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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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태산’인 글로벌 전기차업계… 현대차의 선택은?

[조진혁의 Car Talk] 보조금 사라진 미국 수요 가라앉아… 중국은 이익 감소 직면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6-01-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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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의 첫 전동화 목적기반차량(PBV) PV5. 기아 제공

    기아의 첫 전동화 목적기반차량(PBV) PV5. 기아 제공

    2025년 자동차업계에는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독일 자동차산업을 상징하는 폭스바겐그룹의 구조조정, 중국 전기차의 물량 공세,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 개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을 깊게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은 끝났을까. 그러니까 전기차가 앞으로는 잘 팔릴까 하는 것이다. 

    전기차는 2024년 세계에서 1700만 대 이상 팔렸다. 글로벌 신차 시장점유율도 20%를 넘겼다. 지난해에는 캐즘에도 2100만 대 넘게 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는 더는 ‘실험용 차’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사야 해?”라고 질문한다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캐즘 원인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확신의 공백’이다. 기술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데, 관련 정책은 흔들리고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이 간극에서 오는 불안이 지금 전기차 시장에 안개처럼 내려앉아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

    중국 상황부터 보자. 여전히 세계 전기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미래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 판매량이 늘어도 이익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조차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잉 생산, 출혈 경쟁, 정부 주도 성장 모델이 남긴 후유증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가격 경쟁 자제’를 주문하고 보조금 축소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무작정 빨리 달리기보다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신호다. 중국의 이러한 정책 전환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불확실성을 안긴다.

    미국은 한층 더 노골적이다. 전기차 전환을 떠받치던 세액공제와 각종 규제 장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빠르게 무력화됐다. 보조금이 사라지자 수요도 가라앉았다. 유럽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동안 탄소배출 규제를 강조하며 전기차 판매를 밀어붙였지만, 최근 ‘2035년 내연기관 퇴출’ 목표를 사실상 철회했다. 정책 신뢰성에 금이 간 건 당연하다. 

    전 세계적으로 관세전쟁이 벌어지고 보호무역 기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기차는 더는 ‘친환경 상품’이 아니다. 이런 국면에서 과감하게 전기차를 구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관건은 어느 제조사가 이 상황을 견디고, 또 어느 제조사가 낙오하느냐다.  



    이 지점에서 한국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세계가 캐즘에 시달리는 동안 한국은 전기차 보급이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보급 대수는 사상 최초로 20만 대를 넘겼다. 보조금 집행 시기가 앞당겨졌고, 주행거리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된 영향이다. 현재 한국 소비자에게 전기차 구매는 합리적 선택인 셈이다. 

    현대차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9.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9. 현대차 제공

    현대차, ‘총소유비용’ 합리화 추구 

    올해는 국내시장에 최대 30종에 달하는 신형 전기차가 쏟아진다. 공급 파도 속에서 선택지는 많아지고,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기아는 EV3, EV4, EV5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세그먼트 확장에 승부수를 걸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의 가격 조정과 상품성 개선을 발표했다. 사실 지금 시장에서 화려한 기술력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총소유비용’의 합리성이다. 보조금을 포함한 실구매가부터 연료비와 유지비, 충전 편의성까지 포함한 계산에서 이겨야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3000만~4000만 원대 구간에서 정면 승부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프리미엄 전략도 편다. 제네시스 GV90이라는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을 전기차로 내놓는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균형이다.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병행한다. 이는 전기차 전환을 미루는 선택이 아니라, 캐즘의 불확실성을 견디는 전략이다. 정책이 흔들리고 시장이 출렁일수록 단일 해법은 위험할 수 있다. 전기차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캐즘을 탈출했는지 보여주는 중간 성적표는 한국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올 것이다. 전기차가 보조금과 정책의 보호막 없이도 선택받을 수 있는지, 가격과 상품성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 그 답이 한국시장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캐즘은 진행 중이다. 다만 이제 누가 상황을 돌파할 준비를 끝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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