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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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에 미국 출신 ‘레오 14세’… 페루에서 빈민 사목에 헌신한 중도파

2027년 세계청년대회 맞춰 한국 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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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5-09 12: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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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5월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GETTYIMAGES

    제 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5월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GETTYIMAGES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열린 지 이틀만인 5월 8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인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선출됐다. 교황명은 레오 14세다. 

    레오 14세 교황은 1955년 미국 시카고 태생이다. 외신들은 미국인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가톨릭계 내부에는 초강대국 미국 출신이 종교적으로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황 자리에 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오늘까지 거의 모든 교황청 내부자는 한 가지 사실에 동의했었다. 그건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남아있는 한 미국은 교황을 배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한 이때, 미국이 전 세계에 대해 더 논쟁적인 입장을 취하는 가운데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 선출됐다는 점이 놀랍다”고 보도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레오 14세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된 데는 그가 주로 미국 밖에서 사제 생활을 해온 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임 교황은 국적이 미국일뿐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이때 빈민 구호에 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모국어인 영어와 사제의 공용어인 라틴어 외에도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화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된다.



    교황들은 자신이 본받고 싶어하는 이전 교황들의 이름을 주로 선택한다. 교황명을 보면 재위 기간 동안 가톨릭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가늠할 수 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명 ‘레오 14세’가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브루니 대변인은 “(새 교황이)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교회가 고민하고 있다는 분명한 언급”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명이 발표된 이후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환호에 화답했다.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ti voi)”가 그의 첫 발언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2년 뒤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전세계 젊은 가톨릭 신자들이 모이는 행사)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레오 14세가 세계청년대회 참석차 한국에 오면 역대 4번째 교황 방한이 된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에 왔고,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바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9일 발표한 교황 성출 축하 메시지에서 “(레오 14세 교황이) 한국 교회와 아시아,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채원 기자

    윤채원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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