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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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매크로 모두 강해” 우리금융 새 수장 임종룡

핵심 보직 두루 거친 경제관료 출신… ‘금융계의 제갈량’ ‘기업가적 면모’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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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2-1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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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7월 18일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7월 18일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인선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64) 내정으로 일단락됐다. 손태승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내부 인사 기용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외부 인사로 결말이 난 것이다. 장기간 내부 인사가 조직을 이끌어온 우리금융은 이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까. 임 내정자는 3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과거 임 내정자와 함께 일했던 주변 사람들은 그의 회장 내정 소식을 듣고 “임 내정자와 일해보면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 내정자가 주요 업무의 큰 흐름과 세부 내용을 모두 꿰고 있어 조직에서 신뢰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과거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임 내정자와 함께 일했던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월 7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금융지주 회장직을 수행하다 보면 디테일한 내용을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임 내정자는 마이크로(micro)와 매크로(macro)에 모두 강한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손 선임연구위원은 “실무자들이 회의 안건을 보고하면 항상 부연 설명을 했는데, 임 내정자의 설명을 들으면 깨끗이 이해되지 않던 사안도 정확히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전직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들이 실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거나 질문을 할 때도 임 내정자가 실무자 대신 직접 답을 하면서 회의를 이끈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적 만들지 않는 스타일”

    1959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임 내정자는 서울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핵심 보직이라 할 수 있는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1차관 등을 두루 거쳤다(타임라인 참조). 임 내정자와 함께 일했던 주변인들은 그를 두고 “적확한 판단을 내리면서도 주변 사람들 의견도 잘 수렴해 적을 만들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에서는 매년 직원들의 투표로 ‘닮고 싶은 상사’를 뽑는데 임 내정자는 여기에 3차례 선정될 정도로 후배들로부터 신망도 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임 내정자는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혔다. 당시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와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였다. 특히 임 내정자가 취임했을 때는 잇따른 갈등에 신동규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농협금융은 제갈량이 와도 안 된다”며 자진사퇴를 한 직후였다. 임 내정자가 후임으로 정해지면서 “갈등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잖았다. 하지만 임 내정자가 뛰어난 중재 능력을 보이며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봉합하자 ‘금융계의 제갈량’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되나

    과거 임 내정자가 기업가 성향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지냈던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2월 7일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까지 공직 생활만 했던 사람인데도 기업가적 면모가 강했다”고 평가했다. NH농협금융지주가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경쟁에서 KB금융지주를 이길 수 있었던 데도 임 내정자의 이 같은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전 총장은 “자칫 인수를 잘못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었는데, 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뛰면서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지주회사가 수익을 내는 희귀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임 내정자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NH농협금융그룹은 사업다각화에 성공했지만,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해졌다. 해당 문제는 지금도 우리금융그룹에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3조4813억 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중 2조9198억 원이 우리은행 지분이다. 그룹 순이익의 83.9%가 은행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2월 8일 기준으로 경쟁사 중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지난해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이들 그룹의 당기순이익 중 은행 지분은 각각 60.8%, 67.9%로 우리금융그룹보다 확연히 낮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의 ‘은행 의존’이 높은 원인으로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 계열사를 다양하게 갖추지 못한 점을 꼽는다.

    이에 임 내정자는 향후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1월 2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털(VC) 등 지난해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부 통제 개선’ 역시 임 내정자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우리금융그룹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라임펀드 사태), 600억 원대 직원 횡령, 이상 외환거래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내부 통제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손태승 회장의 후임을 정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내부 통제 개선을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월 6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금감원 업무계획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에 내정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사회도 내부 통제 구조 선진화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직원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어”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관치 논란’은 임 내정자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설립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시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한 경험이 있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말해 관치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이후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연임하지 못하면서 관치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1월 NH농협금융지주는 손병환 회장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했고,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용퇴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손태승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이 같은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손 회장과 우리은행 모두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도 “정부 당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우리금융그룹 내부의 반대 여론 역시 이겨내야 할 과제다.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숏츠리스트(적격인수후보)가 발표된 1월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부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봉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경우 영업을 중단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임 내정자가 2월 9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반대 여론도 누그러졌다. 이날 방문은 ‘우리 직원을 제일 먼저 만나고 싶다’는 임 내정자의 요청을 박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임 내정자는 이날 “임기 동안 그 누구보다도 우리금융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민영화가 된 지 1년 만에 다시 최고경영자가 외부 인사로 내정된 만큼 과거의 모습이 되풀이될까 걱정이 많았다"며 "면담에서 요청한 사항들을 임 내정자에게 약속받았다"고 했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임원추천위원회 관계자는 “내부 반대가 있긴 하지만 어느 기업이든 내부 인사가 중직을 승계하는 것을 원하지 외부 인사가 이를 맡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임 내정자가 공직에서 일했던 것을 가지고 관치 우려를 제기하는데, 후보 선정 과정에서 외압 요소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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