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 스마트팜이 바꾸는 농촌

발달장애 청년을 도시 농부로 !

푸르메재단, 수도권에 ‘푸르메에코팜’ 세워 질 좋은 일자리 창출 계획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8-07-17 11: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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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developmental disability) : 선천적으로 또는 발육 과정 중 생긴 대뇌 손상으로 인해 지능 및 운동 발달 장애, 언어 발달 장애, 시각, 청각 등의 특수 감각 기능 장애, 기타 학습장애 등이 발생한 상태.’(서울대병원 의학정보) 

    몸은 자라는데 마음은 자라지 않는 발달장애인의 삶은 대부분 이렇다. 병원에서 발달장애 진단을 받으면 어린이재활병원에 입원해 홀로서기를 위한 치료를 받는다. 상태가 호전되면 복지관이나 재활센터로 옮겨 일상생활과 취업을 위한 기본 교육 및 훈련을 거듭한다. 이 가운데 보호자나 자원봉사자 없이 홀로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상위 약 30%의 발달장애 청년은 복지관 혹은 재활센터 졸업 후 취업을 한다. 

    이들이 취업하는 직장 가운데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곳이 대기업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나 복지관, 주간케어센터다. 특히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경우 발달장애인 1명 채용 시 장애인을 2명 채용한 것만큼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취업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채용된 발달장애인은 기업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을 하거나 사업장 청소, 차량 세차 등의 업무를 맡는다.

    발달장애 청년 72.5%, 졸업 후 무직

    2020년 경기도 인근에 건립하는 것이 목표인 ‘푸르메에코팜’ 예상 모습(사진은 합성자료임). [사진 제공 · Regen Village@EFFEKT ARCHITECTS]

    2020년 경기도 인근에 건립하는 것이 목표인 ‘푸르메에코팜’ 예상 모습(사진은 합성자료임). [사진 제공 · Regen Village@EFFEKT ARCHITECTS]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안타깝게도 특수학교나 특수반을 졸업한 발달장애인의 72.5%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발달장애 청년 자신도 아쉽겠지만 집에서 그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 보호자의 마음은 더욱 아프다. 그나마 이들이 낮시간에 이용 가능한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수용률이 5.5%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발달장애인이 적잖다. 

    발달장애인이 갖는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발달장애인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힘들고 평생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이런 이유로 자폐와 함께 ‘최후의 장애’로 꼽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폐쇄되고 열악한 사업장에서 단순노동을 반복하고 착취에 가까운 저임금을 받는 경우도 꽤 있다. 또한 재직 기간이 길어야 2~3년으로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도 많다. 



    해외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사뭇 다르다.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하나의 마을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룹 홈을 만들고 작은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후 기업을 유치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BMW 같은 자동차 기업이 단순 조립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단순한 목공 작업과 농사 등 발달장애인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한다. 정부 역시 관련 기업에게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 발달장애인과 기업, 정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구조다. 

    비영리공익재단 ‘푸르메재단’은 여기에서 착안해 발달장애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재단이 선택한 일자리 분야는 농업이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일하면서 심리적으로 치료 효과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농사다. 정태영 푸르메재단 기획실장은 농사를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상품 포장, 나사 조립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평가했다. 

    농사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토마토 모종을 심고 기르는 단순한 일도 열매 생김새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이에 발달장애인이 일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고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다. 정태영 푸르메재단 기획실장은 “이미 발달장애인 가족 가운데 농사의 치유 효과에 주목해 비교적 노동량이 적은 버섯 농사를 짓고자 준비하는 분도 있다. 톱밥을 뭉쳐 만든 기둥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일인데, 재단 측에 전화를 걸어 같이해보자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팜의 성공을 조심스레 점쳤다.

    스마트팜으로 취업과 치료 한번에

    푸르메에코팜 내부에는 수확 작물을 판매하는 상점(위쪽)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휴식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사진은 네덜란드 스마트팜 내부 모습.

    푸르메에코팜 내부에는 수확 작물을 판매하는 상점(위쪽)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휴식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사진은 네덜란드 스마트팜 내부 모습.

    발달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팜의 미래 가능성이 큰 이유는 기존 농업과 달리 고부가가치 사업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이란 농업과 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공장형 농업 시설을 갖추고 좀 더 편리하게 농작물을 재배, 수확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일단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네덜란드 스마트팜의 수확량은 국내 노지재배의 5~10배, 시설재배의 2배 이상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한 체험 및 견학 프로그램으로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스마트팜 시설은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천장이 높고 내부 채광도 잘돼 매우 밝다. 설비도 신식이라 근무 환경 또한 좋다. 정태영 푸르메재단 기획실장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마트팜은 그런 면에서 최적의 일자리가 될 것이다. 물론 여러 기업으로부터 투자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 그러나 한번 건설하면 이직 걱정 없이 꾸준히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르메재단은 스마트팜 ‘푸르메에코팜’을 경기도 인근 9900㎡ 땅에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푸르메재단은 2020년까지 이곳에 기업 투자 유치와 모금 캠페인을 통해 25억 원 규모의 스마트팜 설비를 구축하고, 17억 원을 들여 체험·교육·여가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푸르메에코팜의 채용 규모 추정치는 450명 정도다. 가장 중요한 발달장애 청년의 정직원 채용은 50명가량으로 예상되고, 전국 특수학급과 연계해 200여 명에게 직업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직업재활시설을 마련해, 학교에 다니면서 인턴십 과정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200명 정도 될 전망이다. 가족과 자원봉사자까지 발달장애 청년을 도우면서 일할 경우 최소 2배 이상 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적으로는 수확한 농산물을 일반인에게 판매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정태영 푸르메재단 기획실장은 “푸르메에코팜 내부에 상점을 마련해 누구나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주말 장터도 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멀리서 찾아온 이들을 위한 카페와 베이커리를 만들고 각종 기념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푸르메에코팜이 성공할 경우 다른 지역에 2호점을 내는 것이 향후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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