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유정 JW인베스트 대표. 조영철 기자
AI 투자 사이클, 후반부는 아직
곽유정 JW인베스트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새해 투자 포인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 속에서도 종목별 성과는 크게 갈린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도 사이클 국면에 따라 유불리가 갈린다. ‘읽으면 돈이 되는 반도체주 투자지도’를 쓴 곽유정 대표는 지금을 AI 반도체 사이클의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으로 본다. 반도체 주가는 실적보다 6개월에서 1년가량 선반영되는 흐름을 보이는 만큼 실적이 좋을수록 투자자들의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곽 대표의 설명이다.AI 반도체 투자를 사이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AI 반도체 사이클은 어느 구간에 와 있고, 투자 판단이 달라지는 지점은 어디라고 보나.
“2022년 오픈AI의 챗GPT 출시를 기점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 2023년으로 넘어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불티나게 팔렸는데 이 시점부터 AI 사이클이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파트너사로 HBM을 거의 독점적으로 납품해왔다. 따라서 AI 사이클 전반부에서는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주역이었다. 이후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무렵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3 12단 퀄리티 테스트를 통과했다. 올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HBM4 공급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회사 가운데 누가 후반부 주도권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한 지점이다.
올해는 AI 사이클의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시기다. AI 사이클 초입에 반도체주에 올라타지 못한 투자자라도 연초부터 상반기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입이 가능하다. 다만 이후에는 반도체 투자 난도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본다.”
왜 상반기 이후 투자 난도가 올라가나.
“반도체는 계절성을 띠는 산업이다. 통상 실적은 3~4분기에 가장 좋다. 2023년부터 범용 반도체 가격이 반등했고, 지난해 초엔 중국의 이구환신(내수소비 진작 및 설비 현대화) 정책으로 수요가 늘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3 퀄리티 테스트를 통과했다. 매출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커질 수밖에 없다. 4분기 실적 발표는 보통 1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나온다.
문제는 주가와 실적이 항상 비례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에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3~4분기 실적도 좋았지만, 주가 고점은 그해 초 이미 형성됐다. 이런 엇갈림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는 투자 난도가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 주가는 적어도 14만 원대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4만 원은 기대감과 지난해 4분기 실적만으로도 도달 가능한 수준이다. 목표주가를 높게 보는 곳은 16만~17만 원까지도 제시한다. 다만 ‘14만전자’에서 ‘16만전자’ 구간으로 가는 과정에서는 변동성이 수반될 것이다.”
8대 공정 중 패키징과 유리기판 주목해야
반도체 8대 공정 중 올해 주목하는 공정이 있나.“전공정과 후공정을 구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공정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단계다. 후공정은 완성된 반도체를 조립하고 검사하는 과정이다. 전공정에서 만든 칩을 보호하고 조립하는 단계를 패키징이라고 한다.
최근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영역은 이 패키지 공정과 여기에 쓰이는 기판이다. 반도체는 실리콘으로 만들다 보니 열에 약하고 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내구성을 높이고, 미세회로를 더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유리기판이다. 국내에서는 SKC, 삼성전기, LG이노텍이 유리기판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상용화 시점이 중요하다. SKC의 미국 자회사 앱솔릭스는 유리기판 양산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서 연말을 기점으로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2027년, LG이노텍은 2027년 하반기에서 2028년으로 예상된다.”
HBM만 놓고 보면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들 기업의 이점은 무엇인가.
“삼성전자는 HBM3 생산에서 한 발 늦었다는 점을 인정한 뒤 HBM4에 사활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HBM3에서는 SK하이닉스가 퀄리티 테스트 통과도, 양산 준비도 가장 빨랐지만, HBM4에서는 두 회사가 동시에 양산과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은 올해 중순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HBM4에서는 삼성전자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점유율도 비슷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 변곡점이 올해라고 본다. 2027년에는 양강 체제가 될 확률이 높다. 마이크론도 저전력 D램 모듈인 SOCAMM(소캠)을 잘 만든다. 기업마다 특화된 메모리 반도체 영역이 존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이라 마진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설비투자는 수요를 미리 예측해서 하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판로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범용 반도체와 고부가가치 메모리다. 후자는 주문형 반도체, 즉 ASIC(에이식) 시장이다. 납기를 정해 계약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만큼만 생산하면 된다. 엔비디아처럼 큰 고객사가 주문하면 그 물량만큼만 만드는 방식이다. 재고 부담이 없어 굳이 공장을 증설할 필요가 없다.
공장을 증설하려는 이유는 고객사가 엔비디아만으로 한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구글의 TPU(텐서처리장치) 같은 경쟁자가 이제 막 등장하는 단계다. 게다가 TPU는 대량생산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엔비디아 물량만으로 충분했지만, 향후 공급사가 늘어난다면 공장 증설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소부장 기업 눈여겨봐야
SK하이닉스는 올해 상승폭이 2025년만큼은 아닐 수도 있나.“상대적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에 기대할 수 있었던 핵심은 HBM 단일 모멘텀이다. 범용 반도체도 생산하지만,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범용 반도체 가격 반등이 매출에 바로 반영된다. 파운드리도 계약 소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는 미국 테일러 팹(삼성전자가 미국 내에서 2㎚ 이하 최첨단 칩을 생산하려고 구축한 공장)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 엑시노스 2600도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삼성전자는 호재가 다양하게 들어오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사실상 HBM4에 대한 기대가 핵심인 상황이라 삼성전자를 견제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추가로 투자한다면.
“삼성전자 주가가 움직이면 삼성전자 관련 매출 비중이 큰 소부장 기업들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과 함께 반도체 장비 기업 원익IPS 주가도 올랐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기도 하다.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도 있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이끈 기업들이다. 현재 일본이 중국 반도체를 상대로 수출 규제를 하고 있지 않나. 한국은 2019년에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수출 규제를 직접 겪은 경험이 있다. 당시 정부가 소부장 기업들의 자립을 지원했다. 그 결과 포토레지스트 같은 핵심 소재는 국산화가 이뤄졌다.
특히 솔브레인은 삼성전자가 일부 지분투자를 한 기업이다. 반도체 투자에 관심 많은 투자자라면 이런 구조까지 함께 살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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