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기는 귀찮고, 기업 보고서를 파고들 시간도 없다. 수익이 날 때보다 손실이 났을 때 마음이 더 아픈 월급 생활자라면 투자에 거리감을 느끼기 쉽다. 바쁜 직장인은 어떤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까.
직장에 다니면서 부동산을 포함해 순자산 34억 원을 일군 김지훈 씨(49)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3종(S&P500 추종·QQQ·SCHD)에 투자하면 은퇴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 역시 사회초년생 시절 준비 없이 공모주, 개별 종목 투자 등을 시도하다가 3000만 원을 날린 경험이 있다. 김 씨가 안착한 방법은 ‘게으른 ETF 투자’다. 2019년부터 ETF 투자에 나선 그는 5년 만에 자산을 3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불렸다.
“현재 S&P500을 추종하는 ETF와 QQQ, SCHD에 1 대 1 대 1.5 비율로 투자하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어 배당 ETF인 SCHD에 더 무게를 뒀지만, 투자 성향에 따라 비율은 조정 가능하다. S&P500 추종 ETF는 우상향이 검증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에서 기본이다. SCHD는 은퇴 후 예상치 못한 지출이나 시장 급락에 대비하고자 배당수익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QQQ는 기술주 중심 ETF로, 변동성은 크지만 기대수익도 높다. ETF 3종에 각각 2억 원, 2억 원, 3억 원을 투자하는 걸 목표로 했는데 가장 먼저 목표를 달성한 건 QQQ였다.”
지수 투자는 수익률이 낮고 단조롭다는 인식도 있다. 지수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된다는 점이다. 개별 종목은 최적의 투자 시기를 맞추기 어렵고 산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S&P500 상위 10개 기업 중 지난 30년간 자리를 지킨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 하나뿐이다. 요즘 반도체주로 인기 있는 브로드컴도 예전에는 배당 성장주였다. 이렇듯 기업은 변동 가능성이 크다. 지수 투자는 시장 흐름만 이해하면 된다. 자산을 불리고 싶지만 여유가 없는 직장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ETF 투자 외 현금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개별 주식에도 투자 중인가.
“지금은 15억 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중 29%는 현금이다. 포트폴리오상 30%는 현금으로 확보해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대응할 수 있다. 3~4월 미국 증시 하락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주변에서도 대부분 3월에 열심히 매수하고, 더 저점이던 4월엔 예수금이 부족해 매수하지 못했다. 개별주는 M7(엔비디아·애플·MS·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 위주로 7000만 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것도 점차 지수 투자로 갈아타려고 준비 중이다.”
미국 주식은 단기 손실이 클 때도 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바로 사는 전략을 취하나.
“주가 등락이 1%에 그치면 사지 않는다. 이때는 매수해봤자 평단가만 높아진다. 통계를 살펴봐도 5% 하락하는 구간은 매년 3번, 10%까지 급락하는 구간은 매년 1번은 반드시 온다. 3~4월 급락 구간이 이 시기다. 2023~2024년 랠리가 이어질 때도 10%씩 하락한 시점은 있었다. 그런 때를 노리면 된다. 투자 금액이 지금처럼 커지기 전엔 현 주가가 내 평단가보다 낮으면 꾸준히 매수했다. 이렇게 정해진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ollar-Cost Averaging)’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바이 더 딥(Buy the Dip·저점 매수) 전략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15년이다. 복리 효과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시기다. 이 기간만 확보되면 최악 시점에 매수한다고 해도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닷컴 버블 꼭짓점에서 거치식 투자를 했더라도 15년간 보유한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다. 적립식 투자는 회복 기간이 더 짧다. 닷컴 버블 시점에 S&P500을 정기적으로 매수한 경우 3.5년이면 수익이 난다. 그만큼 시간의 힘은 중요하다. 투자 기간을 길게 보지 못하니 손실이 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정기예금을 2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도 30% 아래다.”
시간이 투자 이익과 직결된다면 사회초년생일 때 소액이라도 빨리 투자를 시작하는 게 이익이겠다.
“맞다. 예를 들어 30세부터 S&P500과 나스닥에 각각 매달 20만 원씩 1 대 1 비율로 투자하면 50세에는 5억 원가량이 만들어진다. 투자 시기를 5년 뒤로 미룰 경우 50세까지 5억 원을 만들려면 매달 100만 원이 필요하다. 40세부터 투자하는 사람은 매달 200만 원이 필요하다. 시간의 격차가 자산 격차로 이어진다.”
3040세대는 육아·주택 마련 등으로 여윳돈이 부족하다. 투자와 지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면 좋은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급의 20%는 장기투자에 할애하고, 가능하면 10%는 비상금으로 모을 것을 권한다. 주변에서도 주택 마련과 투자 중 무엇이 먼저냐고 자주 물어온다. 사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나 역시 결혼한 뒤 담보대출로 집을 샀고, 이사하면서 더 큰 대출을 받았다. 단, 사회초년생 때부터 운용해온 투자 계좌는 깨지 않았다. 대출을 상환하면서도 투자를 병행했고, 비율로 따지면 6 대 4나 7 대 3 정도였던 것 같다.”
직장인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천천히 부자가 되는 게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길이다. 미국 지수 투자를 지루하게 생각하거나, 주식은 잃어도 되는 돈으로만 하려는 사람이 많다. 모은 돈을 대부분 예금에 넣고 주식엔 10~20%만 투자한다. 그런데 이 소액으로 큰돈을 벌고 싶어 레버리지에 손을 댄다. 테슬라 대신 테슬라 레버리지를, QQQ 대신 TQQQ를 사고,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을 매수한다. 전략 없이, 타이밍도 없이 소액으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건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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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면서 부동산을 포함해 순자산 34억 원을 일군 김지훈 씨(49)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3종(S&P500 추종·QQQ·SCHD)에 투자하면 은퇴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 역시 사회초년생 시절 준비 없이 공모주, 개별 종목 투자 등을 시도하다가 3000만 원을 날린 경험이 있다. 김 씨가 안착한 방법은 ‘게으른 ETF 투자’다. 2019년부터 ETF 투자에 나선 그는 5년 만에 자산을 3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불렸다.
게으르게 투자할 수 있는 ETF
ETF 3종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나.“현재 S&P500을 추종하는 ETF와 QQQ, SCHD에 1 대 1 대 1.5 비율로 투자하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어 배당 ETF인 SCHD에 더 무게를 뒀지만, 투자 성향에 따라 비율은 조정 가능하다. S&P500 추종 ETF는 우상향이 검증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에서 기본이다. SCHD는 은퇴 후 예상치 못한 지출이나 시장 급락에 대비하고자 배당수익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QQQ는 기술주 중심 ETF로, 변동성은 크지만 기대수익도 높다. ETF 3종에 각각 2억 원, 2억 원, 3억 원을 투자하는 걸 목표로 했는데 가장 먼저 목표를 달성한 건 QQQ였다.”
지수 투자는 수익률이 낮고 단조롭다는 인식도 있다. 지수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된다는 점이다. 개별 종목은 최적의 투자 시기를 맞추기 어렵고 산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S&P500 상위 10개 기업 중 지난 30년간 자리를 지킨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 하나뿐이다. 요즘 반도체주로 인기 있는 브로드컴도 예전에는 배당 성장주였다. 이렇듯 기업은 변동 가능성이 크다. 지수 투자는 시장 흐름만 이해하면 된다. 자산을 불리고 싶지만 여유가 없는 직장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ETF 투자 외 현금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개별 주식에도 투자 중인가.
“지금은 15억 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중 29%는 현금이다. 포트폴리오상 30%는 현금으로 확보해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대응할 수 있다. 3~4월 미국 증시 하락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주변에서도 대부분 3월에 열심히 매수하고, 더 저점이던 4월엔 예수금이 부족해 매수하지 못했다. 개별주는 M7(엔비디아·애플·MS·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 위주로 7000만 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것도 점차 지수 투자로 갈아타려고 준비 중이다.”
미국 주식은 단기 손실이 클 때도 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바로 사는 전략을 취하나.
“주가 등락이 1%에 그치면 사지 않는다. 이때는 매수해봤자 평단가만 높아진다. 통계를 살펴봐도 5% 하락하는 구간은 매년 3번, 10%까지 급락하는 구간은 매년 1번은 반드시 온다. 3~4월 급락 구간이 이 시기다. 2023~2024년 랠리가 이어질 때도 10%씩 하락한 시점은 있었다. 그런 때를 노리면 된다. 투자 금액이 지금처럼 커지기 전엔 현 주가가 내 평단가보다 낮으면 꾸준히 매수했다. 이렇게 정해진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ollar-Cost Averaging)’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바이 더 딥(Buy the Dip·저점 매수) 전략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월 20만 원씩, 버티면 불어난다
장기투자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15년이다. 복리 효과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시기다. 이 기간만 확보되면 최악 시점에 매수한다고 해도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닷컴 버블 꼭짓점에서 거치식 투자를 했더라도 15년간 보유한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다. 적립식 투자는 회복 기간이 더 짧다. 닷컴 버블 시점에 S&P500을 정기적으로 매수한 경우 3.5년이면 수익이 난다. 그만큼 시간의 힘은 중요하다. 투자 기간을 길게 보지 못하니 손실이 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정기예금을 2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도 30% 아래다.”
시간이 투자 이익과 직결된다면 사회초년생일 때 소액이라도 빨리 투자를 시작하는 게 이익이겠다.
“맞다. 예를 들어 30세부터 S&P500과 나스닥에 각각 매달 20만 원씩 1 대 1 비율로 투자하면 50세에는 5억 원가량이 만들어진다. 투자 시기를 5년 뒤로 미룰 경우 50세까지 5억 원을 만들려면 매달 100만 원이 필요하다. 40세부터 투자하는 사람은 매달 200만 원이 필요하다. 시간의 격차가 자산 격차로 이어진다.”

‘단 3개의 미국 ETF로 은퇴하라’ 저자 김지훈 씨. 박해윤 기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급의 20%는 장기투자에 할애하고, 가능하면 10%는 비상금으로 모을 것을 권한다. 주변에서도 주택 마련과 투자 중 무엇이 먼저냐고 자주 물어온다. 사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나 역시 결혼한 뒤 담보대출로 집을 샀고, 이사하면서 더 큰 대출을 받았다. 단, 사회초년생 때부터 운용해온 투자 계좌는 깨지 않았다. 대출을 상환하면서도 투자를 병행했고, 비율로 따지면 6 대 4나 7 대 3 정도였던 것 같다.”
직장인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천천히 부자가 되는 게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길이다. 미국 지수 투자를 지루하게 생각하거나, 주식은 잃어도 되는 돈으로만 하려는 사람이 많다. 모은 돈을 대부분 예금에 넣고 주식엔 10~20%만 투자한다. 그런데 이 소액으로 큰돈을 벌고 싶어 레버리지에 손을 댄다. 테슬라 대신 테슬라 레버리지를, QQQ 대신 TQQQ를 사고,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을 매수한다. 전략 없이, 타이밍도 없이 소액으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건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