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시즌 모차르트는 트레이드마크인 드레드 헤어 가발과 찢어진 청바지를 벗어 던졌다. 그 대신 로커 느낌이 나는 올블랙 의상에 워커를 신었다. 기존의 패션이 자유분방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자유분방하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싸우는 데다 애정 결핍까지 있는 모차르트의 어두운 면모를 의상에서부터 보여준다.
일부 넘버도 편곡으로 달라졌다. 지난 시즌의 넘버가 익숙한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다. 작품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나는 나는 음악’은 가사가 대폭 바뀌었고, 콜로레도 대주교와 모차르트의 대립을 다룬 ‘쉬운 길은 잘못된 길’같이 새로운 넘버가 추가돼 듣는 재미를 더했다.
작품은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면모에 집중하기보다 아마데(모차르트의 어린 시절이자 그의 천재성을 의인화한 인물)로 대변되는 내면의 천재성과 싸워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신동이라 칭송받던 아마데와 자유롭게 살고 싶던 볼프강 사이의 갈등이 더 극적으로 그려진다. 모차르트의 재능을 인정하고 후원하는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의 비중도 커졌다.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전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보니 1막은 살짝 지루한 감이 있지만, 그 지루함은 그가 가발을 벗어던지는 순간부터 2막이 끝나기까지의 감동으로 충분히 상쇄된다.
과거에도 지금도 ‘천재’는 있었지만 그들의 삶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모차르트 역시 그저 남이 만들라고 시킨 음악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꾸며진 자신보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사랑받기를 원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그가 아버지에게 뛰어가 안기는 마지막 장면은 퍽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그의 인생을 나와는 전혀 다른 괴짜 천재 음악가의 기구한 삶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8월 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