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 노령화보다 저출산

아이를 위한 한국은 없다?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8-12-2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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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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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를 나라의 미래라고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정책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저출산으로 아이 수가 심각하게 줄고 있다. 정부도 합계출산율이 1명 안팎을 오가자 관련 정책을 내놓고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효과가 없다. 하향하는 합계출산율 그래프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10년간 저출산에만 130조 원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5년간 100조 원을 더 쏟겠다는데, 왜 점점 출산율은 떨어지고 젊은 층은 결혼까지 기피하는 것일까.

    인구절벽이 눈앞

    정부는 2018년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공식화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 강신욱 통계청장은 12월 18일 “올해 합계출산율은 1.0명 미만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출산율 감소로 총인구 감소 시점은 2016년 장래인구추계 당시 전망했던 2028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저출산은 세계 각국이 모두 겪는 문제지만 한국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68명을 크게 밑돌았다. 올해 1명 미만으로 떨어지면 말 그대로 세계적 기록을 세우게 된다. 과거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이 0명대 출산율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세 나라 모두 인구 규모가 작다. 인구 3000만 이상 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지는 것은 한국이 최초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모두 합계출산율이 1.2명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당면한 현실로 미뤄보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통계청의 2016년 장래인구추계가 전부 빗나갔다. 당시 장래인구추계에서 향후 정부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전제로 계산한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8명, 2017년 1.20명, 2018년 1.22명이었다. 비관적으로 추정해 계산한 출산율은 1.16명, 1.14명, 1.13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합계출산율은 비관적 추정보다 훨씬 낮아져 2017년 1.05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산 관련 예산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보육·출산 지원 예산이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예산 집행이 잘된 것으로 보인다. 결혼한 부부의 합계출산율이 우상향 곡선을 그렸기 때문. 2016년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산 대책의 효과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6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 1.7명이던 부부 출산율은 2016년 2.23명으로 늘었다. 보육 지원 확대가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 다만 혼인율이 떨어지니 부부 출산율이 상승해도 전체 합계출산율은 하락했다. 



    그렇다고 보육예산을 줄여 혼인 관련 예산을 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지원해 부부 출산율이 올랐고, 그에 따라 합계출산율 감소세가 둔화됐다는 것. 보고서에서도 보육·출산 보조 관련 정책의 지원 폭을 넓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가정 양립 등 사회상의 변화가 동반돼야 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조치가 내려진 한 학교의 텅 빈 운동장. [뉴스1]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조치가 내려진 한 학교의 텅 빈 운동장. [뉴스1]

    물론 정부도 결혼하고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정부는 2016년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청년고용 활성화와 신혼부부 주거 지원 강화 방안을 추가했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내지 못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7년 1월 발간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는 13개 정부 부처가 내놓은 관련 정책이 서로 모순되거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각 부처 정책을 망라해 발표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부처 간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지적한 사례 가운데 하나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사업.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 때문에 결혼 적령기 청년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혼부부가 노려볼 만한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주택 사업은 공급이 부족했다. 11월 결혼해 가정을 꾸린 김모(28) 씨는 “결혼만 하면 경기도권의 임대주택을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결혼식 날도 임대주택 당첨 발표 때문에 집중을 못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결국 사회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고서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외환위기 이후 심화·고착화돼온 한국 사회의 생애과정별 누적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구조적 대응으로의 정책 전환과 수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저출산 대책의 한계를 짚었다. 

    이에 정부도 장기적으로 관련 예산을 늘릴 예정이다. 올해 정부 부처가 저출산 대책으로 사용한 예산은 총 21조8438억 원. 이를 2019년에는 22조11억 원, 2020년에는 22조3837억 원으로 증액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산만 올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12월 20일 한국여기자협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10년 동안 저출산에 130조 원을 썼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면 쓴 게 없다. 관계없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사회상을 바꾼다는 거시적 목표가 생기자 저출산-고령화 문제와는 관계없는 정책도 관련 예산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 

    정부 관계자는 “194개 과제를 역량집중과제와 계획제외과제로 구분해 35개 역량집중과제에 대한 관리를 특히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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