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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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에 목숨 거는 Z세대

[김상하의 이게 뭐Z?] 소주 ‘새로’ 주문했더니 직원이 가로로 두고 갔다는 일화 화제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05-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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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소주 ‘새로’를 가로로 가져다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키오스크로 새로를 구매하려는데 새로 사진에 ‘가로’라고 돼 있었다는 것이다. 신기해서 가로를 주문했더니 직원이 쭈뼛쭈뼛 다가와 새로 소주를 가로로 두고 갔다는 일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이 일화는 누군가의 철 지난 아재개그일지 모른다. 그 후로 ‘거꾸로’도 등장해 새로 병을 거꾸로 세워 두고 가는 술집도 생겼다. 이렇듯 Z세대는 재미를 확장하는 데 거침이 없다. 밈 하나면 충분하다. 1절부터 2절, 3절까지 이어 붙이고 덧붙이고 새로운 놀이로 만드는 데 능하다. 이번 주 Z세대가 새롭게 퍼뜨린 유행을 알아보자.

    #오늘 날씨요? 형돈이 조명이요

    ‘무한도전’ 446회 생활계획표 특집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낮잠을 자고 있다. 유튜브 채널 MBC 캡처

    ‘무한도전’ 446회 생활계획표 특집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낮잠을 자고 있다. 유튜브 채널 MBC 캡처

    13년 역사를 자랑하는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없없무’(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짤이 넘쳐난다. 이상하리만치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짤이 많아서 ‘요한계시록’에 빗대어 ‘무도계시록’으로 불리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무한도전 용어는 ‘형돈이 조명’이다. 446회 생활계획표 특집에서 멤버들은 본인이 작성한 대로 하루를 살아야 한다. 주어진 돈은 1만 원. 다른 출연자들은 하루를 빠듯하게 보내지만, 정형돈은 계획 대부분을 TV 시청과 수면으로 채운다. 행복하게 잠을 청하는 정 씨. 숙소는 조용하고 커튼 사이로 햇살도 은은하게 들어온다. 배를 살짝 내놓고 잠든 모습은 잠이 부족한 직장인의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이 장면은 ‘최적의 형돈이 날씨, 형돈이 조명’으로 X(옛 트위터)에서 밈이 됐다. 이후 낮잠 자기 좋은 환경뿐 아니라, 영화 보기에 좋은 조명, 책 읽기 좋은 온도 등 각종 나른한 환경이 형돈이 조명으로 광범위하게 불리고 있다. 요즘 같은 봄날, 따뜻한 하루를 보내기 좋을 때 나만의 형돈이 조명을 찾아보자.

    #대국민 투표로 이름 정하기

    가수 DOECHI의 한국어 발음을 공모하는 이벤트. 인스타그램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계정 캡처

    가수 DOECHI의 한국어 발음을 공모하는 이벤트. 인스타그램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계정 캡처

    새로운 아이돌그룹 이름을 정하는 게 아니다. 한 아티스트의 이름 발음 논쟁을 종결하고자 유니버셜뮤직코리아가 진행하는 이벤트다. 주인공은 미국 싱어송라이터이자 래퍼인 ‘DOECHI’다. 제니 노래에도 피처링을 맡아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SNS에서 DOECHI를 어떻게 읽어야 하냐는 논쟁이 시작됐다. 사람마다 도치, 도이치, 도우치 등 다양한 발음으로 부르고 있다. SNS를 보면 이름을 명확히 표시하지 못해 ‘도이치(도치)’라는 식으로 이름을 2번 쓰기도 한다.

    결국 유니버셜뮤직코리아에서 대국민 투표를 시작했다. 선택지는 도치, 도이치, 도우치 등 3개다. 유니버셜뮤직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면 할 수 있다. 투표하면 ‘DOECHI NAME REVEAL PARTY’에도 응모할 수 있다. 최종 결과는 5월 넷째 주 공개된다. 아티스트는 참여하지 않지만, 댓글창은 투표 열기로 가득하다. 이름 하나도 콘텐츠로 만드는 Z세대다.



    #윤은혜가 신채경이던 그 시절처럼

    배우 윤은혜가 드라마 ‘궁’ 주인공의 메이크업을 재현했다. 유튜브 채널 ‘윤은혜의 EUNHYELOGIN’ 캡처

    배우 윤은혜가 드라마 ‘궁’ 주인공의 메이크업을 재현했다. 유튜브 채널 ‘윤은혜의 EUNHYELOGIN’ 캡처

    싸이월드는 레전드 짤을 많이 만들었다.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2000년대를 추억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린 연예인의 유튜브 채널이 Z세대 사이에서 소환되고 있다. 지난해 말 베이비복스 연말 무대가 화제가 된 후 ‘그 시절’ 스타일을 다시 따라 한 콘텐츠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특히 배우 윤은혜가 팬들 요청으로 2007년 방영된 드라마 ‘궁’ 속 주인공 신채경의 메이크업을 재현한 영상이 인기다. 팬들은 20년 전 신채경과 지금 윤은혜가 달라진 점이 없다며 뭉클해했다. 그때 유행한 작은 빨간 안경을 쓰자 괜스레 울컥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배우 은정 역시 티아라 활동 당시 메이크업을 재현해 주목받았다. 눈을 강조하는 스모키 화장을 다시 해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의 모습. 15년 전 학교 끝나고 ‘뮤직뱅크’를 챙겨 보던 팬들은 어느새 직장인이 됐다. 과거는 언제든 유행이 돼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언제 어떤 장면이 밈이나 짤이 돼 사람들을 울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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