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마치고 다롄항에 정박 중인 중국 최초 항공모함 바랴크호.
미·중 힘겨루기 본격화
중국이 매년 국방예산을 늘리는 의도는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대국이 되려는 야심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각국의 대(對)중국 정책과 태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중국은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중국이 군사강국이 되려면 국방예산을 더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직접 나서기 곤란한 사안을 거론하거나 의도를 내비칠 때 ‘환구시보’ 같은 관영언론을 활용한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동아시아 개입 전략을 추진하는 만큼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국방예산을 줄이더라도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의 군사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안보 축을 유럽에서 이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으로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력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주변국들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고자 막대한 자금을 군사력 강화에 쏟아붓는 것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에 비해 국방예산을 대폭 늘릴 여력이 충분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이 국방예산을 줄이는 향후 10년이 오히려 호기라고 본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12 군사균형’ 보고서에서 “중국의 국방예산은 아시아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아·태 지역에서의 군사적 균형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 추세와 전망치를 보면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도 월등히 앞선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군사전문 정보 기업 IHS 제인스(Jane’s)의 보고서(2월 14일자)에 따르면,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8.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인스는 2015년 중국의 국방예산이 238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아시아 제2의 군사대국인 일본 국방예산의 4배에 달하고 일본을 비롯해 인도, 한국, 대만 등 아시아 12개국 국방예산(2325억 달러)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과 인도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545억 달러(61조 원)와 413억 달러(46조2000억 원)였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는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가 2020년에는 일본의 4.8∼6.5배, 2030년에는 9.1∼12.1배로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중국의 국방예산이 2030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응책 없는 일본 고민은 더 깊어
바랴크호의 기둥.
중국의 국방예산 팽창을 가장 우려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현재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국방예산을 늘릴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마땅히 대응할 방책이 없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일본 정부가 최근 F-35 스텔스 전투기의 가격이 오를 경우 도입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국방예산을 증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군사력 증강에 맞서 일단 헬리콥터 탑재 항공모함과 잠수함 등 해군력 강화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미국과의 군사 동맹 관계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경우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베트남의 해군력 증강 예산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50%나 늘어나 2억7600만 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은 2015년에는 관련 예산을 4억 달러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도 중무장한 중국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탑재 함정과 잠수함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베트남보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필리핀은 미국에 도움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감안해 올해 필리핀에 최소 1억4466만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를 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138만 달러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또 필리핀에 고속 순찰함 2척을 제공했다. 아무튼 중국이 촉발한 군비 경쟁으로 아·태 지역에 자리한 각국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