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 온라인 커뮤니티 상업화 논란

우리도 돈 좀 벌어볼까?

쪽지 한 번 날려주고 수백만 원…운영자들 암암리에 수익사업, 몰락 자초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우리도 돈 좀 벌어볼까?

우리도 돈 좀 벌어볼까?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이 충분한 감정을 공유하면서 지속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인간적 유대를 형성하는 사회적 집합체다. 지리적 근접성보다 이익과 목적의 공통성에 의해 선택되는 경향이 강하다.’
1993년 저서 ‘가상공동체(The Virtual Community)’에서 미국 테크놀로지 전문가 하워드 라인골드는 가상공동체(온라인 커뮤니티)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PC통신에서 해온 동호회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들은 운영자를 뽑아 커뮤니티 운영을 맡기고 게시판과 채팅창에서 정보 및 의견을 주고받는다. 일반 홈페이지 커뮤니티를 제외하고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있는 카페 수만 2000만 개에 달한다. 
지속적인 대화로 인간적 유대를 형성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대규모 커뮤니티들은 대표 운영자 외에 게시판마다 별도의 운영자를 둘 정도로 관리가 쉽지 않아 개개인의 헌신만으로는 유지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커뮤니티가 상업화의 유혹에 빠진다.

재주는 회원이, 돈은 운영자가?

2007년 개설된 ‘리그베다 위키’(옛 엔젤하이로 위키)는 인터넷 커뮤니티 ‘엔젤하이로’의 부속 사이트로 출범해 현재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브컬처 위키 사이트다. 4월 8일 ‘리그베다 위키’ 운영자가 위키 이용자가 등록한 글의 저작권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바뀐 약관 문제가 불거졌다. 개정 약관에는 ‘특정한 개인이 리그베다 위키 작성 및 수정에 참가한 것을 사유로 해당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소유권 또는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리그베다 위키의 데이터베이스가 작성 및 수정된 시점에 작성자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에 관해 발생 가능한 일체의 권한을 리그베다 위키에 위임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
이후 리그베다 위키 운영자가 사업자등록을 했고 이용자의 게시물을 활용해 영리화를 추구한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이용자들이 해명을 요구했다. 리그베다 위키 운영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자등록은 영리목적이 아니다. 방문자들이 작성한 내용을 제3자에게 매매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없다. 위키에 부착한 광고는 사이트 유지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고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문제를 투명하게 하고자 사업자등록을 한 것이다. 저작권은 개개인의 것이고, 리그베다 위키가 위임받는 건 어디까지나 사이트 유지 보수를 위한 제한적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태 발생 이후 기존 이용자들은 유사 사이트인 ‘나무위키’ ‘리브레 위키’ 등으로 빠져나갔다. 리그베다 위키는 4월 25일 서버를 폐쇄했다 5월 17일부터 정상 운영되고 있다. 현재 28만여 개 문서가 등록돼 있으나, 이전처럼 활발한 정보 업데이트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2004년 2월 개설된 다음 카페 ‘도탁스’는 회원 36만여 명을 보유한 다음 카페 랭킹 5위의 대형 게임 커뮤니티였으나 운영자의 영리 추구로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올해 6월 3일 카페 운영자는 “(회원들이) 반발할 것은 알지만 프로모션을 진행해 수익을 내고 그것을 재투자해 카페를 더 키우겠다”며 상업화를 선언했다. 운영자가 독자적으로 바이럴마케팅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회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후 회원들과 일부 운영진은 카페에 올렸던 글을 대규모로 삭제하고 ‘클링’이라는 신생 카페를 개설해 빠져나갔다. 현재 ‘클링’의 회원 수는 3만여 명이다. 
‘도탁스’를 탈퇴하고 다른 커뮤니티에 가입했다는 이모(23) 씨는 “카페 상업화에 대한 피드백과 질의응답을 받는다고 하더니 일방적인 공지만 올리고 회원들의 질문에는 하나도 답하지 않았다. 상업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회원과의 소통 없이 운영자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게 문제다. 많은 회원이 정들었던 카페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후 ‘도탁스’ 측은 상업화를 포기했다고 밝혔으나 떠나간 회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역부족이었고, ‘클링’은 ‘도탁스’와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우리도 돈 좀 벌어볼까?

홈페이지 약관 개정과 배너광고 도입, 사업자등록 문제로 이용자들과 마찰을 빚은 ‘리그베다 위키’(왼쪽)와 리그베다 위키를 탈퇴한 이용자들이 정착한 ‘나무위키’.

운영자들의 잇속 챙기기

이들 외에도 수많은 커뮤니티가 상업화를 꾀했다 실패의 쓴맛을 봤다. 2012년 회원 63만여 명이 가입된 다음 카페 ‘여성시대’는 카페 운영진이 만든 순위 사이트를 카페에 노출하고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회원 수만 명이 탈퇴하자 운영자는 ‘일방적으로 상업화를 통보해 죄송하다. 상업화 다시는 안 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용자들이 커뮤니티의 상업화를 반대하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커뮤니티를 키운 게 회원들인데 운영자가 그걸로 수익을 내는 데 대한 불만과, 커뮤니티가 원 취지에서 벗어나 직간접 광고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제 단순한 커뮤니티가 아닌 일종의 기업에 가깝다. 굳이 상업화를 표방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암암리에 운영자들의 잇속을 채우는 행위가 벌어진다. 
한 온라인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과거 네이버의 대규모 뷰티 카페에 제품을 제공하고 무료 체험단 제휴를 하자고 문의했는데, 배너광고를 달아주고 체험단을 모집해줄 테니 100만 원을 달라고 했다. 2만5000원짜리 에센스를 20명에게 제공하면 이미 50만 원 상당의 물건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셈인데, 거기에 추가로 돈까지 달라고 해서 고민 끝에 거절했다. 여성 회원이 많은 한 다음 카페에서는 게시판에 업체 글을 올리는 조건으로 50만~100만 원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입소문 마케팅이 중요한 상황에서 회원 수가 많은 카페 운영자는 갑이고 중소업체는 을”이라고 말했다.
과거 수십만 명이 가입한 커뮤니티 운영자였던 김모(31) 씨는 “커뮤니티 운영 과정에서 상업화나 수익구조 모색은 선택이 아닌 정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취미로 운영하던 커뮤니티 회원이 늘면서 운영에도 재미가 붙었는데, 개인과 업체로부터 커뮤니티를 팔라는 제안이 들어온 것도 그즈음이었다. 당시 김씨는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었고, 회사 일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지자 커뮤니티를 다른 이에게 판매했다. 
김씨는 “게시물과 댓글 관리, 해킹을 비롯한 보안 문제까지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데 어떤 건 하루 종일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어떤 것들은 전문적인 분야라 결국 운영하는 데 돈이 필요하게 된다. 비슷한 주제의 후발 커뮤니티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결국 이런 비용을 충당하고자 기부금을 받거나 상업화 또는 수익사업을 모색하게 되는데 기부금은 연속성을 갖기 어렵고 회원 관여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게 단점이며, 수익사업은 회원들이 이탈하는 문제가 있어 적정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운영에 돈이 든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일부의 인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이 많이 모인 커뮤니티가 유지되려면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데, 이걸 단순히 봉사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거든요. 대다수가 생각하는 선을 지키는 수준에서의 수익사업이라면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씨의 커뮤니티는 개인 웹사이트였기에 매매에 문제가 없었으나 네이버와 다음에 속한 커뮤니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네이버와 다음은 공식적으로 카페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카페를 이용해 개인적 영리를 취하는 건 카페의 본질적 의미를 손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법적으로는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다.

양도와 매매 가려내기 어려워

우리도 돈 좀 벌어볼까?

운영진의 상업화 선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다음 카페 ‘도탁스’(위)와 ‘여성시대’.

현재 네이버와 다음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카페에서의 상업 활동 시 준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전달 및 협조 요청을 받고, 불공정 거래나 이용자 피해 발생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카페 운영원칙을 통해 규제 관련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카페에서 상거래 활동을 할 경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자등록 정보를 메인 화면에 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상업적인 카페를 운영한다면 그 내용을 카페에 명시하게 돼 있지만 우리가 별도로 상업적인 카페 리스트 등을 갖고 있거나 모니터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신고가 들어오면 운영지침 위반 여부를 살핀다”고 말했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카페 매매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운영자가 카페를 다른 운영자에게 양도했을 때 이것이 단순 양도인지 금전적 보상이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운영자가 교체된 뒤 카페 성격이 바뀌었거나 운영상 문제가 있다고 여겨질 경우 신고 기능을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특정 주제에 대한 타기팅이 굉장히 잘된 집단이라 마케팅이 용이한 플랫폼이에요. 어디든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이를 통해 불량하거나 불투명한 거래가 이뤄진다면 플랫폼 제공자로서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 제도를 이용해주길 바랍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회사를 통해 카페를 비롯한 서비스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400~500여 명 규모의 팀을 운영 중이다. 카페 공개 게시물을 모니터링해서 규정에 어긋날 경우 게시글 삭제와 지속적인 시정 요구, 메뉴 블라인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심할 경우 폐쇄조치한다”며 “사업자등록증을 카페에 표기하고 정상적인 상업행위를 하는 경우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회원 3만여 명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운영자 정모(31) 씨는 정기적으로 투표를 통해 실무 운영진을 뽑는다. 회원들로부터 원하는 제품을 추천받아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소요비용과 결과를 게시판에 공개한다. 정씨는 “결국 커뮤니티는 사람이 만든다. 회원이 없으면 그 커뮤니티는 존재 가치를 잃는다. 운영자가 처음 커뮤니티를 개설했다고 자기 것으로 여기면서 독재하는 것은 커뮤니티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용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탈퇴 후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었다.
“누리꾼들이 프리챌에서 싸이월드로, 다시 페이스북으로 넘어간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영원한 커뮤니티는 없어요. 지금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을 가진 회원들도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면 주저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온라인에서 대안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죠.”  



주간동아 2015.12.02 1015호 (p26~28)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8

제 1218호

2019.12.13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