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커 프로젝트

카페의 본질을 구현한 건축으로 구겐하임 빌바오의 아성에 도전하다

연간 90만이 찾는 카페 부산 기장 ‘웨이브온’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입력2018-12-03 1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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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소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286
    ● 준공 2016년 12월
    ● 설계 곽희수
    ● 수상 2018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2017 제24회 세계건축(WA)상, 아키타이저 A+어워드 파이널리스트

    [사진 제공 · 김재윤]

    [사진 제공 · 김재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사진 제공 · 김재윤]

    [사진 제공 · 김재윤]

    ‘Wag the dog.’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영어속담이다.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본상을 수상한 기장 웨이브온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지상 3층, 494.66㎡(약 150평)의 이 카페를 연간 9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덕분에 매출만 한 달에 4억~5억 원.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를 포함해 매출 1위에 올랐다.

    카페 서쪽으로 풍광 좋은 임랑해수욕장이 있어 많은 사람이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동쪽으로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자리해 은연중 기피 장소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웨이브온은 하루 평균 3000명이 찾는다고 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차를 몰고 오거나 택시를 타고 와야 함에도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케이크를 먹으며 풍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길게 줄을 선다. 실제 올해 9월 카카오내비 이용자가 가장 많이 검색한 전국 음식점 조사에서 3위를 차지했다. 카페 중에서는 1위다. 

    웨이브온이 자리한 곳엔 원래 해변로를 따라 레스토랑 고스락의 방갈로가 있었다. 고스락은 지금도 영업 중인데, 그중 언덕배기에 있는 방갈로를 허물고 웨이브온을 지은 것이다.



    처마와 평상의 현대적 각색

    웨이브온 동편의 평상들.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동편의 평상들.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남측 안마당의 평상들.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남측 안마당의 평상들. [조영철 기자]

    건축주인 허장수 고스락 회장은 “외관을 보고 소문이 나 첫날 매출 300만 원을 기록하더니 그다음 날 2배인 600만 원, 사흘째 1000만 원으로 치솟았다”며 “기왕 지을 거 최고로 짓자는 생각에 아낌없이 투자했지만 이렇게 빨리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6명으로 시작한 이 카페 직원은 32명까지 늘어났다. 주변 땅값도 3배는 올랐다는 것이 허 회장의 설명이다. 

    웨이브온을 설계한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소장은 콘크리트 건축의 마술사다. 콘크리트 건축 하면 서양식 건축이 바로 연상되지만 곽 소장은 전통 한옥의 건축 원리를 콘크리트로 빚어낸다. 다이빙대처럼 한쪽 끝은 고정됐지만 다른 쪽 끝은 돌출된 캔틸레버로 역동적 형상을 빚어내는 동시에 한옥의 처마 역할을 부여한 것이 그중 하나다. 실제 정남향으로 바다를 마주한 웨이브온의 창가 테이블에 앉았을 때 따가운 햇살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독특한 외관을 빚어낸 캔틸레버가 자연스럽게 차양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웨이브온에는 전통 한옥의 옥외가구로서 평상(平床)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요소도 숨어 있다고 한다. 그게 뭘까. 

    주차장에서부터 걸어 매끈한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웨이브온에 접근하면 그리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소나무 언덕 위에 세운 작은 카페 같다. 안으로 들어서 1층 매대를 접할 때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닫이유리창 너머로 바다를 접한 안마당에 선베드를 연상케 하는 콘크리트 벤치가 부채꼴로 펼쳐진 것을 보면서 심상치 않은 공간 구성을 감지하게 된다. 

    웨이브온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공간. 건축 가운데에 위치하지만 텅 비어 있다.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공간. 건축 가운데에 위치하지만 텅 비어 있다.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2층 창가의 테이블 공간.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2층 창가의 테이블 공간.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2층 한 구석의 호젓한 공간.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2층 한 구석의 호젓한 공간. [조영철 기자]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층 매대 위 공간을 직사각형으로 뚫어놓은 대신, 다양한 높낮이로 구성된 테이블 공간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 어느 장소에서나 유리를 통해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기장의 바다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3층은 그에 비해 공간은 작지만 밖으로 나가면 이페 원목으로 계단과 바닥을 구성한 옥상에서 탁 트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또다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웨이브온의 옥상. 월내리 바닷가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김재윤]

    웨이브온의 옥상. 월내리 바닷가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김재윤]

    소나무 아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다탁. [조영철 기자]

    소나무 아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다탁.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 옥상으로 올라가는 이페 원목 계단. [사진 제공 · 김재윤]

    웨이브온 옥상으로 올라가는 이페 원목 계단. [사진 제공 · 김재윤]

    거기서 내려다보니 정남향의 1층 테라스 말고도 동향의 테라스에도 선베드가 즐비하게 설치된 것이 보였다. 해송들 사이로 그 선베드에 혼자 누워 있는 사람도 있고, 여럿이 어깨를 붙이고 앉아 바다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상의 현대적 각색이 거기 그렇게 펼쳐져 있었다. 적게는 1명, 많게는 10명까지 공유할 수 있는 그 평상 덕분에 웨이브온의 실내외 수용 인원은 최대 500명까지 된다고 한다.

    웨이브온을 위에서 보면 맷돌을 연상케 하는 2개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슬쩍 어긋남으로써 다양한 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 바다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는 2층의 투명벤치가 최대 명당으로 꼽히지만 여러 번 방문한 사람은 올 때마다 자리를 바꿔가며 풍광을 즐기는 듯했다.

    카페란 무엇인가

    웨이브온 출구 옆 노출콘크리트를 뚫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커피콩 모양을 닮기도 하고 옆에 세워진 구멍 뚫린 대형 수석의 형상을 닮기도 했다. [사진 제공 · 김재윤]

    웨이브온 출구 옆 노출콘크리트를 뚫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커피콩 모양을 닮기도 하고 옆에 세워진 구멍 뚫린 대형 수석의 형상을 닮기도 했다. [사진 제공 · 김재윤]

    옥상으로 올라가는 목조계단의 난간 역할을 하는 노출콘크리트 구멍 너머로 포착된 3층 옥외 목조 데크의 풍경. [조영철 기자]

    옥상으로 올라가는 목조계단의 난간 역할을 하는 노출콘크리트 구멍 너머로 포착된 3층 옥외 목조 데크의 풍경.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을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 최고 명당으로 꼽히는 2층 창가의 투명벤치. [조영철 기자]

    웨이브온을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 최고 명당으로 꼽히는 2층 창가의 투명벤치. [조영철 기자]

    이런 웨이브온의 독특한 공간 구성은 도넛 모양으로 건물 가운데를 텅 비워둔 데서도 발생한다. 곽 소장은 “한국의 모든 카페를 가보면 사람들이 창가를 따라 가장자리에 앉기 때문에 정작 한가운데는 휴면공간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직사각형 모양의 가운데를 비우거나 계단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넓은 공간감을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카페라는 공간의 정수를 건축에 투영한 것이다. 

    곽 소장은 그 형태가 사람의 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도 했다. 가운데 귓구멍은 비었지만 그 주변을 이루는 귓바퀴가 소리의 공명을 돕는 구조. 실제 도심 속 카페의 경우 두꺼운 통유리로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지만 웨이브온의 유리창은 슬라이딩 도어로 돼 있어 옆으로 밀고 나서면 바람소리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웨이브온에서 바라보는 경치에는 섬세한 프레임 연출이 가미돼 있다. 그 프레임 속으로 남쪽의 넘실거리는 바다와 서쪽의 임랑해수욕장의 흰 모래사장이 들어오지만, 동쪽의 고리원자력발전소는 들어오지 않는다. 

    웨이브온은 이제 부산 하면 떠오르는 태종대와 해운대의 아성을 흔들 정도가 됐다. 독특한 건축 하나가 원자력발전소의 그늘에 있던 공간을 관광명소로 바꿔놓은 셈이다. 곽 소장은 스페인의 쇠락한 항구도시에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관광도시로 변모한 빌바오의 예를 들었다. 2010년 이후 연평균 구겐하임 빌바오 방문객 수는 105만8810명. 구겐하임 빌바오가 대형 공공건축물임을 감안할 때 그것에 필적하는 웨이브온의 저력이 더 놀랍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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