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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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요동치는 광주

“해도 해도 너무했제”

돌아선 광주 민심…‘더민주’는 후보 기근, ‘국민의당’은 치열한 경선 예고

  • 최권일 광주일보 기자 cki@kwangju.co.kr

    입력2016-01-18 17: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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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도 해도 너무했제, 지들이 도대체 한 일이 뭔데. 민주당(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이제 끝나부렀제.”
    “문재인이 한 것이 뭐 있는데, 툭 하면 호남에 와서 표만 달라고 하제. 아이고, 이제 문재인하고 더민주는 회복 불능이여, 차라리 안철수가 죽을 쒀도 기대라도 한번 해볼라네.”
    “무슨 소리여. 안철수 신당은 도로 더민주당이랑께. 지랄, 지역 국회의원들이 한 것이 뭐 있는데, 공천 못 받을 것 같으니까 탈당해서 신당 간다고. 그게 새 정치냐.”
    1월 13일 광주 남구 봉선동 먹자골목. 한 호프집에 취기가 약간 오른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 4명이 목소리를 높이며 때아닌 정치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누가 보면 마치 싸움이라도 할 기세였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어보니 동네에 사는 고교 동창생들이 모여 한잔하는 자리였다. 회사원 정정욱(49) 씨는 “생각들을 해봐라. 지난 대통령선거(대선)에서 호남, 특히 광주에서 그렇게 문재인한테 몰표를 줬는데 정권교체를 했느냐. 호남에서만 표를 몰아주면 이긴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지들이 대선 승리를 위해 한 게 뭐 있느냐”면서 “그때 지들한테 몰표를 줘버리고 박근혜한테 표를 안 주니까 또다시 호남이 소외를 당하는 것이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쏠림 현상 뚜렷

    사업을 하는 이경호(49) 씨가 맞장구를 쳤다. 이씨는 “대선에서 졌으면 정치라도 잘해야제. 세월호 참사, 국정 교과서, 지들이 한 게 뭐 있는데. 만날 싸움질이나 하고, 단 한 번도 제대로 정부와 여당하고 붙어서 이겨본 적이 있느냐”면서 “이제 (더민주는) 끝났어. 차라리 안철수한테 기대를 걸어보는 게 더 낫제”라고 톤을 높였다.
    그러자 회사원 최진호(49) 씨가 반론을 폈다. “좋다. 안철수한테 기대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탈당한 지역 국회의원들은 한 것이 뭐가 있느냐. 지역 민심이 안 좋은 것이 뭐 다 문재인 탓이냐. 지역 국회의원들 탓이 더 크다”며 “새 정치 한다면서 구정치인들과 함께 가는 것이 맞느냐”고 응수했다.
    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 창당 추진이 이어지면서 호남 민심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내 싸움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인 데 대해 염증을 느낀 호남 민심이 최근에는 안 의원이 추진 중인 국민의당으로 기우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뿐 아니라 오는 4·13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탈당 바람도 상당하다. 지역 민심이 더민주에 등을 돌리고,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자칫 4·13 총선에서 선거구별로 더민주는 후보 기근 현상, 국민의당은 치열한 경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까지 바꾸고 인재 영입을 잇달아 추진하며 호남 민심을 다시 붙잡고자 몸부림치지만, 한 번 떠난 민심은 쉽게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민주 사수파로 분류되던 A입지자는 최근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A씨는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면서 “지역 민심을 듣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면 10명 중 9명은 탈당하라고 한다. 심한 분들은 탈당하고 다시 오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부 유권자는 이번 기회에 야당이 철저히 파괴돼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더민주 소속 김명진 광주 남구 예비후보는 “하루에 1000명 정도를 만나면서 선거운동을 하지만, 대부분 더민주는 이제 회복 불능 상태라고 한다”면서 “안철수가 못하면 차라리 무소속을 찍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한 뒤 조만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민심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과 29일 이틀간 ‘광주일보’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1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41.9%를 기록해 더민주 지지율 29.4%에 비해 12.5%p나 높게 나타났다.



    전통적 지지층의 향배

    이처럼 호남 민심이 더민주를 떠나 국민의당으로 옮겨가는 배경에는 더민주에 더는 기대할 게 없고, 정권교체를 다시 맡길 수 없다는 실망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모임을 자주 하는 주부 장명희(49·광주 서구 풍암동) 씨는 “더민주는 향후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이 아니라는 게 40, 50대 가정주부인 학부모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매번 선거에서 패하고, 독주하는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도 하지 못하는 정당은 제1 야당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새로운 대안정당이 탄생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일부 지역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현역의원은 더민주가 호남에서 민심을 잃은 원인의 상당 부분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 아니라, ‘구태’ 또는 ‘기득권’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 출마 예정자들까지 ‘민심’을 명분 삼아 더민주 탈당과 함께 국민의당 합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도로 더민주’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김영호(47) 씨는 “더민주를 탈당한 현역의원 대부분이 국민의당 공천을 받을 경우 ‘도로 더민주’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더군다나 몇 번씩 선거에 출마했던 입지자들이 국민의당으로 얼굴을 내밀면 호남 정치판이 예전이나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20대와 30대 젊은 층에서는 안철수 신당 등장에 따른 야권 분열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민지(28·여·광주 서구 화정동) 씨는 “안철수의 분당은 총선에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야권표를 깎아 먹고 혼선을 주고 있다”면서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다면서 분열만 있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정아(27·여) 씨는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안철수 국민의당에 야당에서 질이 나쁜 세력은 다 모였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면서 “어차피 야권에 도움이 안 될 사람은 나가는 게 낫지만, 지금이라도 야권이 다시 통합해 문재인 더민주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더민주 지지층인 20%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향후 문 대표의 2선 후퇴 또는 대표직 사퇴 등의 거취 변화, 인재 영입 등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경우 호남 민심의 변화가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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