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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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불황에 상가 경매 응찰자 0명… 부동산 경매 법원 가보니

상가 경매 매물은 7년 만에 최다인데 낙찰률은 11.8%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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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6-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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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입찰을 시작하겠습니다.”

    종소리와 함께 법정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곳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6월 12일 이곳에서는 부동산 매물 101건의 경매가 진행됐다. 최근 되살아나는 서울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을 방증하듯, 좌석 154석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일부 부동산 매물을 두고는 복수 응찰자가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낙찰된 부동산 매물은 총 27건이다. 이 가운데 상가 매물은 없었다. 근린시설이 1건 낙찰되긴 했으나, 주거용으로 사용된 경우였다. 단 한 명도 상가 투자를 목적으로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상가는 생각도 안 해”

    5월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대로 한 상가 유리에 임차인을 찾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동아DB]

    5월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대로 한 상가 유리에 임차인을 찾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동아DB]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경매로 나오는 상가가 급증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서울 지역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237건으로 2016년 11월(244건) 이후 가장 많았다(표 참조). 아파트 경매 매물이 4월 351건에서 5월 275건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지만 상가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을 보내고 있다.

    늘어나는 매물에도 시장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지난달 상가 경매 낙찰률은 11.8%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매물 10건이 나오면 1건만 낙찰되는 셈이다. 낙찰률이 떨어지면서 낙찰가율 역시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5월 상가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66.6%였다. 경매 매물이 지금보다 많았던 2016년 11월(낙찰률 23.4%, 낙찰가율 85.8%)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평균 응찰자 수도 1.93명에 불과해 상가 대부분은 단독 입찰됐다.

    이날 부동산 경매를 목적으로 법정을 찾은 사람들 역시 “상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3년째 법정을 찾고 있다는 김모 씨(48)는 “부동산 대출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상가 투자까지 고민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남편과 법정에 들른 심모 씨(65)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 씨는 아들이 전세로 거주하는 경기 화성 아파트가 역전세에 빠져 경매 위험에 놓이게 되면서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혹여 아들이 사는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면 경매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 그였지만 상가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심 씨는 “장사가 되지 않아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상가가 많지 않냐”며 “공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상가 경매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경매를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상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상가에 대한 관심이 식으면서 관련 매물은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법원에 매물로 올라온 서울 구로구 테크노마트 내 한 상가는 이미 3차례 유찰을 겪은 상태였다. 테크노마트 식당가에 위치한 이 상가는 당초 분식집으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간판만 걸린 상태다. 해당 상가는 감정가 대비 51%의 최저 매각 가격으로 제시됐지만 누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반토막 난 가격에도 인수를 희망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경매 법정에서는 “입찰 가격을 다른 사람들에게 안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속삭임과 함께 한껏 주변을 경계하는 사람이 적잖이 보였지만, 상가 매물에는 관심 자체가 없는 듯했다.

    근린시설로 범위를 넓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근린시설 6건이 매물로 올라왔는데, 이 가운데 낙찰된 것은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부동산 1건뿐이었다. 해당 부동산 역시 3차례 유찰된 끝에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상가 경매에서 5차례 이상 유찰은 일상이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매물로 올라온 서울 중구 한 상가는 7차례 유찰됐다. 유찰이 거듭돼 감정가의 10%를 밑도는 가격으로 경매에 나온 매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6월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는 광진구 테크노마트 내 상가 매물이 2건 올라왔는데, 이들 상가는 모두 11차례 유찰돼 감정가 4300만 원의 8%인 369만4000원이 최저 매각 가격으로 제시됐다.

    아파트와 상가 두고 온도차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아파트와 상가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아파트의 경우 한 차례 유찰되면 다음 경매부터 낙찰 가능성이 올라가는 분위기인데, 상가는 낙찰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위원은 “소비심리가 살아나 임대시장이 활성화되고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금리 상황에서는 상가 매물이 이점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매 법정 밖을 나서도 얼어붙은 상가시장 상황은 확연했다. 이날 매물로 올라온 테크노마트 내 전문식당가는 상가 63곳이 영업할 수 있는 구조였다.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경매가 진행된 6월 12일 63곳 가운데 24곳이 공실 상태였다. 남은 39곳 중에서도 9곳은 점심시간임에도 불이 꺼져 있었다. 문이 닫힌 상가 곳곳에는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전화번호와 함께 ‘임대’ ‘입점 준비 중’ 같은 알림 글이 붙어 있었다.

    이날 낙찰에 실패한 한 입찰자는 “로또에 안 됐는데 경매에서도 떨어졌다”며 큰 소리로 아쉬움을 표했다. 기자가 그에게 “상가 경매는 경쟁률이 낮지 않냐”고 묻자 “법원 주변만 봐도 텅 빈 상가가 즐비한데 상가 경매를 왜 하겠냐”는 대답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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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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