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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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특집 | 한-베 경제협력 롤모델 ‘그린에그’

“베트남은 주요 교역 대상국이자 외교안보 동맹국”

‘해외에서 번 돈 일부는 그 나라 미래를 위해 쓰라’ 김우중 회장 조언 실천할 것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8-07-31 11: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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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베트남 상생경제협력의 모범을 일궈가는 그린에그 직원들(왼쪽)과 정인섭 그린에그 대표.

    한국과 베트남 상생경제협력의 모범을 일궈가는 그린에그 직원들(왼쪽)과 정인섭 그린에그 대표.

    2016년 11월 11일 설립된 투자 전문회사 그린에그의 모든 사업은 베트남과 관련 있다. 그린에그는 지난해 8월 베트남과 한국 사이의 투자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그린에그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으며, 베트남 투자회사 BCG(Bamboo Capital Group) 와 손잡고 태양광발전, 부동산개발 등 현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베트남 가구회사 플렉스핏, 베트남 대표 농산물 포멜로의 플랜테이션을 추진하는 3콤마캐피탈에도 투자했다. 

    그린에그는 또한 베트남 식문화를 한국에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올해 그린에그 F&B를 출범했다. 7월 말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1호점을 오픈하는 ‘콩카페(Cong Caphe)’ 프로젝트가 그 첫 작품.   

    7월 9일 서울 삼성동 그린에그 사무실에서 정인섭 대표를 만나 그의 사업 철학과 포부를 들어봤다.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에 위치한 그린에그 사무실. [홍중식 기자]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에 위치한 그린에그 사무실. [홍중식 기자]


    베트남 사업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한국은 지정학적, 경제적 위상으로 볼 때 당분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그동안 한국이 중국의 부품소재 공급처로서 누려왔던 입지는 점점 약화될 수밖에 없어요.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제3의 교역 상대가 필요합니다.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 여건으로 볼 때 아세안(ASEAN) 10개국 가운데 한국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잠재력이 큰 나라는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한국의 산업화 경험을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하는 국가이기도 하고요.” 



    기업인을 인터뷰한다기보다 대한민국 경제활로를 고민하는 정부 당국자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현황, 그린에그 사업 개요를 써가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한국은 베트남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누적 1위국입니다. 동시에 2017년 기준 베트남에서 320억 달러(약 35조9800억 원) 가까운 무역수지 흑자도 기록했고요. 베트남의 산업구조가 현재까지는 완제품 조립, 생산 중심이었습니다. FDI를 통한 해외기업의 투자도 단순조립공장에 치중돼 있고요. 그런데 베트남 정부는 제조업 육성을 통해 자체 기술력을 갖춘 산업국가로의 진입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채택해 실천 중입니다. 제조업이 발전하려면 전력과 물류 같은 산업 인프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고, 부품소재 산업도 육성해야 합니다. 인력 개발을 위한 교육 강화, 산업화에 따른 인력 집중 등으로 도시화도 진행될 거고요. 그런데 이 4가지 이슈는 지난 50년간 급속히 산업화를 이룬 한국이 이미 경험한 것들입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산업화, 도시화 성공 경험을 베트남과 공유하면서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린에그가 베트남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정 대표는 베트남의 산업화와 도시화에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그가 역점을 두는 분야는 베트남 산업화를 위한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전력 인프라 사업이다. 

    “사람이 물과 공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처럼, 공장도 전기 없이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결국 전기는 산업화를 위한 필수 인프라입니다. 그린에그는 투자회사 BCG를 통해 베트남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닥락성에서 5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사업 승인을 받았고, 롱안성에서는 4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프로젝트가 성사 단계에 와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의 시장성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세계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 중입니다. 특히 태양광은 발전 효율이 가장 높죠. 태양광발전은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선점자 우위)가 큰 시장으로, 그만큼 초기 진입자가 후속 프로젝트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경제성장으로 전력 수요도 크게 늘고 있어 태양광발전 분야의 높은 성장이 기대됩니다.” 

    그린에그의 
베트남 파트너사인 BCG그룹의 연차보고대회, 플렉스핏 가구전시장, 3콤마캐피탈의 포멜로와 콩카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린에그의 베트남 파트너사인 BCG그룹의 연차보고대회, 플렉스핏 가구전시장, 3콤마캐피탈의 포멜로와 콩카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 대표는 태양광발전의 장점으로 건설 기간이 화력발전의 4분의 1에 불과해 단기 전력난 극복에 유리하다는 점을 꼽았다. 

    “베트남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게 원활한 에너지 수급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태양광발전은 지속적인 설비단가 하락으로 발전단가가 화력발전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어요.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하기 때문에 무한정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고요. 일사량이 부족한 경우가 문제인데, 적도에 가까운 베트남 남부는 일사량까지 풍부해 태양광발전을 위한 최적지입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2014년 이후 해마다 20% 이상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8GW의 태양광발전이 새로 설치돼 누적 300GW를 돌파했고, 지금 같은 성장세가 계속될 경우 2020년에는 588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사업 이외에 그린에그가 베트남에서 추진하는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베트남의 도시화율이 35%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베트남이 산업화될수록 도시화도 가속화되리라 봅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화가 진행되면 가장 필요한 것이 주택입니다. 무엇보다 공동주택을 많이 지어야 하는데 그때 꼭 필요한 게 인테리어 가구입니다. 그린에그가 가구회사 플렉스핏에 투자한 이유죠. 도시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 쓰레기 처리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는데요, 쓰레기처리 시설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중입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던가. 정 대표가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베트남의 경제발전과 산업화, 도시화에 발맞춘 맞춤형 비즈니스였다. 베트남 에너지 산업과 가구회사에 대한 투자가 베트남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라면 정 대표는 베트남의 식문화를 한국에 전파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7월 31일 그랜드 오픈 예정인 ‘콩카페’가 대표적이다. 

    콩카페를 한국에 들여온 계기가 있습니까. 

    “제가 사회초년병 때 모셨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님은 늘 ‘해외에서 100을 벌면 그 가운데 30~40%는 반드시 그 나라의 미래를 위해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한국과 베트남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심각한데, 베트남을 대표하는 식문화를 한국에 소개함으로써 불균형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콩카페 직원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다문화가정의 분들을 우선 채용할 계획입니다.” 

    정 대표는 베트남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한국의 대표적인 베트남 전문가다. 그가 이런 인맥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김우중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이력과 무관치 않다. 1995년 수행비서로 처음 베트남을 방문한 그는 김 회장과 베트남 정부 주요 인사들이 면담하는 동안 현지 수행비서들과 명함을 교환하며 안면을 텄다. 그때 얼굴을 익힌 베트남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베트남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로 활약하고 있다고. 

    베트남 농업회사에도 투자했다고 들었습니다. 

    “베트남 식문화와 함께 한국이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분이 농산물입니다. 한국 농업기술이 베트남 농업과 만나면 더 큰 발전의 기회가 있으리라 봅니다.” 

    정 대표의 대(對)베트남 비즈니스에는 ‘베트남 경제발전에 보탬이 되는 사업으로 한국과 베트남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업철학이 녹아 있다. 

    “사업은 윈윈(win-win)하는 모델이 아니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봐요. 베트남은 한국에게 중요한 교역상대국일 뿐 아니라,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도 지속적으로 동맹관계를 유지해가야 하는 전략적 파트너 국가입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 기업가들은 사업보국이라는 일념으로 큰 기업을 일궜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비즈니스를 통해 우리나라와 해당 국가의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우리 국익도 지키고 안보도 튼튼히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앞의 이익보다 해당 국가와 윈윈하려는 그의 비즈니스 철학이 ‘콩카페’의 함께(共)라는 말 속에 응축돼 있는 듯하다.

    엘리트 직원을 위한 정인섭 CEO의 작은 배려

    그린에그의 ‘명상실’. [홍중식 기자]

    그린에그의 ‘명상실’. [홍중식 기자]

    그린에그의 맨 파워는 구성원의 화려한 이력이 잘 말해준다. 정인섭 대표, 조성빈 상무, 김홍진 부장, 최유석 매니저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고, 박한준 매니저는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린에그에는 베트남 출신 직원이 2명 있다. 민 트란 매니저는 베트남 하노이국립경제대 출신으로 베트남 기획투자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이화여대에서 수학해 한국어에도 능통하다. 딘 트엉 매니저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석사 출신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전력엔지니어링 연구소와 베트남 전력공사에서 일한 바 있다. 콩카페 론칭을 총괄하는 차건웅 이사는 스위스 유학파 출신이다. 

    정인섭 대표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공항터미널에 사무실을 낸 것은 최고의 직원들을 예우하기 위함이다. 그린에그의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고 베트남에서 오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공항에서 마중하거나 배웅해야 할 일이 많은데, 공항터미널에 사무실이 있으면 그런 일들을 생략할 수 있는 것. 입국할 때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면 공항터미널까지 논스톱으로 올 수 있고, 출국 때도 공항터미널에서 출국 심사를 할 수 있어 굳이 인천국제공항까지 가 배웅하지 않아도 된다. 

    정 대표는 “회사의 가치는 직원들의 업무 성과가 모여 만들어진다”며 “직원들이 업무에 더 전념해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고민하는 게 최고경영자(CEO)인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입구에 안마의자를 비치한 명상실을 만든 것도 그의 아이디어. 

    “졸음을 참지 말고 졸릴 때는 쉬었다 일하라고 명상실을 만들었습니다. 잠시 쉬고 나면 업무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 제 경험으로 봐도 일하는 시간이 긴 것보다 일할 때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성과가 더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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