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과 은어조림 혀가 녹는다
1976년 안동댐이 생겼다. 낙동강 본류를 거슬러 오르던 은어는 댐에 가로막혀 사라졌다. 안동댐에는 쏘가리, 붕어가 터를 잡았다.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며 자유롭게 헤엄치던 은어가 사라지면서 전설의 은어국수도 사라졌다. 낙동강 지류에…
201410132014년 10월 13일돼지 냄새 살짝 전통 순대 ‘수애’ 씹는 맛이 최고
돼지는 제주인 잔치의 필수품이다. 옛날부터 잔칫날이면 제주인들은 돼지를 잡았고 털이나 뼈처럼 먹을 수 없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상에 올렸다. 돼지 피와 내장도 알뜰하게 활용했다. 피는 메밀과 보릿가루, 마늘 같은 약간의 양념과 …
201410062014년 10월 06일바다의 깨소금 맛있게 살 오른 그놈들 왔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입에 전어를 달고 다닌다. 전어만큼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가 극명한 생선도 별로 없다. 전어의 다양한 맛은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제법 난다. 전어는 6년까지 자라는 여러해살이 생선으로, 일본에서는 1년산을 최고로 …
201409292014년 09월 29일강남 한복판 골목 맛집에 인심도 좋아라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은 영동으로 불렸다. 69년 서울시 확장 계획에 따라 한강 남쪽이자 ‘영등포 동쪽’(영동)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지금의 신사동, 논현동, 압구정동 일대는 영동 개발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
201409152014년 09월 15일실컷 먹고 즐기고 추석 명절은 축제의 정점
유전자 조작 농산물도 없고 비닐하우스도 없던 시절 가을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1960년대까지 대한민국 사람은 대부분 농촌에서 살았다. 벼는 추석을 전후로 거둬들였다. 햅쌀이 창고를 채우고 산에는 밤과 대추, 배, 사과가 열매를 맺었…
201409012014년 09월 01일드라이 에이징 부드러운 쇠고기 맛도 끝내준다
쇠고기도 유행을 탄다. 지난 수십 년간은 마블링이 가득한, 그래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쇠고기가 대세였다. 최근엔 지방(脂肪)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소는 원래 풀을 먹고 자란 가축이란 점이 부각하면서 쇠고기 먹는 방식에도 새바람…
201408252014년 08월 25일한국 증류주와 이탈리아 요리 궁합 딱 맞네
음식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박찬일이란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를 간단하게 ‘글 쓰는 요리사’라고 표현하지만 글 솜씨와 요리 실력이 적당히 좀 하는 정도가 아니라 최정상급이다. 그가 쓰는 수많은 음식 칼럼과 책을 읽다 보면 그…
201408112014년 08월 11일여름 제철 물회 선원 별식 유래 “더위 없다”
물회는 여름이 제철이다. 시원한 육수에 매콤한 양념과 함께 감칠맛 나는 생선들을 넣고 후루룩 마시면 더위가 금방 달아난다. 물회는 선원 음식에서 시작됐다. 선원들은 조업을 나갈 때 된장과 고추장을 갖고 간다. 물회는 잡은 생선과 먹…
201408042014년 08월 04일그곳에 가면 맛과 추억이 언제든 반긴다
영원할 것 같은 식당들이 사라지거나 맛을 잃을 때마다 옛것이 소중해진다. 이탤리언, 일식, 퓨전식당에 새로운 외식 메뉴까지 거리를 점령하면서 전통 방식의 식당들이 변해간다. 다행히 수십 년 들락거린 서울 남대문통의 오래된 식당들은 …
201407282014년 07월 28일고소한 자리돔물회 걸쭉한 보말국수 모슬포는 맛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슬포 앞바다는 제주에서도 가장 거칠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은 생선은 거센 파도와 싸워 제주 다른 바다의 생선보다 맛이 좋다. 겨울이면 방어가 전국 미식가를 불러 모으고 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손바닥만한 자리돔…
201407212014년 07월 21일땀 뻘뻘 흘리며 삼계탕 한 그릇 여름 무더위 거뜬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이른 더위로 여름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냉면과 물회, 막국수가 ‘이냉치열(以冷治熱)’의 대명사라면 삼계탕과 보신탕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간판이다. 한국인에게 닭은 여름 음식이었다. 닭찜, 연계(…
201407142014년 07월 14일세계인 입맛 사로잡는 젊은 퓨전 한식
프랑스의 위대한 요리사이자 저술가인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이후 거의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한 오트퀴진(haute cuisine·소량의 여러 코스인 최고급 프랑스 요리)이 20세기 후반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화학과 철학, 예술…
201406302014년 06월 30일맛있는 음식 정 많은 사람들 아름다운 동네
경기 부천시 원미동(遠美洞)은 ‘멀고 아름다운 동네’였다. 양귀자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로 많은 사람이 원미동을 기억하고 있다. 원미동은 주변 원미산에서 따온 이름이다. 산을 중심으로 언덕들이 있는 이 아름다운 동네는 서울이 본…
201406232014년 06월 23일배만 채운다고? 우린 스토리를 음미하며 먹는다
도시의 외식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임대료가 엄청나게 오른 기존 중심지 대신, 외곽 지역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슬럼가였던 트로피카가 뉴욕과 세계의 미식 중심지가 된 것과 비슷하다. 몇 년 전부터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이 떠오르면서…
201406092014년 06월 09일청정 자연이 키운 은어와 한우 맛난다, 맛나
강원 정선과 전남 곡성은 재래시장 덕에 유명해진 곳이다. 외진 곳에 있지만 기차가 다녀 사람 왕래가 빈번한 것도 닮았다. 인구 3만 명을 넘긴 곡성에는 1년에 40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전국 유일의 기차마을인 곡성 기차마을…
201405262014년 05월 26일흉내 낼 수 없는 진한 국물맛 뼛속까지 시원
부산은 일제강점기 일본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유 때문에 급성장한 도시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 부산은 일본 문화를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부산은 대한민국 임시수도로서 한 번…
201405122014년 05월 12일쳇바퀴 일상에 허기가 지면 그곳에 간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필자에게 일상의 한 부분이다. 성북구 안암동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출퇴근 때마다 광장시장 앞을 지난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주변을 배회하며 술을 마신다. 광교와 장교의 이름 한 자씩을 따 1905년 한성부에…
201405072014년 05월 07일시대의 통증, 잠시 잊으려 아픔을 삼킨다
슬픔이 가득한 날, 매운맛을 찾는 사람이 많다. 매움한 건 맛이 아니라 통증이지만 한국인은 이 통증을 매운맛으로 인식한다. 한국은 마늘, 고추, 부추 같은 매운맛을 내는 식재료 사용이 세계 최고다. 1인당 고추 소비량이 헝가리, 미…
201404282014년 04월 28일수원 왕갈비부터 불도장까지 골라 먹는 재미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 주변은 사람으로 넘쳐난다. 학교 옆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있고 아파트와 호텔이 빼곡하게 자리한 덕에 유명 식당도 많다. 돼지국밥 같은 서민 음식뿐 아니라 불도장(佛跳牆) 같은 최고급 요리를 파는 식당까지 …
201404212014년 04월 21일진하고 걸쭉한 국물과 건더기 밥 한 공기 뚝딱!
부대찌개는 기묘한 음식이다. 전쟁과 기아, 서양과 한국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결합해 낳은 슬픈 음식이다. 부대찌개 기원을 미군부대에서 버린 음식물 찌꺼기를 넣고 끓인 꿀꿀이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꿀꿀이죽은 일반인이 먹던 …
201404142014년 0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