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마쩨이(표기법은 필리프 마체이) 기념우표(왼쪽)와 마쩨이 가문의 23 · 24대 후손들. 현재 이탈리아 곳곳에서 마쩨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마쩨이 가문은 1435년부터 와인을 만들었다. 와인 명가에서 태어난 마쩨이는 포도 재배에 관심이 많았다. 마쩨이는 이탈리아의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기술을 미국에 전파해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는 포도나무를 싣고 와인 양조가 10여 명과 함께 버지니아로 향했고, 그곳에 미국 역사상 첫 와인 회사를 설립했다.
마쩨이에게 미국은 제2의 고향이었다. 세계시민주의를 외치던 자유로운 사상가 마쩨이는 미국 독립을 열렬히 지지했다. 그는 미국 독립의 당위성과 자유주의 사상을 유럽에 전파했고, 1788년에는 프랑스에서 관련 책도 출간했다. 그의 이런 공헌을 기려 미국 정부는 1980년 마쩨이의 250번째 생일을 맞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마쩨이 후손들은 토스카나, 베네토, 시칠리아 등 이탈리아 여러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 명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부터 그들은 필립 마쩨이 헌정 와인 ‘필립’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와인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든다. 프랑스가 원산지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선택한 이유는 이 포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후손들은 ‘나라와 민족을 구분하지 말고 하나의 인류가 되자’고 주장한 마쩨이의 생각을 와인에 담고자 했다.
필립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 셀러(왼쪽)와 필립 와인.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필립 와인 레이블에는 맑은 눈을 한 마쩨이가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와인을 한 잔 마신 듯 그의 코와 볼이 홍조를 띠고 있다. 이 레이블 속 그림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마쩨이의 초상화를 피렌체에 위치한 아메리칸아트스쿨에서 공부하던 대만 출신의 학생이 재해석해 그린 것이라고 한다.
2018년은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바라며 필립 와인을 한 모금 음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