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2017~2018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오픈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나파 밸리의 실버라도 리조트 앤드 스파. 우리에게는 배상문이 군 제대 후 처음 출전하는 PGA 투어 대회라 특히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 대회는 총상금이 620만 달러(약 70억 원)로 적은 데다, 스타플레이어가 대거 빠져 지역 언론과 일부 골프 전문매체를 제외하고는 취재진이 거의 찾지 않는다. 그래서 따로 대형 미디어 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클럽하우스의 큰 방에 50명가량이 들어갈 수 있는 미디어 센터를 마련한다.
그런데 대회 개막 전날 중국 기자 10여 명이 들이닥쳐 미디어 센터가 번잡했다. 필자는 살짝 놀랐다. 지금까지 PGA 투어 대회를 다니면서 중국 취재진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PGA 투어에서 뛰는 중국 선수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 대회에 중국 취재진이 몰린 이유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PGA 투어 간 스폰서십 계약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취재진은 대부분 이 스마트폰 제조사를 따라왔다. 투어가 스폰서십을 맺는 것은 큰 뉴스거리가 아니지만, 이 계약은 PGA 투어나 중국 측에 큰 의미가 있었다. PGA 투어가 중국 업체의 후원을 받는 첫 사례였던 것이다.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 차이나머니는 이미 중동 오일머니에 버금간다. 유럽 명문 축구단을 매입하는가 하면,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보다 훨씬 많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대형 스타들을 중국으로 모시고 있다. 스포츠 마켓에서는 중국의 돈을 잡지 못하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PGA 투어도 이를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PGA 투어에서 뛰는 중국 선수가 전무한 상황에서 중국 스폰서를 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그래서 PGA 투어는 중국 측 대행사를 내세워 중국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차이나 투어를 만들었다. 상금랭킹 상위권 선수에게는 PGA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 출전할 자격을 부여했다. 그러나 2016시즌을 마치면서 중국 대행사의 불미스러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2017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PGA 투어는 차이나 투어를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중국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중단되긴 했지만 차이나 투어를 통해 중국 선수 여러 명이 이미 웹닷컴 투어에 진출했다. 이 중 더우쩌청과 장신준이 중국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2017~2018시즌 PGA 투어 카드를 거머쥐었다. 앞으로 중국 선수의 PGA 투어 진출이 빠르게 늘어나면 중국 기업들의 PGA 투어 후원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최경주가 PGA 투어에 진출한 지 20년이 돼가고 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교포까지 합치면 10여 명이나 되는데,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PGA 투어 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한다.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후원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대회를 여는 것은 ‘더 CJ컵@나인브릿지’가 처음이다. 아무쪼록 성공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