 찍어서 올릴 때면 깜짝깜짝 놀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상을 전문적으로 찍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방구석에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만들고 촬영하는 게 무척이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이 아이가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지 물어올 때가 많은데, 그럼 휴대전화로 시작하라고 말해준다. 이제 누구나 휴대전화로 촬영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메타버스로 드라마를 찍기도 하고, 심지어 요즘은 메타버스에서 오디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유튜브에서 ‘제페토 브이로그’ ‘제페토 드라마’ 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토카월드’라는 교육용 게임을 즐기는 알파세대가 많이 등장했는데, 아이들이 게임으로 역할놀이를 하고 브이로그를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유튜브나 숏폼 콘텐츠는 어렵고 복잡한 기존 영상 편집 툴을 다루지 않아도 VLLO(블로) 같은 애플리케이션(앱)만 있으면 누구나 편집해 업로드할 수 있다. “영상 촬영과 편집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이제는 확실히 사라진 것이다.
개그맨 지석진이 운영하는 유튜브 ‘지편한세상’. [유튜브 캡처]
#50대 아저씨가 카페 가는 게 어때서
개그맨 지석진과 김수용이 카페 투어를 다니는 프로그램이 이슈가 된 적 있다. 편견에 사로잡혔다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 부분이 50대라고 꼭 그런 곳에 갈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안 가고 싶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다”고 느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카페 외에 놀이동산도 함께 가고 사진도 찍어 올리면서 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지석진과 김수용이 출연한 영상에 “아버지를 데려갔는데 좋아하셨다” “하고 싶은 거 다 즐겁게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댓글이 있었다. 이전에도 지석진은 틱톡커로서 Z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편집 실력이나 틱톡 유행 챌린지를 하는 모습 등으로 틱톡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이 됐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지석진이 올린 유튜브 영상 중 2002년생들에게 케이크를 사주는 동영상이 다시 화제가 됐다. 성공한 아저씨가 카페 투어를 하면서 비싼 디저트를 사 먹기 부담스럽다며 직접 사주는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녔다. 어쩌면 지석진은 꼰대가 싫다는 이 시대 Z세대가 생각하는 가장 꼰대와 반대되는 사람이 아닐까.#29CM에 19금 웹툰이 등장하다니
온라인 쇼핑몰 29CM은 도서목록에 대부분 힙한 분위기의 잡지나 딱 봐도 “오, 편집숍에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책을 올려둔다. 그런데 여기 특이한 웹툰 단행본이 등장했다. 바로 ‘1을 줄게’라는 네이버 19금 웹툰이다. 화요일 2030여성 웹툰 1위로, 여자주인공이 다음 연애하는 사람이 마지막 연애 상대가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자 몸에 숫자 1이 새겨지고 후에 몸에 99 숫자가 있는 남자를 만나는 내용인데, 댓글에서도 네이버가 이런 걸 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온 작품이다. 사실 이런 웹툰이 29CM에 등장한 것도 놀랍지만, 네이버 IP팀이 왜 컬래버했는지 글을 올려 더 화제가 됐다. 네이버 웹툰은 10대 유저가 많고 19금 책은 단행본으로 제작됐을 때 서점 광고가 불가능하기에 20, 30대 유저가 많은 플랫폼과 컬래버했다는 것이다. 쇼핑몰도 단행본 홍보에 그치지 않고 ‘열아홉에는 몰랐던 스물아홉 어른의 물건’이라는 문구와 함께 숙박권, 속옷, 콘돔 등을 팔았다. Z세대는 이제 책을 꼭 서점에서만 사지 않을뿐더러, 19금도 감추지 않고 당당하면 오히려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축구선수 아닌, 패션 브랜드 대표 손흥민
축구선수 손흥민(왼쪽). 손홍민이 론칭한 패션 브랜드. [동아DB, NOS7[NOS7 홈페이지 캡처]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상 편집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유튜브를 할 수 있는 시대다.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