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부동산 규제 완화에 청약시장 훈풍
서울에 분양되는 한 아파트 단지 견본주택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뉴스1]
1월 발표된 ‘1·3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이 해제된 것도 청약 추첨 물량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규제지역은 규제지역보다 추첨제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가령 비규제지역의 85㎡ 초과 주택은 100% 추첨제로 공급되며, 85㎡ 이하 주택의 가점제 비율도 최대 40%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자율로 정해진다. 1·3 부동산대책에는 전매제한 및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도 담겨 분양시장 심리가 회복되는 데 일조했다.
정부가 추첨제 물량을 확대한 이유는 최근 미분양이 가파르게 증가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2021년 9월 1만4000채 미만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하고 2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랬던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 12월 6만8000채를 넘겨 분양시장이 급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양가족 수나 무주택 기간 등 여러 자격을 요구하는 가점제보다 추첨제를 도입하면 넓은 수요층을 포섭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 효과에 힘입어 올해 들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 경쟁률이 크게 올랐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1순위 분양 경쟁률은 51.86 대 1로 집계돼 지난해 하반기(5.84 대 1)는 물론 상반기(29.57 대 1)와 비교해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분양권 거래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거래된 분양권은 2만4000여 개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68%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분양권 거래는 2배 이상 증가해 분양시장에 쏠린 관심을 짐작게 한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
서울 시내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서 시민이 아파트 시세를 보고 있다. [뉴스1]
분양가에는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분양가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최근 상승세는 일견 당연해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분양된 단지의 특성이 저마다 달라 일대일 비교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서울 4개 구를 제외하고 모두 해제된 지금 분양가를 어떻게 정해도 입방아에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정 분양가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분양 수요는 △미래 주택 공급이 부족할지 여부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규제 완화에 따른 분양시장으로의 접근성 향상이라는 변수에 따라 결정된다. 내 집 마련을 원한다면 어느 한 요소를 과대·과소평가하지 않아야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
먼저 주택 공급이 부족할지 여부와 그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2~3년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부정하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인허가 건수는 공사비 증가 등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7.2% 감소했다. 착공 건수는 이보다 더 크게 감소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절반에 그쳤다. 아파트의 경우 시공에 3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갑자기 공급이 늘거나 줄기 어렵다. 올 상반기에 줄어든 주택 착공은 추후 반드시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공감리 강화 등 시장 외적 요인을 고려하면 주택 공급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신축 아파트가 희귀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다.
신축 아파트가 갖는 고유의 가격 상승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인근에 최근 5년 내 준공된 아파트가 많지 않다면 신축 아파트가 ‘새 물건’으로서 누릴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기존 단지에 비해 우수한 단지 설계, 다양한 부대시설 등 장점도 있다. 단적인 예가 아파트 동별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의 직접 연결이다. 2000년대 중후반 설계돼 2010년대 초반 준공된 아파트가 이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 점인데, 그 덕에 한동안 신축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다.
다음으로 향후 집값 상승을 가로막을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대표적인 변수가 금리다. 지금도 회자되는 ‘빚내서 집 사라’라는 정책 기조는 한국 관련 당국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대외 여건이 조성됐기에 가능했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진 2년 전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대에 불과하던 당시에는 인근 집값이 새로 분양되는 주택 가격에 맞춰 상승했다. 이른바 집값 ‘키 맞추기’로,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이 상대적으로 쉬운 덕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대 중반에 달하는 데다, 대내외 경제 요인을 고려할 때 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다. 과거 가격 상승기와 동일한 패턴으로 시장이 움직일지 고민이 필요하다.
신축 단지의 경우 입주 시기에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자칫 자금 계획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1만여 채가 일거에 입주한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3000채가량 누적돼 집주인들이 세입자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을 받는다면 별문제가 없으나, 바로 세입자를 받을 계획이라면 이 같은 전세 가격 이슈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