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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에 열광하는 투자자들… 선택지 많을수록 ‘골라내는 눈’ 중요

[김성일의 롤링머니] 국내 상장 ETF 1000개 시대… 장점 많지만 무작정 따라 하면 낭패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

    입력2025-08-0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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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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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ETF로 평생 연금 만들기’ ‘한 달에 10만 원으로 미국 주식 사 모으기’ 같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주식처럼 편리하게 사고팔 수 있으면서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ETF(상장지수펀드)가 주식 초보자 사이에서 대세 투자 수단이 된 것이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는 ETF가 1000개를 돌파했는데,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투자 대상과 투자 전략을 활용한 ETF를 출시하며 선택지도 넓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22일 7개 ETF가 새롭게 상장되면서 전체 ETF 종류가 1002개로 늘었다. 2002년 첫 ETF가 상장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고객들이 맡긴 자금 크기(순자산가치 총액)는 7월 26일 기준 222조8754억 원을 넘어섰다. 2024년 말 173조 원에서 2025년 7월 222조 원으로 7개월 만에 50조 원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3조3000억 원에서 5조 원으로 늘어나 ETF가 ‘핵심 투자 수단’이 됐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ETF에 열광하는 것일까. 단순한 유행일까, 아니면 합리적인 선택일까.

    S&P500 ETF 1개면 美 대형주 500개 투자한 셈

    ETF는 ‘Exchange Traded Fund’, 즉 상장지수펀드의 약자다. 말 그대로 ‘펀드인데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는 뜻이다. 가장 기본적인 ETF는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같은 지수를 그대로 추종한다. 200개 종목을 모두 사지 않고 ETF 1개만 사도 한국 주식시장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ETF가 이렇게 많은 투자자에게 사랑받는 데는 뚜렷한 요인이 있다. 첫째, 소액으로도 분산투자가 실현된다. 대표 지수형 ETF 하나만 사면 여러 기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ETF는 대부분 1만~2만 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된다. 채권 ETF 가격은 5만~10만 원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적은 금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만 원대인 S&P500 ETF를 1개만 사도 미국 대형주 500개에 고르게 투자하는 셈이다.

    둘째, 비용이 저렴하다. ETF는 액티브 펀드(시장 초과 수익률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정해 운용하는 펀드)에 비해 운용보수가 매우 낮다. 7월 26일 기준 전체 ETF의 총보수 평균은 0.31%로, 일반 펀드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장 비싼 ETF가 0.99%이고 가장 저렴한 ETF는 0.0047%로, 국내 ETF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수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예를 들어 최근 경쟁이 격화되는 금현물 ETF의 경우 ‘ACE KRX금현물’만 존재했을 당시 총보수는 0.50%였다. 하지만 6월 17일 유사 상품인 ‘KODEX 금액티브’와 ‘SOL 국제금’이 총보수를 0.30%로 낮추며 상장됐다. 같은 달 24일 ‘TIGER KRX금현물’ ETF는 총보수 0.15%로 최저 수준으로 상장됐다. 그러자 7월 17일 ‘ACE KRX금현물’이 총보수를 기존 0.50%에서 0.19%로 낮췄다. 자산운용사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마진을 낮춰야 하니 괴롭지만, 투자자는 기존보다 보수가 낮아져 수익률이 개선되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셋째, 운용 투명성이 높다. 일반 펀드는 분기별로 자산운용 보고서를 제공하는 데 반해, ETF는 일별 납입자산구성내역(PDF)을 통해 언제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매일 투명하게 공개된다.

    넷째,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어 환금성과 유동성이 높다. 국내 주식형펀드를 매수할 때는 오후 3시 30분 전에 신청하면 다음 날 고시되는 기준가격으로, 오후 3시 30분 이후에 신청하면 2일 후 고시되는 기준가격으로 처리된다. 펀드를 매도할 때는 이보다 시간이 더 걸려 4~6영업일이 소요되기도 하는데, 이에 비해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이뤄진다.

    다섯째, 상품이 다양하다. 기존에는 국내 지수 상품 위주였다면 지금은 채권, 원자재, 통화, 금리 등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또 투자 지역도 미국, 중국, 일본 등으로 다양해지고 환노출/환헤지 등 해외 투자 시 외환 전략에 대한 선택지도 많아졌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투자 전문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ETF가 마법의 도구는 아니다. 장점만 보고 무작정 따라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수익이 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테마형·레버리지형·인버스형·전략형 주의해야

    앞서 설명한 대로 ETF는 투자를 편리하게 하는 저비용-고효율 도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에서 누가 추천했다고 덜컥 따라 샀다가는 ‘물리기’(손실 중인데 팔지 못하는 상황을 이르는 표현) 십상이다. 본인의 투자 철학과 전략을 먼저 수립하고,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도구로 ETF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테마형, 레버리지형(2배 수익/손실), 인버스형(하락 시 수익 가능)은 ETF 중에서도 고위험 상품임을 기억해야 한다. 구조가 복잡한 ETF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상품 설명서를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전략형 ETF에 투자할 때는 더 많은 공부와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테마형, 레버리지형, 인버스형, 전략형 ETF는 수수료 역시 비싼 경우가 많다. 운용 규모(시가총액)가 작거나, 거래량이 지나치게 적으면 매수-매도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스프레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ETF 시장의 가파른 성장과 다양성은 개인투자자에게는 명백히 좋은 흐름이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을수록 골라내는 눈’도 중요하다. 유행하는 ETF에 ‘묻지 마’ 식으로 투자하기보다 상품의 구조와 추종 지수, 거래량, 운용 규모, 보수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ETF도 결국은 투자 도구일 뿐, 모든 답을 주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유행이 아니라 ‘선택’이다. 당신은 지금 ETF에 대해 잘 알고 투자하고 있는가. ETF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만 수익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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