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모두 간병비를 급여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동아DB
“간병비 부담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나누겠습니다. 공공이 부담을 나눠 간병 파산의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5월 8일 어버이날 페이스북 게시 글 중)
이재명, 김문수 후보가 요양병원 간병비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놨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갈수록 국민 부담이 커지는 요양병원 간병비 문제를 국가가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간병지옥’이라는 말처럼 간병은 가족 갈등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큰 공약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데는 연간 최소 15조원 넘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국민건강보험은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된다. 두 후보 모두 아직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시범사업 했어도 모호한 공약
요양병원 간병비는 하루 평균 12만~15만 원, 한 달 내내 간병인을 쓴다고 가정하면 360만~450만 원이 든다.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2023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환자와 보호자가 사적으로 지출하는 간병비는 1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2014년(5조~6조5000억 원)보다 약 54% 증가한 수치다. 간병비 부담이 커지면서 간병비 급여화는 선거 때마다 인기 공약으로 부상했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20대 대선과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주요 후보가 앞다퉈 1호 공약으로 내놨다.급여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자 정부는 2024년 4월부터 전국 10개 지역, 20개 요양병원에서 ‘요양병원 간병지원 1단계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혼수상태·인공호흡기 부착 등 의료 필요도가 높은 장기요양등급 1~2등급 환자로, 전체 입원 환자의 약 5% 수준이다. 환자 인당 월 59만4000~76만6000원을 지원했고 본인부담률은 40~50%로 낮아졌다. 그러나 참여 병원 수는 점차 줄고 있다. 20곳 중 1곳이 8개월 만에 참여를 중단했다. 대상자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 지원 절차가 지연돼 병실 공실이 생기거나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단골 공약이 이번 대선에도 나왔지만 구체성은 부족하다. 두 후보 모두 간병비를 어디까지 급여화할지, 지원 대상을 얼마나 넓힐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가족 간병 시 월 50만 원, 65세 이상 배우자 100만 원 지급 등 구체적인 현금 지원 공약을 내놨지만 모든 가족에게 적용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돈 드는 공약, 건보 개편안은 없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 3072억 원 적자로 전환된다. 2028년엔 적자폭이 1조5836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비 지출도 높다(그래프 참조). 2023년 기준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 국민이 지출한 총 의료비 가운데 가계가 직접 부담한 비율은 약 3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9%)보다 높다. 전체 진료비의 44.1%는 65세 이상 노인이 썼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현 국민건강보험 체계만으로는 이런 지출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8년이면 국민건강보험 적립금이 바닥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지만, 국민건강보험 개편안은 주요 대선 후보 공약에서 빠져 있다. 김 후보는 국민건강보험 개편 방향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고, 이 후보는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재정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공약을 실행하려면 제3의 간병기금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간병비가 치료비보다 많아지는 상황은 국민건강보험의 본래 목적에서 어긋난다”며 “국민건강보험은 치료비를 보조하는 제도인데, 간병비가 주요 지출 항목이 되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가 재정을 연계해 일정 비율씩 재원을 분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해진 범위에서 간병비를 지원하는 별도 기금 마련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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