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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몰라도 ‘AI 작곡’ 유튜브 올려 월 수익 600만 원

1분이면 AI로 곡 하나 만들어… AI 작곡 플랫폼은 美 ‘SUNO’가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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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08-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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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공지능(AI) 작곡 플랫폼을 사용해 만든 음악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인공지능(AI) 작곡 플랫폼을 사용해 만든 음악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2월에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사용해 음악 만드는 방법을 처음 배웠어요. 이후 AI로 만든 음악을 유튜브 채널에 올렸는데 영상 조회수가 많아지면서 5월에는 640만 원, 6월에는 630만 원 수익이 발생했어요.”(40대 김모 씨)

    “7개월 전 AI로 작곡하는 방법을 처음 배울 때는 작곡이나 컴퓨터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 AI 플랫폼을 사용해 침대에 누워 1분 만에 한 곡을 만들기도 합니다. AI 작곡 플랫폼에 미리 써둔 가사와 내가 만들고 싶은 음악의 특징을 설명하는 키워드만 입력하면 되거든요.”(56세 유모 씨)

    AI 작곡 플랫폼을 사용해 음악을 만드는 김 씨와 유 씨가 7월 30일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들은 작곡이나 컴퓨터를 전공한 적도, 관련된 일을 한 적도 없다. 김 씨는 현재 식자재 납품업을 하고 있고, 유 씨는 화장품 사업을 하다가 2년 전 은퇴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AI 작곡 플랫폼으로 음악을 만들어 돈을 벌고 있다. 김 씨는 AI 작곡을 배운 지 3개월 만에, 유 씨는 5개월 만에 ‘AI 작곡으로 돈 벌기’에 성공했다.

    78세도 AI로 작곡하고 앨범 발매

    AI 도구를 사용해 만든 음악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튜브 정책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이면서 최근 12개월간 채널 영상이 4000시간 이상 재생되면 수익을 정산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충족해도 다른 가수의 음악을 업로드하는 채널은 그간 유튜브 수익을 받지 못했다. 음악 저작권이 채널 주인이 아닌 작곡가, 작사가 등 음악 제작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도구로 만든 음악을 업로드하면 유튜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AI 도구를 사용해 만든 음악을 ‘내 음악’으로 인정해주는 셈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AI 작곡 플랫폼은 미국 AI 스타트업이 제작한 ‘SUNO’다. 미리 써둔 가사와 원하는 음악 스타일, 원하는 노래 제목을 입력하고 ‘Create(생성)’ 버튼만 누르면 무료 버전에서도 1분 만에 한 곡이 만들어진다. 음악 스타일 입력 칸에 ‘piano’ ‘soft(부드러운)’ ‘femalevoice(여성 보컬)’ ‘jazz’라고만 적어 넣으면 피아노 소리가 들어간 잔잔한 여성 보컬 재즈 한 곡이 완성되는 식이다. 다만 SUNO 정책에 따라 유튜브에 올려 수익을 창출하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할 음악을 만들려면 월 10달러(약 1만4000원)짜리 유료 버전을 사용해야 한다. 일 년 구독료를 한 번에 내면 월 구독료는 8달러(약 1만1000원)로 줄어든다.



    AI 작곡으로 수익을 낸 사람들은 “AI를 사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AI 음악 유튜브 채널 ‘CouchCatMusic’ 운영자는 “AI 작곡 플랫폼 사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열흘가량 혼자 공부하니 유튜브에 올릴 만한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노래 부르는 동아리 활동 정도만 해봤을 뿐 음악이나 컴퓨터, 코딩 관련 전공이나 일을 해본 적이 전혀 없는데도 매일 3~4시간씩 4개월 정도 투자해 AI 음악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리니 유튜브 수익 창출 조건을 만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O 수호의 ‘자화상’, EXO 첸의 ‘계단참’ 등 유명 아이돌 음악의 작곡가이자 지난해부터 ‘AI 작곡 연금 받기’라는 강의를 통해 일반인에게 AI 작곡 플랫폼 사용법을 알려온 제이린에 따르면 AI 작곡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 중에는 78세 노인도 있었다. 아내가 쓴 시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 제이린 작곡가의 AI 작곡 수업을 찾은 남성이었다. 제이린 작곡가는 “나이가 많은 수강생인데도 챗GPT를 사용해 가사를 다듬고 SUNO로 음악을 만들었다”며 “AI 도구를 사용해 만든 음악으로 저작권을 등록하고 앨범도 냈다”고 전했다.

    “AI 작곡으로 은퇴 후 새 먹거리 찾아”

    컴퓨터만 있으면 원하는 시간에 혼자 작업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AI 작곡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해 12월 제이린 작곡가의 AI 수업을 들으며 작곡을 처음 시작해 유튜브 수익으로 5월 27만2408원, 6월 375만9621원을 벌었다는 유 씨는 “은퇴 후 AI 작곡이라는 새로운 먹거리가 생겨 행복하다”고 말했다. 유 씨는 “5년 전 건강이 나빠져 사업을 모두 그만두고 현재 치료 중인데, 집에서 AI 작곡을 하다가 힘들어지면 내 마음대로 쉴 수도 있어 AI 작곡은 건강이 좋지 않은 나에게 최고의 일감”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유 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생계가 어려워 중학생 때 접었던 음악이라는 꿈을 AI 작곡으로 50대에 이뤘어요. 단시간에 AI 작곡 플랫폼 사용법을 배워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앞으로 먹고살 걱정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력 15년 차인 제이린 작곡가는 AI 작곡 기술이 음악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재는 AI로 만든 음악에 저작권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과도기적 상황이지만, 결국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AI 작곡 기술을 발 빠르게 받아들인 사람이 미래 음악산업에서 생존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판단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0년대에 짧고 반복적인 멜로디나 리듬 패턴을 의미하는 ‘리프(riff)’를 사용한 음악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에 저작권을 주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리프 사용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죠. 이처럼 AI 도구를 사용한 작곡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이 곧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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