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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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안다미 조개’라 부르는 꼬막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gmail.com

    입력2018-01-02 17: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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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보성군 벌교에 가면 맛볼 수 있는 꼬막 요리 한 상. 새꼬막과 참꼬막(왼쪽부터).

    전남 보성군 벌교에 가면 맛볼 수 있는 꼬막 요리 한 상. 새꼬막과 참꼬막(왼쪽부터).

    꼬막을 떠올리면 여기저기가 시려 온다. 먹을 때마다 세차게 추운 날이었기에 등골이 시리고, 개펄 바닥에 엎드려 꼬막을 캐는 여인네를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고, 50여 년간 꼬막을 캐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던 꼬막 요릿집 주인의 사연에 코끝이 시리다. 꼬막은 언제 어떻게 먹어도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지만, 먹을 때마다 막막한 개펄과 겨울 바다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바다에 시린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11월이 되면 전남 보성군 벌교에선 꼬막 채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썰물 때에 맞춰 넓고 차진 개펄로 참꼬막을 캐러 간다. 바닷물이 거의 빠질 무렵 널배(뻘배라고도 한다)에 몸을 싣고 해안으로부터 최소 1km 이상 나간다. 널배에 한쪽 무릎을 꿇어 몸을 엎드리듯 올리고, 나머지 한쪽 다리를 동력 삼아 차가운 물과 진흙을 밀면서 움직인다. 멀리 나가는 동안 바닷물이 빠지면 꼬막 체를 널배에 걸어 온힘을 다해 개펄 바닥을 훑은 뒤 체를 올리고 꼬막을 털어 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또다시 뻑뻑한 진흙을 훑은 뒤 꼬막을 터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짧게는 3시간, 길게는 7시간 동안 채취해 참꼬막을 얻는다. 참꼬막은 바닷물로 세척한 다음 일일이 손으로 상품을 고른다. 어린 꼬막은 바다로 돌려보내고, 빈 꼬막이나 깨진 꼬막은 버리고, 3~5년 자란 것만 출하한다. 새꼬막은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그물로 끌어 올려 수확한다. 손으로 채취하는 것보다 수월하다지만 추위와 위험을 무릅쓴 고된 과정은 매한가지다. 


    참꼬막 데침. 통꼬막이라고도 부른다.

    참꼬막 데침. 통꼬막이라고도 부른다.

    참꼬막은 입아귀가 딱 맞고 껍데기에 부챗살처럼 도드라진 줄기가 20개 안쪽이다. 겉보기에 단단하고 야무지며 크기가 작은 편이다. 새꼬막은 줄기가 30개 이상으로 촘촘하며, 입아귀가 딱 안 맞고 합죽이처럼 살짝 어긋난 모양이 많다. 두 꼬막의 속살 모양과 맛도 완전히 다르다. 참꼬막을 삶아 바로 껍데기를 까면 반들반들 윤이 나는, 맑은 눈동자 같은 적고동색 살이 보인다. 탱글탱글 쫄깃한 맛이 나며 첫맛은 간간하고 씹을수록 달고 고소하다. 새꼬막은 참꼬막의 속살에서 적고동색 윤기 있는 부분만 걷어낸 것 같다. 씹는 맛이 참꼬막보다 부드러운 대신 짭짤함과 비릿함이 좀 더 강렬하다. 

    꼬막은 싱싱한 것을 해감해 그대로 삶아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물에 삶아 익혀도 꼬막은 입을 꽉 다물고 있다. 껍데기 이음매 쪽 움푹 팬 곳에 숟가락을 밀어 넣어 들어 올리면 단단한 껍데기가 톡톡 쉽게 열린다. 단물이 촉촉하게 고인 꼬막살 한 점은 겨울이 주는 달콤한 행복 그 자체이기에 커다란 들통 가득 꼬막을 삶아 여럿이 함께 나눠야 더 즐겁다. 부지런을 좀 떤다면 데친 새꼬막에 양념장을 조금씩 올려 반찬으로 만들어두자. 삶은 꼬막살을 발라 밥을 안쳐도 맛있고, 채소 · 달걀 · 밀가루를 섞어 전을 부쳐 먹으면 고소하다. 시원한 맛이 좋은 미나리, 오이, 양파를 썰어 넣어 꼬막살 초무침을 하면 칼칼한 술안주로 그만이며, 된장을 풀어 꼬막국을 끓여 함께 곁들이면 찰떡궁합 한 상이 완성된다. 

    꼬막의 다른 이름은 ‘안다미 조개’다.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의 우리말 ‘안다미로’에서 따온 참 예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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