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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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4월 폭락장서 삼성전자·HD현대중공업·한화에어로 담았다

관세전쟁 여파 ‘낙폭 과대’ 판단… 반도체·조선·방산주 저가 매수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4-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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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전주국민연금공단 본사. 국민연금공단 제공

    전북 전주국민연금공단 본사. 국민연금공단 제공

    “투자의 귀재 연기금 출동인가.” “투자는 국민연금처럼. 지금은 저가로 살 때.”

    최근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는 연기금을 두고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나눈 의견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6조 원 넘는 매수세를 나타냈다. 특히 4월에는 한 달이 채 되기도 전(1~22일)에 2조198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그래프 참조).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증시가 폭락하자 ‘낙폭 과대’로 판단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연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15%로 역대 최고 수준의 운용수익률을 거뒀다. 이에 증시가 하락할 때 연기금이 담은 종목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싸게 사서 오래 들고 간다’ 전략

    연기금의 주축인 국민연금이 하락장에 매수로 대응하는 건 ‘싸게 사서 오래 들고 간다’는 특유의 투자 전략 때문이다. 기금 운용은 10년 이상 장기투자 성격이 짙고, 이에 따라 일시적 하락은 우량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된다. 또 국민연금에는 자산배분 관련 ‘목표 비중 유지 규칙(리밸런싱)’이 존재한다. 올해는 국내 주식 14.9%, 해외 주식 35.9% 등으로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에 맞춰 증시가 하락하면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 정해진 자산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코스피 2300 선이 뚫린 4월 폭락장에서 이 같은 국민연금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2분기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반도체, 업황 슈퍼사이클에 돌입한 조선, 글로벌 군비 증강 수혜를 입은 방산 등에 자금이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1~22일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3048억 원)했다(표 참조). 2~10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1633억 원), HD현대중공업(1286억 원), 한화오션(878억 원), SK하이닉스(732억 원), 한국전력(582억 원), HMM(581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566억 원), HD현대미포(556억 원), 현대건설(539억 원)이었다. 그 밖에 11~20위권에도 현대로템(513억 원), 삼성중공업(444억 원) 등 조선·방산주가 포함됐다.

    반대로 이 기간 연기금이 팔아치운 종목도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크지 않으나 관세 영향에 많이 노출됐거나 실적·업황이 불투명한 바이오, 항공(화물), 이차전지 섹터가 주를 이뤘다.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에이비엘바이오였으며 6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셀트리온 384억 원, 대한항공 273억 원, SK이노베이션 262억 원, 에코프로비엠 188억 원어치를 처분했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하락장에서 증시 구원투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 자체를 반기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단 유예한 관세가 또다시 증시를 끌어내릴 경우에는 연기금이 하방 지지선 역할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연기금이 1~4월(4월은 22일까지) 이미 6조766억 원으로 ‘조 단위’ 순매수에 나선 것은 물론,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2029년 13%까지 줄이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투입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월 말 기준 전체 운용 기금의 12.2%인 149조3000억 원을 국내 주식에 투입한 상태다.

    “밸류에이션 회복 시점은 미지수”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가 연기금 투자법을 참고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유효한 전략”이라면서도 “매수한 종목이 밸류에이션 갭을 메울 시점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사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과도하게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들인 뒤 차익을 실현하는 건 투자의 정석과도 같다”면서 “국민연금은 늘 이런 정석 투자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이번 폭락장에서 매수한 종목 또한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사장은 “지금 산 저평가 우량주가 언제 제 밸류에이션을 받을지는 미지수”라며 “회복에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1년, 3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장기·분산투자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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