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5년 후 10배 오를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라’를 쓴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박해윤 기자
책 ‘5년 후 10배 오를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라’의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이해진의 바이오 투자학교’를 운영하는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는 8월 7일 인터뷰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경쟁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 바이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27년 동안 펀드매니저, 운용사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으로 일한 ‘주식 운용 전문가’다. 1995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에 입사해 화학·전기전자·은행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주식 운용역으로서 중앙회 수익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미래에셋·한화·유리자산운용에서 주식 운용 실장과 본부장,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주식 운용 실장으로도 근무했다.
다년간 주식을 운용하며 여러 산업을 분석한 이 대표는 2018년 바이오산업에 큰 흥미를 느끼고 2021년 임플바이오리서치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유독 바이오산업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사람을 고치는 바이오산업은 국력과 안보를 강하게 만드는 산업이라는 걸 국민이 알고 있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에게 국내 바이오산업 전망과 유망한 바이오 기업을 알아보는 방법에 관해 물었다.
“해외 빅파마보다 성장성 높은 국내 바이오 기업”
한국은 바이오산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인가.“그렇다. 인재 대부분이 의대에 가고 싶어 하고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한 바이오산업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정부도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암을 고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한다면 전 세계 시민이 그 기업을 주목하게 된다. 한국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국격과 안보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도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산업에 바이오산업을 넣었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을 가졌거나 큰 매출을 올리는 해외 바이오 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 주식을 사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내 바이오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에는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넘는 빅파마(Big Pharma)가 많다. 시가총액이 50조 원 이상인 빅바이오텍(Big Biotech)도 포진해 있다. 매출이 탄탄하고 주가 변동성이 낮은 이들 기업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큰 주가 상승률을 확보하려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발전 가능성은 ‘현 매출이 어떠냐’보다 ‘향후 잘 팔릴 의약품을 선점할 기술을 확보하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이 발전 가능성에서 돋보이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p-value 0.05 이하’ 반드시 확인해야”
책 ‘5년 후 10배 오를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임상 3상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미 FDA 승인 및 상업화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기업 중 성공 가능성이 큰 기업을 찾는 방법은.“임상 2상 결과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는지를 봐야 한다. 그간 임상 3상에 진입한 물질 중 결과가 성공적이었던 비율은 60%다. 하지만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물질은 임상 3상 성공 확률이 60%보다 낮다고 봐야 한다. 통계적 유의성은 임상 결과에서 발표하는 ‘p-value’로 판단할 수 있다. p-value는 작을수록 좋다. p-value가 0.05 이하면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만족시켰다’고 표현한다. 임상에 들어간 약물이 대조군에 비해 월등히 우월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했다는 의미다.”
많은 국내 기업이 임상 3상을 자체 수행하지 않고 빅파마에 기술을 이전하는 이유는 뭔가.
“의약품 시장의 40~50%는 미국시장이다. 따라서 의약품을 통해 상업적 이익을 보려면 미국시장에서 마케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장악한 미국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직접 마케팅을 하기는 어렵다. SK바이오팜이 현재 미국에서 직접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추신경계라는 특수한 분야에 국한돼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은 미국시장에서 마케팅 조직을 이미 갖추고 있는 빅파마와 주로 임상 3상 단계부터 협업한다.
현실적으로 작은 바이오텍은 대부분 임상 3상을 진행할 만한 수천억 원 자금이 없기도 하다. 임상 3상에 실패할 확률이 40%나 되는 것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첫 번째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빅파마에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기업이 발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임상 결과를 미화하거나 투자자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언어로 소통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있다. 어떤 언어를 쓰는 기업을 피해야 하나.
“‘우리의 임상 3상은 실패 확률이 굉장히 희박하다’고 표현한 회사가 있다.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최근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 회사다. 이런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 의약품 중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도 지금 다시 임상 3상을 진행한다면 실패 확률이 20%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이 기업 통제를 잘 따르지 않거나 운이 나쁘게도 표본집단이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에 불리하게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패 확률이 희박하다’는 말은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투자자들을 호도할 수 있는 표현이다.”
바이오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운용해야 하나.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임상 3상이 시작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는 최소한 3~4개 종목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 바이오 기업 주가는 변동성이 크다. 앞서 언급했듯이 임상 3상 실패 확률이 40%나 되다 보니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큰 편이다. 시장에 안 좋은 소문이 돌면 실제 기업에 아무 일이 없는데도 주가가 30%씩 급락하기도 한다.”

“유한양행 하반기 주가 오를 것”
에이비엘바이오, SK바이오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유한양행, 한올바이오파마를 ‘빅바이오텍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톱 6’로 꼽았다. 이들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도 될까.“그렇다. 이 기업들은 5가지를 만족한다. 먼저, 바이오업계에서 ‘핫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빅파마들이 관심을 갖고 기술을 사갈 가능성이 크다. 둘째, 기술 경쟁력이 있다. 기술 경쟁력은 빅마파가 해당 기업의 기술을 이전해간 경험이 있는지로 판단하면 된다. 기술 이전을 많이 한 기업일수록 기술 경쟁력이 높은 것이다. 셋째, 임상 결과가 좋다. 넷째, 현금을 풍부하게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뢰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리가켐바이오가 이 5가지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이들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꾸준히 운용한다면 2030년에는 주가가 10배 오르는 기업이 생기면서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것이다.”
현금은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풍부한 건가.
“‘현금 가용 연수’로 판단한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갖고 있는 현금을 전년도 영업손실로 나눈 것의 절댓값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현금 200억 원을 갖고 있고 전년도 영업손실이 100억 원이라면 현금 가용 연수는 2년이 된다. 현금 가용 연수가 1년 이하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런 기업은 주가가 계속 하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톱 6 기업에 셀트리온이 없는 이유는.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회사가 아니라서 뺐다. 하지만 신약 개발 플랫폼을 여럿 보유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낼 충분한 기술력도 있어 발전 가능성은 높다.”
에이비엘바이오 주가가 연초 대비 150%가량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나.
“아직 빅바이오텍이 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올해 에이비엘바이오 주가 상승에는 빅파마 GSK에 4조1000억 원 규모의 기술 이전을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플랫폼 ‘Grabody-B’를 두 번째로 기술 이전하면서 Grabody-B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상승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3주 동안 주가가 하향세인데.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았고, 유한양행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을 중단한 것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조만간 예정된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과 이중항체제 아미반타맙 병용치료에 대한 전체 생존 기간 발표, 아미반타맙 피하주사(SC) 제형 미국 승인 여부 발표가 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존슨앤드존슨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게 되는 렉라자 매출이 높고 렉라자를 사용한 의사와 환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 유한양행의 하반기 주가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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