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

‘특목고 지상주의’ 탈출 해법 있나

태생적 한계와 왜곡 운영 심각 … 사고력·창의력 교육으로 전환해야

  • 이종태 한국교육연구소 소장 yjt@kedi.re.kr

    입력2009-07-29 13: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특목고 지상주의’ 탈출 해법 있나

    명문대에 진학해야 한다는 ‘대학입학 지상주의’는 특목고 논란을 과열시킨다. 한 입시학원이 특목고 설명회를 열자 일요일인데도 참석하려는 학부모들로 주차장에 차가 빽빽이 들어섰다.

    우리 사회에서 특목고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그 관심은 상반된 측면을 지닌다.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지름길로서 많은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교육과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나쁜 제도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특목고란 영재를 조기 발굴해 국가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고교를 말한다. 논란은 과연 특목고가 이러한 설립목적에 충실한가 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특목고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법령상의 설립목적을 넘어 우리 사회의 입시 현실을 직시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논란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정녕 특목고가 정상화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선발 엘리트’ 지위유지 욕구의 현장

    1983년에 선을 보인 과학고는 명실상부한 과학영재 발굴 양성을 위한 학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기존 정규교육과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영재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성적 우수자 선발을 통한 대학입시 명문고의 성격이 두드러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는 영재 개념이나 판별도구 등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시도교육청들의 경쟁적인 과학고 설립은 ‘특수목적’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과학고보다 약 10년 뒤에 등장한 외국어고는 그런 한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등장 배경부터가 특수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고는 중산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등장한 노태우 정부가 고교평준화 해제를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꿩 대신 닭’ 격으로 도입한 제도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고가 표현상으로는 ‘어학영재’ 양성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정책 당국 스스로 처음부터 어학영재의 의미나 판별방법 개발에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앞장서서 내신성적을 선발 기준으로 제시했을 정도다.

    요컨대 과학고나 외국어고 설립의 원초적 동기는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선호해온 ‘선발 엘리트’의 지위유지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특목고는 태생적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점에서 보면 특목고가 입시 명문고로서의 명성을 얻고 중학생들의 치열한 입학경쟁을 야기한 것은 필연이었다.

    특목고의 태생적 한계는 곧바로 운영상의 왜곡으로 이어졌다. 특목고의 학생 선발이나 교육과정 운영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편법 또는 불법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술고사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필답식 입학고사를 치르거나, 교육과정상 수학 비중이 높지 않은 외고에서 수학 성적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교육과정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과정에서 설립목적 대신 입시준비가 실질적인 목표가 되는 것이 당연시되며 이에 따라 이중적인 수업시간표를 편성, 운영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떻게 이처럼 비교육적 행태가 교육현장에서 버젓이 통용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특목고의 행태를 비난한다. 하지만 특목고 관계자 대부분은 이런 비난에 수긍하기보다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 바탕에는 특목고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그들 나름의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즉, 그들은 특목고 역시 일반계 고교의 하나이며 그 지상과제는 아이들의 성공적인 대학입학이라고 믿는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이 점에 관한 한 더욱 직설적이다. 그들은 규정이나 지침에 어긋나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의 대학입시에 유리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려 한다.

    따라서 문제의 구조는 단순하다. 특목고가 법령상의 설립목적에 충실하지 못하고 입시교육에 몰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학입학 지상주의 때문이다. 아무리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철학과 방법이 있다 해도 대입으로 연결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서는 설 땅이 없다. 특목고에 쏟아지는 온갖 비난은 단지 그 ‘현실’에 충실하고자 하는 데서 오는 대가인 셈이다.

    그렇다면 특목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탈출구는 없을까. 먼저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비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래 사회가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며 그러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종래의 학교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지 고심해왔다.

    거기에 비춰본다면 우리 사회의 대입 경쟁과 그로 인한 학생들의 사고력과 지적 호기심, 창의력 저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들을 모아놓았다는 특목고가 과거지향적 교육을 앞장서서 조장한다면 미래의 희망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지적 호기심 저하 심각한 문제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매체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특목고는 새로운 학벌 형성의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의 학벌은 그나마 계층 배경이 다양한 사람으로 이뤄졌지만, 특목고라는 새로운 학벌은 중산층 출신자로 이뤄져 있다. 더구나 이들은 각종 국가고시에서 대규모 합격자를 배출해 법조계와 관계 등 권력층에서도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때 미래의 사회구조가 어떻게 개악될지 심히 우려된다. 이미 가시화하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와 맞물려 우리 사회는 극심한 사회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질지도 모른다.

    여기서 특목고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환이 요청된다. 특목고가 입시 위주의 교육과 사교육 심화의 주역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기존의 생각은 미시적이며 부분적이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풍토에 비춰 그러한 특성은 더 이상 특목고 당사자들에 대한 비난거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더 큰 측면은 특목고의 현실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특목고 문제는 특목고 차원이나 교육 차원으로가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재인식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각성과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질 때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