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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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월 배당금으로 인기 끈 ‘커버드콜’ ETF 맹신 주의보

[김성일의 롤링머니] 배당금에 자산 가격 상승분 더해야 진짜 수익… 상품 구조 정확히 이해해야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4-05-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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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융감독원이 매달 배당금(분배금)을 지급하는 커버드콜(covered call) 상장지수펀드(ETF)의 은행권 판매 현황을 들여다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상품 구조가 복잡한 커버드콜 ETF 판매가 늘어나자 상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커버드콜 ETF 판매 확대에 나선 것은 많은 인기 때문이다. 매달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또박또박 받을 수 있다는 홍보 덕분인지 커버드콜 ETF 순자산 규모는 2022년 말 약 1200억 원에서 최근 2조 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자산운용사 역시 새로운 커버드콜 ETF를 상장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를 만드는 자산운용사와 이를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이 상품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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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 상장 커버드콜 ETF보다 기초지수 ETF 수익 높아

    커버드콜은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을 사들이는 동시에 해당 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팔아 매달 혹은 매주 배당수익으로 분배하는 구조다. 매도해 얻은 옵션 프리미엄을 배당으로 분배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는 옵션 매도 프리미엄만큼 손실이 완충되지만 상승 시에는 수익률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런 커버드콜 구조를 온전히 이해하는 개인투자자는 매우 드물다. 커버드콜이라는 상품 구조보다 매달 배당한다는 점과 매우 높은 배당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 마음을 흔들었을 듯하다.

    커버드콜 ETF는 상품명에 ‘커버드콜’ 혹은 ‘프리미엄’ 같은 단어가 포함돼 있다.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 ETF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상품은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다. 지난해 6월 상장돼 4월 29일 기준 6117억 원 자금이 운용되고 있다. 이 상품의 매력은 우선 배당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미국 배당성장지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배당성장에 그냥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옵션 프리미엄 매도, 즉 커버드콜 구조를 가져가 안정적인 분배금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매달 배당금이 현금으로 지급되고 얼마를 받을지 예측이 가능해 현금 흐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 ETF와 유사한 상품은 미국에 상장돼 있으며 JEPI라는 티커로 매매된다. 미국배당주 포트폴리오에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액티브 상품으로 미국에서 굉장히 인기를 누렸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가 상장한 지 9개월가량 됐으니 성과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그래프 참조). 조사 기간(2023년 6월 30일~2024년 3월 31일) 누적 배당금은 주당 794원이다.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1059원(795×12÷9)이 된다. 지난해 6월 30일에 1주를 1만235원에 매수했다면 매수 금액 대비 연환산 배당률은 10.3%(1059÷10,235×100)나 된다.

    반면 같은 운용사가 상장한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는 조사 기간 누적 배당금이 292원으로 연환산 389원 배당금을 받은 셈이다. 이를 지난해 6월 30일 주당 단가 1만180원으로 나누면 연 배당률은 3.8%가 나온다. 커버드콜 ETF 배당률이 10%를 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배당률이 너무 낮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절대 놓쳐선 안 될 점이 있다. 배당금이나 배당률만 볼 것이 아니라, 자산 가격 변화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는 해당 기간 가격이 1만235원에서 1만530원으로 2.9% 상승해 연환산 수익률(상승률)이 3.9%였다. 반면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는 1만180원에서 1만1735원으로 15.3% 상승해 연환산 수익률(상승률)이 20.9%였다. 배당은 커버드콜이 훨씬 높았지만 자산 가격은 그 반대였다.

    총수익은 자산 가격 상승분과 배당 수익분을 합해서 계산한다. 여기서 커버드콜 ETF 총수익률은 14.2%(가격 상승률 3.9%+배당률 10.3%)고, 기초지수 ETF 총수익률은 24.7%(가격 상승률 20.9%+배당률 3.8%)다. 왼쪽 ‘그래프’는 배당을 제외한 종가 움직임, 오른쪽 ‘그래프’는 배당을 포함한 수정 종가 움직임을 나타낸다. 총수익률 관점에서 두 ETF의 성과 차이를 알려면 수정 종가를 봐야 한다. 아직도 커버드콜 ETF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가.

    횡보장에 유리한 커버드콜 ETF

    월 배당이라는 장점은 여전하다고?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역시 월 배당 상품이다. 그래도 배당률이 높아서 좋다고? 배당은 스스로 해도 된다. 이를 ‘자가배당’이라고 한다. 즉 필요한 만큼 매도하면 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홍길동은 1000만 원을 투자해 매년 10% 배당금을 받고 싶었다. 그가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를 매수하면 연간 10.3%, 즉 103만 원을 자동으로 배당받았을 것이다. 만약 그 배당금을 다 썼다면 투자금 잔고는 1039만 원이 된다(수익률 3.9%). 반면 홍길동이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샀다면 38만 원(배당률 3.8%)을 배당으로 받고, 추가로 필요한 65만 원은 ETF를 일부 매도해서 만들어 총 103만 원을 현금화했을 것이다. 이때 잔고는 1144만 원이 된다. 앞서 본 총수익률 24.7%에서 배당 목적의 10.3%가 빠진 14.4%만큼 잔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기초지수 ETF 수익률이 높다면 커버드콜 상품을 왜 만든 것일까. 커버드콜 상품이 기초지수보다 유리한 경우는 횡보장일 때다. 횡보장에서는 기초지수 투자 시 얻지 못할 기회비용을 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횡보장이 아닌 경우에는 기초지수 상품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7% 프리미엄’ ETF 상품이 인기가 높아서인지 최근에는 ‘+15%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의 ETF도 출시되고 있다. 투자 상품은 무조건 좋거나 나쁜 경우는 흔치 않다. 늘 상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커버드콜이냐, 기초지수 상품이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품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뒤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참고로 보수도 꼭 챙겨봐야 한다. 사례로 들었던 커버드콜 ETF의 총 보수는 0.37~0.39% 수준인 반면, 기초지수 ETF는 0.01~0.07%로 훨씬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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