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팀 쿡 애플 CEO가 ‘뉴아이패드’를 공개하며 “포스트 PC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3월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바부에나센터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자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패드의 세 번째 모델 ‘뉴아이패드’를 소개했다. 애플은 ‘아이패드3’ 대신 ‘뉴아이패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순히 기존 아이패드 모델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작을 뛰어넘은 새로운 제품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아이패드는 하드웨어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고성능 카메라를 갖췄고, 4세대(4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한다. 성능이 향상된 칩을 사용해 속도도 한층 높아졌다.
예상대로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 세계로 뉴아이패드 소식이 퍼져 나갔다. 애플 주가가 상승한 것은 물론, 아이패드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의 주가도 출렁였다. 미국에서는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초기 공급 물량을 넘어서는 주문이 밀려들었다.
뉴아이패드에 대한 관심은 국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뉴아이패드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왔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도 뉴아이패드가 등장했다.
아이패드 앱 그대로 사용
뉴아이패드는 기존 아이패드, 아이패드2보다 속도와 해상도, 카메라 기능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성능이 향상됐다. 화면 크기는 9.7인치로 기존 아이패드와 동일하지만, 해상도는 2048X1536으로 훨씬 좋아졌다. 아이패드2와 비교하면 4배 높은 수준이다. HDTV나 데스크톱PC에서 많이 사용하는 1920X1080보다 1.5배 높은 해상도다.
TV나 PC에 사용하는 HD와 해상도 규격이 다른 것은 단지 해상도를 더 좋게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화면 비율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크다. TV나 PC의 화면 비율은 16대 9인 데 반해, 아이패드는 4대 3이고, 해상도는 1024X768이다. 뉴아이패드는 기존 아이패드의 화면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상도를 정확히 2배 높여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앱)과 호환성을 갖도록 했다.
차세대 통신기술인 LTE를 지원토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애플 제품 중 LTE를 지원하는 것은 뉴아이패드가 처음이다. 미국에서 LTE가 상용화하자 이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LTE를 상용화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LTE를 서비스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뉴아이패드에 LTE를 사용하려면 애플이 한국 사정에 맞춰 개발을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을 위해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LTE 지원 모델은 3세대(3G)도 함께 지원하기 때문에 3G망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
약점으로 꼽히던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능을 향상시켰다. 500만 화소 ‘아이사이트’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1080p HD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음성인식도 지원한다.
성능을 높이는 과정에서 아이패드2에 비해 두께가 0.6mm 두꺼워지고, 무게가 34g 무거워진 것은 단점이다.
하드웨어 성능이 좋아졌지만 깜짝 놀랄 만한 혁신을 기대했던 사람을 만족시키기에는 2%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뉴아이패드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혁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파격적인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하드웨어 성능이 좋아지면 가격도 높아진다. 그러나 뉴아이패드는 예외다. 아이패드2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가격은 그대로다. “뉴아이패드의 진짜 혁신은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경쟁사가 놀란 부분도 이 점이다.
애플은 뉴아이패드 와이파이 모델 16GB 제품을 499달러, 32GB는 599달러, 64GB는 699달러로 기존 아이패드2와 동일하게 책정했다. LTE 지원 모델은 16GB 제품이 629달러, 32GB는 729달러, 64GB는 829달러다. 뉴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아이패드2 판매가는 100달러가량 내렸다.
국내 소비자의 관심은 싸고 좋아진 뉴아이패드를 언제 살 수 있을지에 모아졌다. 그러나 애플이 정한 1차 출시국과 2차 출시국에 한국이 빠져 있어 정식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애플은 뉴아이패드를 3월 16일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10개 국가에서 1차 출시했다. 예약판매를 통해 구매한 사람은 이미 뉴아이패드를 손에 쥐었다. 이어 3월 23일에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이탈리아, 마카오 등 26개국에서 2차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빨라야 4월 말 출시
이후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과거 아이패드는 세계 첫 출시와 국내 출시가 6개월 정도 시차가 있었고, 아이패드2는 1개월 정도 시차가 났다. 뉴아이패드 역시 크게 지연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플이 뉴아이패드를 공개할 때까지 국내에서 전파인증과 망 연동 테스트 등의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제품 출시를 위한 시험과 인증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빨라도 4월 말 이후에나 국내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아이패드를 하루라도 먼저 사용하려는 사람 중에는 해외에서 구매하려는 이들도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예약판매를 통해 1차 공급분이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 제품 확보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애플 경쟁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태블릿PC 부문은 부진하다고 평가하기에 뉴아이패드에 어떤 대응전략을 펼칠지가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최초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해상도를 높인 ‘갤럭시탭 7.7’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에서 공개한 ‘갤럭시 노트 10.1’도 5월경 출시한다. 갤럭시 노트 10.1은 뉴아이패드 국내 출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시돼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또 하나의 야심작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IT 전문 외신은 “삼성전자가 화질 등 성능을 대폭 개선한 ‘갤럭시탭 11.6’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