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투자에서는 오를 때는 계속 오를 거라고, 내릴 때는 계속 내릴 거라고 보는 ‘직선적 사고방식’이 수익을 얻기에 더 용이하다. GETTYIMAGES
순환적 사고 vs 직선적 사고
나는 한국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 주식만 한다. 그래서 한국 주식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될까, 아니면 이제 떨어질까”에 대해서는 한마디 할 수 있다. 한국 주식이냐, 미국 주식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주식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과 연관된다. 주식투자에서는 오를 때는 계속 오를 거라고, 내릴 때는 계속 내릴 거라고 보는 것이 정답이다.세상 추세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순환적 사고방식’, 다른 하나는 ‘직선적 사고방식’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나오는 소설 ‘삼국지연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천하의 대세를 말하자면 오랫동안 나뉘어 있으면 반드시 합쳐지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으면 반드시 나뉘어진다(話說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세상은 분리돼 있다가 합쳐지고, 합쳐져 있다가 다시 분리된다. 이렇게 세상사는 왔다 갔다 한다고 보는 게 순환적 사고방식이다. 동양 고전인 ‘주역’도 이런 순환적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세상만사는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을 얘기하는데 좋은 일이 최고조에 이르면 나쁜 일이 생기기 시작하고, 나쁜 일이 최고조에 달하면 다시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본다. 최악의 시기라 하더라도 그 안에 다시 좋아질 수 있는 힘이 존재하고, 마찬가지로 최전성기라 하더라도 그 안에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운다”는 속담도 이런 순환적 사고방식을 내포한다. 동양은 이런 순환적 사고방식을 근간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순환적 사고방식에 의하면 주식시장도 계속 좋거나 나쁜 게 아니다. 상승세를 타다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그때부터 하락세가 시작된다. 국내 증시가 1년 사이 60% 이상 올라 4000 선을 넘겼으면 충분히 오른 것이다. 이제 하락 전환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순환적 사고방식과 대비되는 것으로 직선적 사고방식이 있다. 직선적 사고방식은 현 추세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거라고 보는 시각이다. 성장주의자는 인류가 기술 등 면에서 계속 발전해 점점 더 좋은 세상이 되리라고 본다. 염세주의자는 빈부격차, 산업화 부작용 등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결국 망할 거라고 여긴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는 지구 표면 온도가 계속 올라가 인류 파멸적 재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AI가 계속 발달해 결국 인류를 지배하는 시기가 올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좋아지거나 나빠질 거라고 보는 관점이다. 이런 게 바로 직선적 사고방식이다. 동양이 순환적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 서양은 직선적 사고방식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인류가 끝없이 성장한다거나 멸망으로 가고 있다거나 하는 건 주로 서양에서 처음 제시된 주장이다. 동양에서는 좋고 나쁘고가 왔다 갔다 한다고 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이런 유토피아론, 멸망론이 잘 나오지 않는다.
동양은 순환적 사고 기반
직선적 사고방식을 가진 투자자는 주식이 오르는 추세일 때 앞으로도 계속 오를 거라고 본다. 코스피가 2400에서 4100으로 올랐으니 이 흐름이 계속돼 5000, 혹은 그 이상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기대한다.주식투자에는 순환적 사고방식과 직선적 사고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잘 맞을까. 어느 쪽이 더 맞는지는 단정하기 힘들다.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봐도 순환적인지, 직선적인지 한마디로 얘기하기 어렵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 세상을 보는 시각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순환적 사고방식보다 직선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수익을 얻기가 더 용이하다는 점이다. 즉 투자자에게 더 적합한 사고방식은 직선적 사고방식이다.
순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의 주식투자는 어떨까. 주가가 많이 오르면 이제 떨어질 테니 빨리 팔아야 한다. 실제로 많은 경우 주가가 오르면 떨어지곤 하니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해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경우 그 수익을 취하기는 어렵다. 크게 오르기 전에 이미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때는 어떨까.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으니 이제는 오를 테고, 그러니 사야 한다. 이때도 실제로 주가가 반등해 수익이 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폭락장에서는 떨어진 주식이 계속, 더 큰 폭으로 하락한다. 주가가 어느 정도 떨어졌으니 반등하리라고 생각해 샀는데, 끝없이 떨어지는 것이다. 폭락장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곤 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순환적 사고방식으로 투자하면 증시가 대상승장일 때는 큰 수익을 보지 못하고 반대로 폭락장에서는 큰 손실을 본다. 평소에는 조금씩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결국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직선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의 주식투자는 어떨까. 주가가 오를 때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상치 않게 떨어지면 조금 손실을 보겠지만 주가가 크게 오를 때 계속해서 그 과실을 챙길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여긴다. 주가가 완전히 회복세, 상승세를 보일 때까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있는 주식을 팔고 매수하지 않는다. 그럼 큰 손해를 피할 수 있다. 평소에는 주식이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직선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조금 손실을 입기도 한다. 하지만 주가가 크게 오를 때 그 수익을 다 챙길 수 있고, 주가가 크게 내릴 때는 이미 다 팔았기 때문에 손실이 한정적이다. 수익은 최대로 얻고 손실은 최소화하니 전체적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지금 코스피가 4000 선을 넘기면서 큰 이익을 챙긴 투자자는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계속 더 오를 것이라는 직선적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다. 코스피 2400에서 20~30% 올랐을 때 충분히 상승했으니 이제 떨어지겠지라며 순환적 사고를 한 투자자는 이 큰 장에서 미리 빠져나왔을 테고, 큰 이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사고체계, 선택하는 것 아냐
세상살이에 순환적 사고방식이 맞는지, 직선적 사고방식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주식투자와 관련해서는 직선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수익을 얻기가 더 쉽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직선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순환적 사고방식으로는 큰 이익을 얻기 어렵다.문제는 “직선적 사고방식을 가져야지”라고 결심한다고 해서 직선적 사고방식이 갖춰지고, “순환적으로 봐야지”라고 의지를 다진다고 해서 순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그동안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 가치관, 세상을 보는 시각과 연결돼 있다. 지금 당장 마음에 드는 사고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내재돼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사고체계라는 의미다.
나만 해도 기본 사고 패턴이 순환적 사고방식에 가깝다. 좋은 일이 있으면 그다음에는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이게 왔다 갔다 한다고 본다. 많이 오른 주식 그래프를 보면 이렇게 올랐으니 이제는 떨어지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반대로 폭락한 주식 그래프를 보면 이렇게 떨어졌으니 이제는 반등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주식투자를 할 때 직선적 사고방식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분명 인식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먼저 떠오르는 건 순환적 사고방식이다.
내가 단기매매를 안 하고 장기투자만 하는 건 그래서이기도 하다. 주가가 폭락했을 때 직선적 사고방식으로는 앞으로 계속 끝없이 떨어질 것 같지만, 순환적 사고방식으로는 언젠가 반등하리라고 믿게 된다. 단기투자자가 순환적 사고방식을 가지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투자에서는 문제없다. 그래서 순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즉 주식투자는 자신의 가치관, 인생관에 따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자기 사고방식이 순환적인지, 직선적인지 스스로 점검해보자. 그것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