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808억 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받아든 청구서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산을 4조115억 원으로 추산하고 65(최태원) 대 35(노소영) 비율로 분할하도록 판결했다.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어 향후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항소심 판결대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한다. 판결 확정 시 다음날부터 연 5% 지연이자가 발생하는 만큼 시급히 재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원은 최 회장의 재산을 4조 원 상당으로 인정했지만, 최 회장이 현재 보유 중인 재산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앞서 최 회장이 친인척들에게 증여한 재산이 분할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지만 제값을 인정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법원이 인정한 최 회장의 고유 추정 재산은 3조9889억 원이다. 그룹 지주사 SK㈜ 지분이 2조76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비상장사 SK실트론 보유 지분도 7500억 원으로 인정됐다. 이외에도 SK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미술품 등이 재산에 속한다. 최 회장은 SK디스커버리 0.12%(2만1816주),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4만2200주), SK케미칼 우선주 3.21%(6만7971주) 등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2018년 친인척 등에게 나눠준 SK㈜ 349만여 주가 분할 대상에 포함된 것도 최 회장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6월 6일 기준 5723억 원 상당인데, 최 회장이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해 친인척 등으로부터 이를 재증여받는다 해도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문제는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SK㈜ 지분을 17.73%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다(표 참조). 담보가 없는 지분은 7.49%로 이를 활용해 대출받더라도 1조 원 수준이 한계다. 배당금(연 약 650억 원) 등을 더해도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을 온전히 지급하기 어렵다.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그룹사의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은 과거 경영권을 위협받은 적이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2003년 14.99%의 지분을 확보한 뒤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이른바 ‘소버린 사태’다. 이런 경험 때문에 재계는 최 회장이 지주사인 SK㈜ 지분 매각을 최후까지 피하려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SK㈜ 합산 지분이 25.44%로 높지 않은 만큼 지분 매각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재원 마련 방법은 계열사 SK실트론 지분 매각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대규모 재원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 반도체 웨이퍼 기업으로 세계 웨이퍼 시장에서 4~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업계가 불황을 겪는 와중에도 매출 2조256억 원과 영업이익 2806억 원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최 회장은 2017년 SK실트론 지분 29.4%를 2535억 원에 인수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의 지분가치가 1조 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한다.
SK실트론 매각 과정에서 넘어야 할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SK실트론 매각 후 양도차익의 27.5%(양도소득세 25%+지방소득세 2.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만큼 최 회장이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오 소장은 “최 회장이 열세에 놓인 상황이라 SK실트론 인수 희망자가 매각 대금을 시장 평가액보다 적게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SK㈜ 주가를 적극 부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 주가가 상승할수록 최 회장이 받을 수 있는 주식담보대출 액수도 함께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이 주가 부양을 위한 주요 방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SK는 항소심 판결 당일인 5월 30일 자사주 69만5626주(매입가 기준 1198억 원)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SK는 2022년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SK㈜가 보유한 자사 지분이 25%나 되는 만큼 향후에도 배당금 인상과 자사주 소각 카드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받아든 청구서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산을 4조115억 원으로 추산하고 65(최태원) 대 35(노소영) 비율로 분할하도록 판결했다.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어 향후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항소심 판결대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한다. 판결 확정 시 다음날부터 연 5% 지연이자가 발생하는 만큼 시급히 재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SK그룹사 지분 매각 가능성↑
최 회장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의 진단이다.
“법원은 최 회장의 재산을 4조 원 상당으로 인정했지만, 최 회장이 현재 보유 중인 재산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앞서 최 회장이 친인척들에게 증여한 재산이 분할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지만 제값을 인정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법원이 인정한 최 회장의 고유 추정 재산은 3조9889억 원이다. 그룹 지주사 SK㈜ 지분이 2조76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비상장사 SK실트론 보유 지분도 7500억 원으로 인정됐다. 이외에도 SK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미술품 등이 재산에 속한다. 최 회장은 SK디스커버리 0.12%(2만1816주),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4만2200주), SK케미칼 우선주 3.21%(6만7971주) 등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2018년 친인척 등에게 나눠준 SK㈜ 349만여 주가 분할 대상에 포함된 것도 최 회장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6월 6일 기준 5723억 원 상당인데, 최 회장이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해 친인척 등으로부터 이를 재증여받는다 해도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문제는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SK㈜ 지분을 17.73%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다(표 참조). 담보가 없는 지분은 7.49%로 이를 활용해 대출받더라도 1조 원 수준이 한계다. 배당금(연 약 650억 원) 등을 더해도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을 온전히 지급하기 어렵다.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그룹사의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은 과거 경영권을 위협받은 적이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2003년 14.99%의 지분을 확보한 뒤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이른바 ‘소버린 사태’다. 이런 경험 때문에 재계는 최 회장이 지주사인 SK㈜ 지분 매각을 최후까지 피하려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SK㈜ 합산 지분이 25.44%로 높지 않은 만큼 지분 매각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재원 마련 방법은 계열사 SK실트론 지분 매각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대규모 재원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 반도체 웨이퍼 기업으로 세계 웨이퍼 시장에서 4~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업계가 불황을 겪는 와중에도 매출 2조256억 원과 영업이익 2806억 원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최 회장은 2017년 SK실트론 지분 29.4%를 2535억 원에 인수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의 지분가치가 1조 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한다.
판결 당일 자사주 소각 발표
하지만 최 회장이 SK실트론을 매각하더라도 수중에 들어오는 현금은 시장 평가액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이 2017년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특수목적법인(SPC)이 최 회장을 대신해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하고, 최 회장은 SPC에 SK㈜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SK㈜ 주식은 SPC에 질권이 설정돼 있으며 이 계약은 2027년 만기를 맞는다. 이보다 빨리 SK실트론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면 질권을 해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SPC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SK실트론 매각 과정에서 넘어야 할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SK실트론 매각 후 양도차익의 27.5%(양도소득세 25%+지방소득세 2.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만큼 최 회장이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오 소장은 “최 회장이 열세에 놓인 상황이라 SK실트론 인수 희망자가 매각 대금을 시장 평가액보다 적게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SK㈜ 주가를 적극 부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 주가가 상승할수록 최 회장이 받을 수 있는 주식담보대출 액수도 함께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이 주가 부양을 위한 주요 방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SK는 항소심 판결 당일인 5월 30일 자사주 69만5626주(매입가 기준 1198억 원)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SK는 2022년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SK㈜가 보유한 자사 지분이 25%나 되는 만큼 향후에도 배당금 인상과 자사주 소각 카드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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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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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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