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홍태식
“EPL 지난 7시즌 동안 스프린트 85% 증가”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은 최근 세계 축구 트렌드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본래 축구는 ‘뛰는 스포츠’다. 예전에도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클로드 마켈렐레처럼 대단한 활동량을 자랑한 선수가 적잖았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축구계에 불어닥친 변화는 단순히 활동량뿐 아니라 그 강도도 세졌다는 점이다. 물론 무작정 달리는 것은 아니다.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 혹은 ‘포지셔니즘(positionism)’으로 불리는 공간 점유 전술에 따라 필드를 장악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임 위원을 만나 최근 세계 축구 흐름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최근 축구에서 선수들 활동량이 얼마나 늘었나.
“활동량 증가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고강도 스프린트 통계다. 가령 EPL의 경우 지난 7시즌 동안 스프린트 횟수가 85% 증가했다고 한다. 팀별로 보면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전술로 유명한 위르겐 클로프 감독 시절인 2019∼2020시즌 리버풀에선 미드필더들이 경기당 12∼13㎞를 뛰었다는 분석이 있다. ‘압박축구 전술의 아버지’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이끌었던 2020∼2021시즌 리즈 유나이티드의 경우 팀 전체 활동량이 경기당 평균 113.1㎞에 달했을 정도다.”
잦은 고강도 스프린트를 통한 ‘많이 뛰는 축구’가 부각된 이유는.
“현대 축구의 특징인 체계화된 전술 모델 때문이다. 오늘날 전술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여러 명문 팀을 이끌며 포지셔널 플레이를 정립했다. 포지셔널 플레이는 구조와 위치 선정을 중시하는 전술이다. 경기장을 바둑판처럼 나눠 각 공간을 어느 선수가 선점할지 미리 배정하는 게 특징이다. 포지셔널 플레이가 각광받자 자연스레 이에 맞서는 수비 전술도 등장했다. 처음에는 상대 공격수가 침투해 들어오기 전 수비수가 공간을 선점하는 ‘지역 방어’가 대세였다. 그런데 포지셔널 플레이 전술이 발전할수록 공간 침투에 사후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상대 공격수를 일대일 밀착 마크하는 ‘대인 방어’가 주목받고 있다. 압박수비를 하려면 수비수들도 라인을 올려야 한다. 이 상태에서 상대 공격수의 빠른 발에 밀리지 않으려면 수비수도 전력 질주를 해야 한다. 미드필더의 경우 자신이나 동료가 돌파당하더라도 곧장 상대 공격수와 좁은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이 뛸 수밖에 없다. 높아진 라인이 통째로 뚫리면 바로 수비로 내려가야 하는 만큼 이 또한 많은 활동량이 요구된다.”
그래서인지 요즘 시원한 중거리 슛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그렇다. EPL을 예로 들자면 최근 들어 하위권 팀들도 괜찮은 압박 전술을 구사한다. 기존에는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등 빅4 강팀의 경우 쉬어가는 느낌의 라운드가 있었다. 이럴 때면 비교적 널널한 공간에서 멋진 중거리 슛을 날리곤 했다. 하지만 고강도 압박축구가 자리 잡자 상황이 바뀌었다. 중거리 슛을 하려면 일정한 공간, 전방을 주시하는 가운데 힘을 실을 수 있는 타이밍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수비 압박이 강하지 않았기에 공을 가진 선수가 여유 있게 멋진 슛을 쏠 기회가 많았다. 이제 누군가 공을 잡으면 곧장 대인 압박이 붙는다. 일단 압박이 가해지면 상대 골대를 향해 뛰던 선수들은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 공을 지키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중거리 슛 방향 조준이나 임팩트에 신경을 쓰기가 어렵다.”
“스포츠의 데이터화, 포지셔널 플레이 촉진”
가뜩이나 상당수 리그와 대회에서 경기가 늘어 선수들 체력 부담이 커졌는데.“EPL 개편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 축구 경기 수가 늘고 있다. 예전보다 선수들의 십자인대, 햄스트링 부상이 잦아진 것도 경기 피로도가 누적된 결과다. 선수들 활동량이 급증하면서 생리적 한계에 도달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일단 공을 확보하면 체력 관리 차원에서 ‘휴식’하듯이 오랫동안 점유하는 플레이가 늘어날 것 같다. 예전처럼 패스워크로 공을 빠르게 주고받으며 상대 진영으로 돌진하는 축구는 체력상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대표되는 ‘릴레이셔니즘(relationism)’ 전술이 대안이 될 수는 없나.
“안첼로티 감독의 릴레이셔니즘 전술은 선수 개인의 자율성과 선수들의 관계에서 나오는 창의성을 중시한다. 선수단의 유기적 관계를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상대 압박을 풀어내는 식이다. 이미 대부분 팀이 과르디올라 스타일의 포지셔니즘과 안첼로티 방식의 릴레이셔니즘을 적절히 섞어서 쓰고 있다. 다만 현대 축구 트렌드의 중심은 전자가 아닐까 싶다.”
팬들 사이에선 “축구 보는 재미가 줄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감한다. 고도화된 전술을 보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각 팀과 선수들의 개성이나 낭만은 다소 부족한 축구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는 축구뿐 아니라 스포츠 전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같은 장비를 부착해 활동량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더는 낯설지 않다. 경기에서 이기려면 선수를 언제 어떤 위치에 배치할지 등 데이터가 축구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시작한 포지셔널 플레이 유행이 스포츠 데이터와 맞물리면서 ‘승리의 모범 공식’이 사실상 정해진 것이다. 지금처럼 많이 뛰는 축구, 더 복잡한 전술 축구가 당분간 대세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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