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드림이 리메이크곡 ‘Candy’를 발표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에도 에스파가 S.E.S.의 1998년 히트곡 ‘Dreams Come True’를 리메이크해 발표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차트를 누비며 대대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겨울에 어울리는 신비로운 곡에 이어 올해 ‘Candy’는 계절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흥겨운 곡으로 준비된 듯하다. 새로운 작사, 작곡으로 보강한 대목도 부쩍 늘어 신곡 같은 인상도 강하다. 더구나 신선하게 되살아오는 추억의 히트곡만큼 연말 파티를 뜨겁게 달구는 소재도 없을 테다.
고민 필요한 과거로 회귀
SM의 연말 기획들에서 추억이 갖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레드벨벳과 에스파의 ‘Beautiful Christmas’ 프로모션 사진은 그야말로 S.E.S.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기괴함을 질료로 혁신을 도모하는 레드벨벳과 가상세계 서사를 전방위적으로 이식해 내세운 이례적이고 미래적인 에스파가 만나는 기획을 떠올릴 때 다소 의외인 면이 있다. 더군다나 곡은 멤버들의 현란한 기량이 곡예처럼 맞붙고 있지 않은가. S.E.S.의 어떤 면도 폄하될 이유가 없지만, 이 기획에서 과거로의 편안한 회귀가 과연 최선일지는 의문을 가질 만하다.‘Candy’도, ‘Dreams Come True’도 독자적인 생명력을 담보하는 멋진 리메이크이고 현재성을 잊지도 않는다. 그러나 ‘Candy’는 원곡과 대조를 환기하던 ‘Dreams Come True’보다 더 원곡에 기대고 있다. 그리고 원곡의 추억에 더 많이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 낯선 인트로를 거쳐 익숙한 전주 테마를 제시하는 대목도, 악기 편성의 유사함도, 당대를 휩쓴 독특한 패션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비주얼도 그렇다. SM이 과거를 재해석하는 방식에서 ‘지금의 인프라로 과거를 보완한다’는 대체 역사물의 질감을 보인 경우는 결코 드물지 않다.
연말연시는 1년 내내 치열하게 경쟁해온 아이돌들이 큰 부담 없이 색다른 시도를 해볼 만한 시기다. SM의 주요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SMTOWN’ 앨범도 이를 기회 삼은 기획으로 여겨진다. 전면에 내세우는 세계관, 다채로운 협업과 유닛, 명곡의 리메이크 등은 모두 평소에 흔히 만나기 어려운 것들이다. 힘을 뺀 팬 서비스에 그치기보다, 이때가 아니면 어려운 특별한 기획을 선보인다. 멋진 일이다. 그것이 자꾸 과거를 지향한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SM 여성 아티스트 드림팀으로 구성된 갓 더 비트(GOT the beat)의 ‘Step Back’을 봐도 ‘특별한 기획’으로 달리할 게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소속사 전체에 관심을 갖는 팬덤이 유독 많은 SM에 오랜 유산과 그 추억이 결코 되새길 가치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경향의 최전선에서 재능을 펼치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누군가의 추억 재현에 동원된다는 인상이 언제까지나 유쾌할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