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예쁜 밥을 섞어 먹다
얼마 전에 외국인 친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사진을 하나 보내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돌솥비빔밥 사진 아래에는 ‘어떻게 먹으면 좋은가’라는 질문이 따라왔다. 이탈리아 작은 어촌 마을 출신인 어린 친구는 영국 런던에…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4월 18일모든 음식의 결정적 한 방, 소금
과거 개그맨 이휘재가 ‘그래, 결심했어’라는 대사와 함께 다른 선택을 한 삶의 결과를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보지 않은 길이 궁금한 것은 변함없다. ‘그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모든 선택은…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4월 10일정갈하고 금빛 풍미 내뿜는 달걀 파스타
파스타는 알면 알수록, 먹으면 먹을수록 흥미로운 음식이다. 파스타라는 카테고리 안에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면 모양에 따라 어울리는 소스도 가지가지다. 요리법은 라면만큼 간단하다. 물, 소금, 후추, 마늘, 올리브 오…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4월 03일봄 바다의 기운으로 펄떡이는 ‘봄 멸치’
우리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생선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바로 멸치다. 마른 멸치는 온갖 국물의 바탕 재료가 되고, 크기에 따라 다양한 반찬과 간식으로도 먹을 수 있다. 이토록 흔한 생선이지만 정작 ‘싱싱한 멸치’는 쉽게 맛보기 힘들다…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3월 27일사계절 내내 있지만 지금이 제때
긴 겨울 뒤라 유난히 봄이 기다려진다. 마음에서는 봄이 스멀스멀하는데 몸은 여전히 스산하고 춥다. 그나마 애타게 기다려 맞은 봄이 오자마자 더위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말고 남쪽으로 봄맞이를…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3월 20일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서점이나 문구점에 자주 들른다. 책을 쓰는 사람이라는 직업적 의무감보다 ‘아이쇼핑’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원해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책으로 만나고, 기분 좋게 쓸 연필이나 메모지 한두 개를 구매하는 것은 스스…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3월 13일누군가에게는 사무치게 그리웠을 가족의 맛
나는 명절마다 간사한 자신을 만난다. 결혼 전에는 명절이 나에게 ‘축제’와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넘쳐나는 시간, 평소 맛보지 못하는 귀한 음식과 반가운 친척 방문으로 집 안이 북적북적하는 것을 즐겼다. 그러다가도 문득…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3월 06일북어, 황태, 백태, 먹태의 차이는?
명태는 한때 이름 없는 생선이었다. 조선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따르면 ‘도백이 맛있게 먹은 생선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모른 채 다만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어부 태(太)씨가 잡은 것이라고 했다. 산…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2월 13일툭툭 끊어지는 면발 위의 손맛
경기도 동쪽에서부터 강원도 해안가까지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막국수는 매 끼니 먹어도 될 만큼 흔하다. 맛집으로 유명한 곳도 많지만 동네 분식집처럼 허름한 막국수 식당도 꽤 있다. 메밀은 척박한 땅과 추운 기후에서도 잘 자라고, 파종…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1월 30일향신료 없어야 비로소 즐길 수 있는 참맛
우리는 양고기에 익숙지 않다. 양고기와 첫 대면은 대부분 양꼬치, 양고기카레, 양갈비구이 중 하나일 것이다. 양꼬치는 쯔란(커민 · Cumin)이라는 강렬한 향신료에 찍어 먹고, 카레는 그 자체가 향신료다. 양갈비구이에는 머스터드나…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1월 23일낙조의 아름다움과 견줄 만한 고운 명주(名酒)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으로 ‘황금 개띠’ 해다. 사실 ‘무(戊)’는 흙을 뜻하니 황금이라기보다 누르스름한 색에 가깝지 않나 싶다. 누런 개라면 역시 진돗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진돗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우리나라의 고유 …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1월 16일씹을수록 달고 먹을수록 손이 간다
바다에서 멱깨나 감던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바닷속에서 마주쳤을 때 가장 겁나는 생물이 문어라고 한다. 문어가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지만 자칫 잘못 건드려 서로 얽히면 생사를 오갈 수 있다고.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빨판이 달린 8…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1월 09일‘안다미 조개’라 부르는 꼬막
꼬막을 떠올리면 여기저기가 시려 온다. 먹을 때마다 세차게 추운 날이었기에 등골이 시리고, 개펄 바닥에 엎드려 꼬막을 캐는 여인네를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고, 50여 년간 꼬막을 캐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던 꼬막 요릿집 주인의 사…
| 푸드칼럼니스트2018년 01월 02일오래된 다방이 선사하는 시간의 맛
어릴 때, 즉 미성년자일 때 카페에 종종 갔다. 근대 문인들처럼 지식과 정담을 나누려고 간 게 아니라, 삐삐(beeper) 회신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갓 입학해서는 각종 소개팅과 미팅의 장으로 활…
푸드칼럼니스트2017년 12월 26일못생긴 외모에 놀라고, 반전 매력에 빠지고~
완연한 겨울이다. 며칠째 이가 딱딱거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이맘때면 10년 전 동해에서 만난 세 친구가 생각난다. 첫인상은 다소 불편했지만 매년 겨울마다 보고 싶어지니 대체 불가한 매력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세 친…
푸드칼럼니스트2017년 12월 19일요즘 제맛을 뽐내는 것들
한식을 파는 식당이라면 어디를 가든 김치를 준다. 재료가 중국산이든 ‘종류가 무엇이든’ 맛이 있든 없든 김치는 꼭 나온다. 저렴한 백반집이라면 콩나물, 미역줄기, 호박나물 같은 것이 나오고, 해장국이나 육개장같이 한 그릇 요리를 파…
푸드칼럼니스트2017년 12월 12일둘러앉아 나눠 먹는 ‘빅 푸드’
12월이 가까워 오니 이런저런 모임에서 송년회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집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워낙 잦은 편이지만, 연말 모임만큼은 내 손으로 차린 음식을 나눠 먹고 싶은 마음이 유난히 든다. 그러다 보니 마음 맞는 사람끼…
푸드칼럼니스트2017년 12월 05일가을 내음에 어울리는 치즈의 향연
여름과 겨울 사이에 빼꼼 나타났다 금세 사라지는 가을에는 될 수 있으면 걷는 편이다. 가을 특유의 바람과 하늘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공기가 품고 있는 여러 향이 기분을 좋게 한다. 길가의 나무가 떨군 낙엽과 차가운 공기가…
푸드칼럼니스트2017년 11월 21일감각이 살아나는 짜릿한 향신료의 맛
내가 태어나 처음 ‘알바’를 한 곳은 쌀국숫집으로, 1997년 당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유일한 베트남 식당이었다. 베트남식이라고는 하지만 미국 스타일의 쌀국수만 파는 곳이었다. 그때 ‘고수’라는 허브를 처음 알았고 그 매력에 푹 …
푸드칼럼니스트2017년 11월 14일가을 바람과 볕으로 가득 찬 맛
가을에는 어디를 봐도 곱고 무엇을 봐도 가득함이 느껴진다. 열매는 울룩불룩 살이 오르고 뿌리에도 강인한 기운과 영양이 가득 찬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기 전 한껏 고운 빛을 내고 매끈하게 파란 하늘에서는 뜨거운 햇살이 골고루 쏟아진…
푸드칼럼니스트2017년 11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