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회법 개정으로 달라진 부분은 시행령이 법 취지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해당 부처에 ‘통보’할 수 있었던 것에서 ‘수정·변경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강화하고,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한 것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바꾼 정도다. 통보를 수정·변경 요구로 강화했다고 하지만, 처리 및 결과 보고는 오히려 느슨해진 면이 있다.
세월호특별법과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이 타깃
국회법 개정에 여야가 합의하고 5월 29일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244명 가운데 211명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배경에는 의원들 사이에 ‘행정부가 만든 시행령이 국회가 제정한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 · 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세월호특별법 시행령)과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입법 취지를 넘어선 대표적 과잉 행정입법 사례로 꼽고 있다.
정부가 만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 정원을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하고, 사무처장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되도록 직제를 구성함으로써 주요 조사 대상이던 해양수산부와 국가안전처를 오히려 조사 주체로 둔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주간동아’ 982호 참조).
무상보육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 책임 역시 법과 시행령이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영·유아교육 관련법에는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이 있는데, ‘유아교육법’은 교육부, ‘영유아보육법’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소관인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서 무상보육 비용을 교육부 소관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교육’하라고 보내주는 돈. 그런데 보건복지부 소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서 ‘교육’ 예산을 ‘보육’에 쓰도록 규정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교육감 등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하라는 것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항변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입법 취지와 다른 시행령에 대해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통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중앙부처에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할 권리가 생긴다. 그러나 ‘처리’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