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사이트 방문자 수가 6월과 7월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초거대 AI(인공지능)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됐음을 방증한다. [GETTYIMAGES]
메타 오픈소스 전략에 ‘소형 LLM’ 트렌드
초거대 AI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늘어나면서 트래픽 분산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코히어’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같은 스타트업이 초거대 AI 시장에서 챗GPT에 도전장을 냈고, ‘히포크라틱 AI’를 필두로 의료산업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특화된 초거대 AI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아예 공공 AI인 ‘브릿GPT’를 국가 차원에서 자체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다양한 분야에 잇달아 등장한 초거대 AI 상당수는 구글이나 챗GPT 개발사 오픈AI 출신이 만든 터라 후발주자답지 않게 기술 수준도 높다.현재 챗GPT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메타로 보인다. ‘오픈소스’ 전략에 따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공개해 오픈AI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구상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는 2월 ‘라마(Llama)’로 불리는 LLM을 연구자 대상으로 부분 공개한 데 이어, 7월 그것보다 성능이 개선된 라마2를 아예 오픈소스화했다. 라마2는 GPT-4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경량화된 LLM이라는 강점이 있다. 특히 신생 기업이나 개발자 입장에선 적은 리소스를 바탕으로 자체 AI를 개발할 수 있고 상업적 활용도 자유로운 편이다. 이에 따라 메타의 기술 공개 전략은 AI 시장에 ‘소형(small) LLM’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선두 주자인 챗GPT 입장에서는 경쟁 문법 자체가 바뀌는 상당한 위기다.
구글이 AI 챗봇 ‘바드’를 론칭한 후 생성형 AI 사업의 방향을 바꾼 점도 눈에 띈다. 최근 구글은 ‘알파고’ 개발로 유명한 자회사 딥마인드에 100여 명 규모의 TF(태스크포스)를 꾸려 ‘개인 코치’라는 새로운 생성형 AI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있다. 단순한 문답형 챗봇이 아닌, 사용자의 일상생활이나 공부에 팁을 줄 수 있도록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체화하는 게 목표다. 구글이 기존 검색엔진을 모방하는 식의 챗봇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간파한 것이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달리 챗GPT는 사용자의 사이트 체류 시간이 짧은 편이다. 궁금한 점을 AI에 묻고 답변만 빠르게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야 호기심에 수차례 질문을 던지며 장시간 체류했겠지만, 이런 신선함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킬러 앱이 되려면 사용자를 오랫동안 사이트에 묶어두고 온라인 활동의 허브 구실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챗GPT는 킬러 앱의 첫 조건인 화제성은 갖췄으나, 그 이상의 이렇다 할 쓰임새는 아직 없다.
오픈AI, 업그레이드·사업 다각화로 응수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챗GPT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초거대 AI 시장은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선 LLM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도 과제다. 하지만 당장 기업들의 행보는 사용자 일상으로 파고들어 사업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쉽게 말하자면 디지털 공간에서 자주, 오래,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챗GPT 사이트의 트래픽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기업 오픈AI에는 위기지만, 초거대 AI 시장 전체에는 새로운 기회다. 마치 스마트폰 등장으로 앱 시장이 열렸을 때처럼 다양한 기업이 무한 경쟁하는 가운데 또 다른 AI 혁신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