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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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 뛰어넘은 ‘포뮬러 원(F1)’ 우승자들

[조진혁의 Car Talk]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F1 더 무비’ F1 관심 키워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07-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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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 드라이버가 청년들과 경쟁하며 F1 레이스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F1 더 무비’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 드라이버가 청년들과 경쟁하며 F1 레이스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F1 더 무비’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 원(F1)’에 최근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월 25일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의 영향이다. 이 영화는 실제 레이싱 현장에서 촬영돼 화제를 모았다. 노장 레이서로 분한 배우 브래드 피트의 열연도 호평을 받았다. 피트가 젊은 드라이버들과 경쟁하는 스토리가 마냥 허황된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로 불리는 F1에서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1950년 시작된 F1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영화 속 피트처럼 고령에 월드 챔피언에 오른 인물이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후안 마누엘 판히오다. 판히오는 1957년 46세 41일 나이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해 ‘역대 최고령 F1 우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또 하나 대단한 점은 그가 서로 다른 4개 팀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유일한 드라이버라는 것이다. 특히 1957년 독일 뉘르부르크링 그랑프리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F1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질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당시 판히오는 마세라티 250F를 몰고 출전했는데, 레이스에서 피트스톱(Pit Stop: 연료 보충과 타이어 교체를 위해 중간에 멈추는 것)을 한 차례 더 가져가는 작전을 펼쳤다. 리스크가 큰 전략이었고, 실제 판히오는 피트스톱 이후 선두였던 페라리의 마이크 호손과 피터 콜린스에 50초 이상 뒤처지게 된다. 

    역대 최고령 챔피언 마누엘 판히오

    모두가 실패를 예감하던 그 순간, 바로 그 자리에서 전설이 시작됐다. 판히오는 이후 경기의 마지막 10랩(lap: 코스 한 바퀴) 동안 코너마다, 스트레이트(직선구간)마다 소요 시간을 줄여나갔고, 자신의 기존 랩 기록을 9번 연속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지막 2랩을 남기고 두 페라리 드라이버를 차례로 추월해 선두로 나선 그는, 결국 레이스 우승을 거머쥐며 생애 마지막 F1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었다. 당시 판히오의 평균 속도는 시속 146.5㎞에 달했는데, 이는 그 시대 차량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은 수치다. 

    최고령 챔피언이 있으면 최연소 챔피언도 있는 법. 역대 가장 어린 F1 우승자는 독일 제바스티안 페텔이다. 1987년생인 페텔은 2010년 만 23세 134일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후 4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며 자신이 속한 레드불 레이싱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의 첫 타이틀이 특별한 이유는 당시 경쟁자들이 하나같이 ‘리빙 레전드’(살아 있는 전설)였기 때문이다. 페텔은 페르난도 알론소, 루이스 해밀턴, 젠슨 버튼 등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고 자리를 차지하며 자신의 이름을 F1 역사에 뚜렷이 새기게 됐다. 

    페텔은 2007년 만 19세에 BMW 자우버 팀에서 데뷔했고, 이듬해 토로 로쏘 팀으로 이적해 최연소 폴 포지션(출발선 맨 앞자리)과 우승을 동시에 기록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가 단 3시즌 만에 챔피언이 된 것은 천재성과 집중력, 팀의 전폭적 지지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이후 그에게 자극받은 막스 페르스타펀이 만 17세에 데뷔해 F1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고, 1997년생 샤를 르클레르도 2018년 데뷔 첫해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는 등 여러 신예가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페텔이 세운 최연소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F1은 기록을 중시하는 스포츠다. 치열한 승부에 뛰어든 모든 참가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1950년 F1이 시작된 이래 수없이 펼쳐진 이 드라마 현장에 모두 함께한 팀은 단 하나, 스쿠데리아 페라리 HP뿐이다. 이탈리아 마라넬로를 연고로 한 이 ‘붉은 군단’은 그동안 248차례나 우승기를 들어 올렸다. 모터스포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빨간 레이싱카 이미지를 확립한 게 바로 그들이다. 

    드라이버 개인 기록으로 눈을 돌리면 두 거인의 이름이 떠오른다. 미하엘 슈마허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 정상을 지배하며 7개의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7년 데뷔한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 역시 7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2014년 F1 아부다비 그랑프리 정상에 오르며 시즌 챔피언 등극을 확정한 루이스 해밀턴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2014년 F1 아부다비 그랑프리 정상에 오르며 시즌 챔피언 등극을 확정한 루이스 해밀턴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괴물 같은 레이서’ 막스 페르스타펀

    최근 레이싱 팬의 가슴을 가장 뛰게 하는 이름 중 하나는 네덜란드의 막스 페르스타펀이다. 그는 2023시즌 22경기 가운데 19승을 휩쓸며 승률 86%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타이어 변수를 뚫고 레이스 전략이 모두 상향 평준화된 현대 자동차 경주에서 한 시즌 내내 이변 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그의 질주는 F1의 새로운 역사가 됐다. 

    비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진 못했어도 세월과 싸움에서 이긴 드라이버의 기록 또한 높은 평가를 받는다. 1955년 모나코 그랑프리에 출전한 루이스 키론은 만 55세 292일에 6위를 차지하며 완주했는데, 이는 오늘날까지도 F1 사상 최고령자 타이틀로 남아 있다. 레이서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추세라 이 기록이 깨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크린에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배우 브래드 피트는 올해 62세다. 그가 트랙 위에서 선보이는 투혼을 감상하며, 우승보다 완주에 목표를 둔 F1의 낭만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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