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자리한 (주)코스틸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한데 인사법이 독특하다. 기존의 수직적 목례방식이 아니라,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OK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처음 보는 인사법에 신기해하자 코스틸 박재천(54) 대표는 “코스틸만의 인사법인 코스모닝”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목례라는 것은 ‘내가 당신에게 복종을 한다’는 의미잖아요. 반면 코스모닝은 동료로서 대등하게 눈으로 소통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했던 임직원들도 이젠 자연스럽게 코스모닝을 합니다.”
“믿을 건 실력뿐, 배워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인 코스틸은 연강선재를 기반으로 1차 원자재인 연강선재 제품과 2차 가공품인 이형철선, 이형봉강, 보통철선, 철못, 소둔선, 슈퍼데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연강선재 기업이다. 1977년 설립돼 3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전농동 본사를 거점으로 경북 포항과 충북 음성에 공장이 있으며, 베트남에 해외 현지법인인 코스틸 비나(KOSTEEL VINA)를 두고 있다. 박 대표는 2001년 코스틸을 인수해 연간 7~8%의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코스틸은 국내 연강선재 분야에서 5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절대강자다. 그럼에도 코스틸의 눈은 국내가 아닌 해외로 향하고 있다. 2010년 코스틸은 ‘가자 세계로! 61.5%의 매출을 글로벌 마켓에서’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임직원의 명함에도 ‘61.5% UP’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해외로 시야를 확대해 매출의 61.5%를 글로벌 마켓에서 일궈내 진정한 글로벌 히든 챔피언이 되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코스틸은 기존 해외영업본부를 수출 중심의 무역본부로 개편해 해외에서 값싼 원자재를 확보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2010년 서울과 포항에 기술연구소의 규모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속에는 국내시장에 안주해서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는 박 대표의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들을 살펴보니 글로벌 마켓에서 60%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업체로 올라서려면 60%보다 1.5%는 더 하자는 뜻에서 61.5% 글로벌 매출이란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처럼 코스틸의 거침없는 질주를 뒷받침하는 것이 ‘인재 중시, 고객 감동, 창조 경영’이란 경영이념이다. 이 3가지 이념은 ‘학습’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야만 창조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감동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실력을 쌓아 자신의 브랜드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는 물론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배움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코스틸은 어떤 기업보다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제도를 자랑한다. M.B교육(집체교육), 토요학습의 날, 맞춤형 직무교육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직원 한 사람이 1년 동안 받는 교육시간은 무려 120시간에 이른다.
“중소기업이 믿을 것은 실력밖에 없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마음껏 배울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직원 1인당 1개월에 1권 이상 책을 읽자’는 ‘111운동’을 펼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독가인 박 대표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결국은 책벌레가 승리한다. 독서는 삶을 변화시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독후감을 COCOS라는 코스틸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동료들과 내용을 공유합니다. 또 매달 독서왕과 연간 다독왕, 추천왕 등을 선정해 독서 습관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기업문화로 정착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학습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판을 깔아놓는다. 미국 발명가 에디슨의 사진이 문 앞에 크게 붙어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자, 대여섯 명의 직원이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그려가며 토론에 열중하고 있다. 창의적인 회의 공간인 에디슨 룸(Edison-Room)이다. 공간 전체가 화이트보드로 둘러싸여 있어 무엇이든, 언제든 적을 수 있다. 한쪽에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세트도 마련돼 있다.
일할 맛 나는 기업 만들기
코스틸은 VPA(Visual, Planning, Action)제도를 운영하면서 문제를 눈에 보이게 하고, 개선 계획을 세워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도록 하고 있다.
골프 선수도 아닌데 프로? 이곳에선 팀장도 팀원도 없다. 박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계급장 떼고 자유롭게 머리를 맞대는 곳이다. 직급을 부르지 않고 전원 이름 뒤에 ‘프로’라는 호칭을 붙인다.
“이곳에 들어오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음악을 듣거나 쉬면서 일을 즐기라고 말합니다. 강제로 시킨다고 일이 잘되는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즐거워야죠. 젊은 사람들이 저렇게 웃으면서 일하는 모습이 얼마나 좋아 보입니까?
코스틸은 자타공인 혁신 기업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직원들이 서로 칭찬 상금을 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칭찬 릴레이’는 매달 1000건에 이를 정도로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 또 매달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직원에게는 상금 지급과 함께 회사에 사진을 거는 제도도 시행한다.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신(新)제안제도 시스템 ‘상상뱅크’도 돋보인다. 직원들은 아무리 사소해도 주저 없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스피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사는 전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무상 지급했다.
“본사 및 공장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외국인 근로자까지 참여시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09년 한 해 동안 지급한 제안제도 포상금이 2억2000여만 원입니다. 직원 한 사람당 평균 130여만 원이 지급된 셈인데, 이를 통해 회사가 얻은 효과는 10배가 넘습니다.”
박 대표는 혁신에 대한 공과를 인정받아 2010년 10월 기업혁신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또한 2010년 1월 창립된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이하 협회) 초대회장을 맡으며,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추구하려는 기업들과 그의 혁신 성공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다.
“12월 1일 협회가 중소기업청 산하 기술정보진흥원에서 수행했던 경영혁신 중소기업 사업의 ‘관리기관’ 기능을 인계받았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1만7000여 개사가 인증을 받았습니다. 2011년부터는 중소기업청, 신용보증기금 등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회원사들에게 교육 및 컨설팅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회원사들의 경영혁신에 도움을 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