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무사’ 이정윤 밸런스에셋 대표. 조영철 기자
6월 18일 만난 이 대표는 “(‘허영만의 주식 타짜’) 이전 편에서는 여러 투자자 중 한 명으로 합류했는데, 이번에는 단독으로 수년 동안 새롭게 쌓아온 투자 기법과 노하우를 전달하게 됐다”며 국내 증시 및 주식투자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고점 지났다’ 인정 잘해야 돈 번다
군 제대 후 코스닥 벤처 붐을 만나 수십억을 벌었다. 당시에 쓴 투자 기법은 무엇인가.“주로 ‘상한가 매매 기법’을 썼다. 1998년 외환위기가 끝나고 1년 반 동안 코스피가 1000 넘게 올랐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상한가 종목이 하루 100~150개씩 나왔고, 5~10거래일 연속 상한가도 흔했다. 당시 상한가 기준은 코스피 15%, 코스닥 12%였는데 종목을 잘 잡으면 단리로만 5일 동안 75%, 복리로는 2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매일 첫 상한가를 친 종목 가운데 5~10일 연속 상한가를 갈 만한 재료가 있는 종목들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현 증시 상황에는 잘 안 맞는 투자법 같다.
“이제는 상한가 기준이 30%로 바뀌었고, 하루에 상한가 종목이 몇 개 안 나와서 쓰기 어렵다. 이를 대신하는 투자법이 ‘상승률 매매 기법’이다. 상한가 종목을 분석하던 때와 똑같이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을 보면서 지금 어떤 테마가 강한지, 주도주가 무엇인지, 이 테마의 재료가 얼마나 지속될지 등을 보는 것이다.”
상승장에 뛰어들지 말지는 어떻게 판단하나.
“주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추세매매와 가치투자 두 갈래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추세매매 관점에서는 아직 고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어디서든 진입해도 된다. 그 대신 더는 상승 추세가 이어지지 않거나 20% 이상 조정을 받는다면 언제든 내릴 준비도 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추세매매자에 가깝다. 그래서 언제 들어갈지보다 고점을 확인하고 난 후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나도 일반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고점이 어딘지 모른다. 그러나 더는 주가가 안 오르고 조정을 받는다면 고점 대비 20~30%가량 손해를 보더라도 판다는 원칙이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1만 원에 산 주식이 5만 원까지 갔다가 3만5000원으로 내렸다면 다시 5만 원까지 오를 걸 기대하지 않고 2만5000원 수익을 챙겨서 빠지는 것이다. 산업 사이클은 계속 바뀐다. 한 산업의 상승이 몇 년씩 가는 경우는 잘 없다.”
PBR 아닌 PER 기준으로 투자해야
세무사로서 최근 주목받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면.“PBR과 PER(주가수익비율)을 비교하면 PER이 훨씬 중요한 개념이다. 기업 평가에선 재무 상태보다 손익 수준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밸류업 프로그램, 상법 개정 등 정부 정책적으로 PBR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동의하지 않는다. 과연 저PBR주인 지주나 금융주가 올라서 그 기업들에 자금이 잘 융통되면 10~20년 뒤 한국이 성장하고 잘사는 나라가 돼 있겠느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양식품 같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큰 이유는 그만큼 수출을 잘해서다. 지주나 금융주가 과연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나. 미국이나 유럽에서 먹히나.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저PBR주 열풍이 얼마간은 투자자에게 좋을 수 있지만, 결국은 10~20년 후 지금보다 훨씬 파이가 커질 산업, 즉 PER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에 따른 국장 강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난해 말까지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조롱이 많았다. 그런 놀림이 가능했던 건 당시 미국 증시가 국내 증시보다 상승률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가 역전됐다. 국내 증시 저점은 지난해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이 한 차례 부결된 바로 다음 월요일(12월 9일), 그리고 올해 4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날이다. 이 중 어디를 기준으로 잡아도 현재 국내 증시 상승률은 전 세계 2~3위 수준이다. 이 얘기는 이제 상황이 바뀌어 ‘국장 진입이 지능 순’이 됐다는 뜻이다. 코스피 전고점은 4년 전 3300인데, 국내 증시 상승·하락 사이클상으로도 이번에 전고점을 뚫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3000 수준에서 3300까지 가려면 10% 상승이 필요한데, 이미 두 달 동안 30% 오른 힘이 있다. 여기에 대기 매수세도 넘친다. 그러면 3300을 돌파하는 신고가는 물론이고, 이후에 5~10% 오버슈팅이 나오면서 3000대 후반~4000도 가시권이다.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상승장이 펼쳐질 확률이 높다.”
이번 상승장에서 주요한 섹터와 포트폴리오 구성 팁을 준다면.
“포트폴리오가 정확히 효과를 내려면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섹터를 섞는 게 중요하다. 현재로선 조선·방산이 가장 많이 움직인 섹터다. 아예 움직인 적도 없는 게 자동차·이차전지다. 중간 즈음에 지주·금융이 있고, 화장품·엔터·식품·의료기기가 새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면 추세매매 관점에서 이미 올랐지만 더 오를 것 같은 방산에서 하나, 가치투자 관점에서 ‘너무 저평가된 거 아니야? 움직일 때 됐다’ 싶은 이차전지에서 하나 이렇게 고르면 된다. 방산·조선, 자동차·이차전지를 굳이 다 담을 필요 없는 이유는 각각이 세트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급등주]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 기대감에 부국증권 상한가
[영상] “코스피 4000? 신규 자금 유입 없인 3200이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