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겹게 봉합한 인도의 두 얼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대해 먼저 알아둘 점은 발리우드(인도)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어쩌다 감독도 모른 채 봤다. 딱 5분이 지난 순간, 연출이 심상치 않았다. 인도 영화의 새로운 기수가 …
200903242009년 03월 20일관객 눈높이 맞춘 ‘체험! 정치 현장’
1977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백악관 주인 자리를 내준 대통령인 닉슨과 당시만 해도 변방의 TV 쇼 호스트에 지나지 않던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서로의 명운을 건 인터뷰 전쟁을 치른다. 총성 없는 대화가 실탄처럼 오가는 전쟁.…
200903102009년 03월 06일‘의심’과 ‘확신’ 사이의 진실게임
역설적으로 의심의 가장 친한 벗은 확신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이라크가 핵무기를 숨겨놓았다고 확신했던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대의명분으로 핵무기 소탕을 내세웠다. 바그다드에 융단폭격을 가하고 무고한 이라크 양민을 잡아 가두…
200902242009년 02월 19일역노화 남자의 기이한 인생 변주곡
늙어서도 여전히 아이의 영혼을 갖고 살아갈 수 있고, 어려서는 어른의 영혼을 가진 의젓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만인이 반기는 축복받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인생이라는 삶의 곡선은 이와 반대이기 십상이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인생에 …
200902102009년 02월 05일肉과 言, 궁중의 ‘남남녀상열지사’
철학자 김영민 씨는 “살과 살 사이에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연인의 살이 고기(肉)로 느껴질 때, 고기를 살로 되돌리는 법은 말밖에 없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에게 ‘말’이 성적 욕망을 넘어서 지적 반려로 가는 동반의 나침반이라면…
200901202009년 01월 13일격렬한 정사, 허술한 스토리
점괘는 열정을 연료로 해서 사는 사람들에게 항상 불길한 법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게리 쿠퍼도 ‘더 피스트 오브 러브’의 젊은 연인들도 이 불길한 점괘에 목숨을 잃었다. 길다 베시는 애초부터 서른네 살의 삶을 향해 내…
200901062008년 12월 31일서사적 로맨스와 어색한 서부극의 결합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독일의 가을’처럼 영화 제목에 나라 이름이 등장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영화의 스케일이 커 보이는 착시효과가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 거두절미하고 나라 이름 자체가 제목인 영화가 나타났다. ‘오스트레일…
200812232008년 12월 17일문명 사라진 세상 인간 광기의 지옥도
백색공포, 백색소음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백색맹인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신 분들을 위해 먼저 이 증상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날 눈앞이 하얗게 변하면서 동공 안에서 뭔가 줄줄 흘러내리는 느낌이 든다. 시력이 갑자기 상실되고, 이…
200812092008년 12월 01일납관사가 된 첼리스트 故人들을 위한 마지막 배웅
사내는 이제 저승의 문턱에서 이별을 고해야 하는 아내의 얼굴을 보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이를 악물고 참던 사내는 방금 전 5분이나 늦게 왔다며 염하는 납관사들에게 화를 내던 그 사람이 아니다. …
200811252008년 11월 20일중혼 욕망 발칙한 상상 가부장제 조롱 혹은 몰락
사는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호모 사피엔스들은 무엇에든 인생을 은유하는 버릇이 있다. 시인과 감독의 손에서 인생은 계절이기도 하고, 정글이나 사각의 링이기도 하다. 먹을 때는 달콤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아이스크림도, 모든 것을…
200811182008년 11월 13일엉큼 교사와 엉뚱 학생 웃음과 연민의 이중주
여자에게 사랑의 독해력이 없다는 것은 짝짓기 무대에선 치명적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은 바로 그런 경우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져 ‘미쓰 홍당무’라 불리는데, 그것도 예쁜 여자한테라야 귀여운 것이…
200810282008년 10월 22일불나비 경성 청년 치명적 ‘러브 스토리’
확실히 이 시대는 개인적인 소소한 감정들에 매달린다. 최근 수작 다큐멘터리 ‘소리 아이’를 관람했는데, 2000년대 이전의 다큐 ‘낮은 목소리’나 ‘상계동 올릭픽’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심미적이고 개인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듯 보…
200810142008년 10월 08일이주 노동자들의 짓밟힌 런던 드림
Diaspora. 떠나온 자. ‘디아스포라’는 원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경제적 이유로 파리와 런던, 뉴욕과 서울에서 일하는 ‘이산(離散)의 백성’을 일컫는다. 한국의 …
200809302008년 09월 24일헛똑똑이 父女 사랑에 눈뜨다
예전 학부시절의 교수님은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분이었다. 연구실에서 책만 보신 것이 문제였을까? 하루는 연구실에 둘 플라스틱 휴지통을 사라며 주신 돈이 1990년대 당시 돈으로 3만원! 플라스틱 휴지통 10개는 사고도 남을 돈이었…
200809092008년 09월 01일선과 악 혼돈의 땅 영웅 배트맨 화려한 귀환
푸르고 검은 화염이 온 도시를 뒤덮는다. 그건 꿈일까, 계시일까, 전조일까. 이어지는 장면은 은행털이를 하는 일당의 남자들. 모두 조커 마스크를 쓴 이들은 전작 ‘배트맨 비긴즈’의 암시대로 기어이 이 도시 고담을 털러 돌아왔다. 마…
200808262008년 08월 20일신분의 벽에 막힌 비극적 러브스토리
보통 연애과정에서 열정은 가장 짧게 지속되는 감정이다. 이 감정을 위해 심지어 연인들은 목숨까지 바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열정은 증오로 끝난다. 그렇다면 거꾸로 증오에서 시작해 열정으로 번진 연애담은 어떠한가. 누구도 인정하지…
200808122008년 08월 04일‘영웅본색’의 카리스마와 ‘첩혈쌍웅’의 의리 ‘짬뽕’
오우삼이 ‘삼국지’를 만든다. 그것도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桃園結義)부터 시작했던 삼국지의 허리 한가운데를 뚝 끊어,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을 구했던 장판교의 전투부터 시작한단다. 제작비 800억원, 엑스트라 2000명, 우리나…
200807292008년 07월 21일터뜨리고 부수고 쏘고 액션 히어로들의 세계
영화의 마지막은 물어본다. ‘당신은 가장 최근에 무슨 일을 했는가’라고. 사실 난 ‘원티드’란 영화를 본 것 외에, 이번 주 내내 별다른 일을 한 게 없다. 주인공 역시 아주 시니컬하게 고백한다. 퇴근 시간이 행복한 이유는 내일도 …
200807152008년 07월 07일로버트 루케틱 감독의 21 MIT 천재 공대생 메가바이트 욕망 베팅
강원 카지노랜드에서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든 단 한 번이라도 슬롯머신을 당겨본 사람이라면 너나 없이 알게 되는 도박의 진리 중 하나. 결국 도박은 ‘돈을 만들어내는 게임’이 아니라, ‘돈을 나누는 게임’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
200807012008년 06월 23일참기 힘든 치명적 욕망 카인과 아벨의 비극
세상에는 악마와 싸우다 악마를 닮아가는 인간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악마인 인간도 있다. 해군에서 막 전역한 엘비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창녀에게서 자신의 욕구를 채운 뒤, 친아버지인 데이비드(윌리엄 허트)를 찾아간다. 그리고…
200806172008년 0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