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1월 출시한 대형 SUV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제공
주행 특화 기술, 차별화된 디자인
최근 국내 대형 SUV 트렌드를 이끄는 모델을 꼽는다면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가 올해 초 출시한 신형 모델로, 차량 길이(5060㎜)가 이전 모델보다 65㎜ 길어졌다. 실내 공간 변화도 확연하다. 2열과 3열 공간이 더욱 넉넉해졌고, 9인승 모델까지 등장했다.하이브리드 모델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II)을 최초로 적용해 연비 효율과 주행 성능을 동시에 잡았다. 여기에 구동 모터를 활용한 ‘E-라이드’ ‘E-핸들링’ 등 주행 특화 기술도 도입했다.
팰리세이드는 하이브리드 모델임에도 334마력의 시스템 최고출력을 내며, 1회 주유로 1000㎞ 이상 달릴 수 있다. 체급과 효율 모두 뛰어난 모델이다. 현재 고객 인도까지 약 10개월에서 1년이 걸릴 정도로 수요가 많다.
캐딜락의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대형 SUV 중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차량 길이가 5790㎜에 달하는 이 거대한 SUV는 일반형 모델과 휠베이스가 늘어난 ESV 모델 등 두 종류가 국내에 출시됐다. VIP 고객을 타깃으로 한 2열 이그제큐티브 시트 패키지가 기본 적용돼 호화로운 탑승 경험을 누릴 수 있다. 14방향 전동 조절식 시트와 마사지, 열선, 통풍 기능은 기본. 듀얼 무선 충전 패드, 트레이블 테이블, 2열 커맨드 센터까지 ‘움직이는 VIP 라운지’라는 별명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성능도 놀랍다. 6.2L V8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를 자랑한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조화를 이뤄 고속 주행과 저속 승하차 상황에서 모두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대형 SUV가 둔하다는 편견은 이 차 앞에서 무력하다.
프리미엄 대형 SUV의 기준으로 BMW ‘X7’을 꼽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차량 길이 5180㎜, 휠베이스 3105㎜ 차체에 직렬 6기통과 V8 트윈터보 엔진이 적용돼 최고출력 530마력을 뿜어낸다. 8단 자동변속기와 4륜구동(AWD)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어 ‘운전이 즐거운 SUV’라는 BMW 철학을 그대로 이어간다.
실내는 품격 그 자체다. 최고급 가죽, 알루미늄, 우드 트림이 조화롭고, 대형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연비는 복합 기준 6.9~10㎞/L 수준이지만, 530마력이라는 출력과 체급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X7은 기술, 감성, 브랜드, 성능을 모두 갖춘 ‘완성형 대형 SUV’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4399대가 판매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 모델로, 지난해 11월에는 511대가 판매돼 월간 최고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차량 길이가 5790㎜에 달하는 캐딜락의 ‘더 뉴 에스컬레이드’. 캐딜락 제공
기아 ‘타스만’ 레저용 픽업트럭으로 인기
기아 픽업트럭 ‘타스만’의 인기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4월 고객 인도를 시작한 타스만은 출시 3주 만에 1248대가 판매되며 단일 모델로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전체의 월 평균 판매량을 넘어섰다. 상업용 차량이 아닌, 가족과 레저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픽업’이라는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X-프로 트림이 특히 인기가 좋은데, 높은 지상고와 4WD 시스템, 17인치 올터레인 타이어,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 등이 기본 적용돼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덕분이다. 실내는 SUV 못지않게 고급스럽다. 12.3인치 클러스터, 하이테크 옵션, 2열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시트 등이 탑재돼 ‘픽업에 타는 불편함’을 잊게 만든다.주차는 어렵고 연비는 낮아도 사람들은 여전히 대형 SUV를 선택한다. 그 차의 공간, 안전, 편의, 기술, 그리고 감정을 ‘작은 차’에는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대형 SUV 붐은 자동차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현대인의 삶의 방식 그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